▲ 가수 송대관의 히트곡 ‘네박자’가 가사 표절의혹 에 휘말렸다. | ||
발단은 한 네티즌이 가요 관련 인터넷사이트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 이 네티즌은 “가수 송대관의 노래 ‘네박자’의 가사는 표절한 것”이라는 주장을 펴며 표절을 당했다는 정아무개씨의 이메일 주소까지 공개했다.
이 글이 다른 게시판으로 퍼나르기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 진위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게시판에 오른 해당 글이 삭제되면서 ‘글 삭제’를 두고 또 다른 시비까지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논란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 ‘표절은 도둑질과 마찬가지이므로 의혹의 진위를 가려야 한다’는 의견과 ‘뚜렷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표절 운운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게시판 글을 통해 표절의 피해자로 거론된 정아무개씨의 소극적인 반응. 정씨는 표절 관련 글들이 퍼지자 ‘작사가의 권리는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일을 준비하고 있어 이런 글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송대관측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격앙된 분위기. 표절 시비에 오른 ‘네박자’ 작사가 김아무개씨도 “정말로 웃기는 사람들이다”며 “내가 표절을 했다면 그 증거자료를 가지고 나타나야 할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씨는 “그렇게 자신 있으면 공개적으로 나와 이야기를 하든지 아니면 법적인 조치를 취하면 될 일이 아닌가. 왜 나타나지는 않고 자꾸만 딴지를 거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대관 역시 이번 표절 의혹에 대해 심한 불쾌감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설’만 제기되고 ‘입증’은 전혀 되지 않은 상태라 이번 표절 시비에 대한 가요계의 시각도 제각각이다. 상당수 사람들은 과거 작사·작곡가 지망생들이 유명곡에 대해 표절 시비를 걸어 자신의 이름을 알리거나 돈을 받아냈던 전례를 들어 이번 표절 의혹 역시 일종의 ‘음해성’이 아니냐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반면 ‘사람들의 생각이 대동소이하다 보니 우연의 일치도 있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표절이 아니더라도 서로 엇비슷한 가사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이다. 이 경우 당사자로서는 표절에 대한 의혹을 품을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관련 협회에서조차 표절 여부를 가려낼 명확한 기준이 없어 표절 의혹이 제기되더라도 ‘시시비비’는 가리기 어려운 형편이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한 관계자는 “가사의 경우 ‘몇 구절 이상 비슷해야 표절’이라는 식의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시비를 가리려면 법적인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태진아는 ‘사랑은 아무나 하나’ 표절의혹으로 법정공방까지 벌인 바 있다. | ||
당시 불씨가 됐던 것은 ‘원작곡가’임을 자처한 사람의 전화. 이 사람은 ‘봉선화 연정’ 작곡가에게 전화를 걸어 ‘그렇게 함부로 내 곡을 써도 되냐’라며 막무가내로 따지고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끝내 스스로를 드러내지도 않고 법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아 ‘봉선화 연정의 인기를 질시한 사람의 음해성 전화’였던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반면 실질적인 법적 소송에 들어간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중반 작곡가 이아무개씨는 태진아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는 노래가 자신이 98년 11월 구전가요를 기초로 만든 노래 ‘여자야’를 표절했다며 음반판매중지 가처분신청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서울지법에서는 원고 패소 결정을 내렸고 이에 대해 원고가 수긍해 사건은 일단락됐었다.
트로트계의 끊이질 않는 표절시비들. 과연 진짜 표절일까, 아니면 근거 없는 음해일까. 그 진실은 당사자들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남훈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