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전당대회서 당선된 직후 기자회견장 으로 향하고 있는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이종현 기자 | ||
‘최틀러’라는 그의 별명은 그를 더욱 강성이미지로 덧칠해 주고 있다. 이런 그의 이미지는 ‘원조 보수’로 폄하되기도 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다.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촌로 같고 며느리사랑과 손자사랑이 극진하다. 며느리를 부를 때 이름을 부르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딸로 착각할 정도다.
특히 그의 패션감각은 눈여겨볼 만하다. 온통 흰색 와이셔츠를 입는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유독 ‘딥 블루’(Deep Blue)의 와이셔츠를 입는 사나이다. 스카이 블루(Sky Blue) 색상의 와이셔츠도 즐긴다. 여기에 밝은 색상의 스트라이프 넥타이로 멋을 내는데, 그의 강렬한 눈빛과 어우러져 특유의 싱싱함을 발산한다.
그는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붙이는 방식으로 멋을 부리기도 하는데, 이는 아마도 오랜 기자생활의 습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서울시장 선거 때나 한나라당 대표 경선 때, 코디네이터가 붙기도 했으나 모두 다 그의 패션감각에 손을 들었다. 몇 해 전 <연인>이라는 드라마에서 탤런트 유동근씨가 딥 블루 색상의 와이셔츠로 히트쳤을 때, “딥 블루 와이셔츠의 원조는 바로 최병렬”이라며 원통해 하기도 했다. 그의 또 다른 색깔은 그래서 ‘딥 블루’다.
최병렬 대표의 감각은 부인인 백영자씨에게서도 잘 드러난다. 그들은 대학시절 연애로 만난 사이다. ‘천하 없는’ 독재자(?) 최틀러도 백 여사 앞에선 너털웃음이 고작이다. 무조건 져주는 스타일이다. 백 여사는 60대 초반의 나이임에도 투피스 맵시가 기가 막히다. 아니나 다를까. “어디에 반해서 결혼하셨어요”라고 물은 적이 있는데 대답인즉 “다리가 예뻐서”였다. 그녀는 쪽 뻗은 날씬한 다리를 가졌다. 최 대표의 미감이 짐작되지 않는가.
나름의 패션철학이 분명한 그는 체격을 다듬기 위해서도 상당한 노력을 한다. 운동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다이어트도 열심이다. 살이 찌지 않기 위해 식사도 무척 절제한다. 그래서 그는 그 나이의 평균적인 남성들과는 달리 ‘똥배’가 없다.
언젠가 그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나는 정치적으로 분명한 보수입니다. 그러나 보수와 수구는 분명하게 다릅니다. 보수는 끊임없는 개혁을 통해서만 지켜집니다. 자기 개혁 없이 어떻게 보수적 가치가 지켜집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내가 개혁적이라고 자부합니다.”
그가 맡은 ‘한나라당호’가 순항할지 암초에 부딪칠지 누구도 예측키 어렵다. 비록 직선 대표라고는 하지만 약 36% 정도에 불과한 득표율이다. 비주류와 개혁파 의원들을 포용하는 것부터가 급선무다. 블루 와이셔츠를 즐겨 입기 위해 단 한줌의 군살도 허용치 않는 철저함과 연애시절 애인의 종아리부터 훔쳐봤을 만큼 넘치는 끼를 가진 최 대표가 한나라당을 어떻게 요리해 나갈지 궁금해진다. (주)서령창작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