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짱 열풍으로 인기를 얻은 박한별. 이제 박한 별은 오히려 얼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떨어내 려고 애쓰는 형편이다. | ||
하지만 10대들 사이에서 얼짱이 연예인이 되는 티켓처럼 여겨지면서 갖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기도 하다. 인터넷 공간에서 ‘경쟁 얼짱’에 의해서 무차별 공격을 당하거나 팬들과 스캔들을 일으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얼짱들도 적지 않다. ‘작은 연예계’로 불리는 얼짱 세계의 뒷모습을 들여다봤다.
최근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선 ‘얼짱 중에서도 최고의 얼짱’을 찾기 위한 인기투표가 한창이다. 이미 수만 명이 투표에 참가할 정도로 치열한 ‘짱 중 짱’ 각축전이 벌어지면서 여느 연예인 인기 투표에 못지 않은 열풍이 일고 있다. 이처럼 또래집단에서 인기가 치솟다 보니 ‘연예계 지망’ 얼짱들의 태도도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 예전 같으면 프로필 사진을 들고 기획사 사무실을 찾기 바쁠 터. 하지만 이젠 오히려 기획사 사람들이 찾아오기를 느긋하게 기다린다.
반면 수많은 얼짱이 난무하다 보니 ‘안티’ 세력이 등장하거나 서로간에 ‘비방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들을 통해 ‘얼짱’이라는 말 자체의 뜻도 이중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원래 ‘얼굴이 짱(최고)’이라는 의미였지만 최근엔 이 ‘짱’이라는 말에 ‘짜증’이라는 의미가 덧붙여지면서 ‘얼짱’이 ‘짜증나는 얼굴’이란 뜻으로도 쓰인다. 주로 상대의 외모를 질투하며 비꼬는 경우에 사용된다고 한다.
또 얼짱들의 경합이 소속 학교 등의 명예(?)가 걸린 대항전처럼 여겨지면서 ‘조직’간 다툼을 방불케하는 일도 빚어지고 있다. 한 명을 찍어 선후배들이 조직적으로 후원을 하거나 경쟁 상대에 대해선 아예 집단적으로 왕따를 놓기도 한다.
▲ 남상미. | ||
상황이 이렇게 변하면서 학교에서도 얼짱이 차츰 ‘문제아’의 대명사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얼짱 중에서 성실하고 모범적인 학생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성적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건 옳지 않지만 문제아인 경우가 많은 건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물론 얼짱 세계에서도 지켜야 할 ‘룰’은 있다. 특히 사생활에 대한 복잡한 이야기가 떠돌기 시작하면 금세 네티즌들로부터 외면을 당한다. 자신을 스타로 착각한 한 얼짱은 팬클럽에 ‘활동비를 지원해달라’고 했다가 순식간에 왕따를 당한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얼마 전까지 ‘얼짱’에 뽑히는 것은 연예계로 다가가는 지름길로 통했다. 하지만 ‘얼짱’이라는 말이 지나치게 남발되다 보니 ‘얼짱이 더 이상 짱이 아닌’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박한별과 더불어 최고의 인기를 얻었던 얼짱으로 꼽히는 구혜선양. 하지만 그녀는 얼짱이라는 말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기본적인 소양과 노력도 없이 얼굴만으로 성공하려는 것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연예계 입문을 위해 준비중인 구양은 “(그간) 얼짱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도 많이 했고 맘고생도 컸다”며 “소속사측에서도 더 이상 얼짱으로 불리는 걸 원치 않는다. 공부를 더 한 뒤 가수로 데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때로는 본의 아니게 얼짱으로 등극(?)하는 경우도 있다. 한양대 앞 롯데리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입소문을 통해 유명세를 탔던 남상미의 경우는 얼짱 출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얼짱’으로 알려진 케이스. 남상미는 “당시 고등학생이었고 개인 홈페이지나 얼짱 사이트에 사진을 올린 경험은 없다”며 “이미 ‘얼짱’이란 소문이 퍼진 뒤라 달리 변명을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얼짱’ 마니아들이 시선을 끌기 위해 나를 끌어들인 꼴”이라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더 이상 얼짱 사이트에 속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기획사들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무늬만 얼짱’들 때문이다. 이들 기획사 관계자들은 “몇 번 자리를 만들어 소문난 얼짱들을 만나본 결과 ‘눈속임’이 적지 않았다”고 말한다. 사진 조작이나 합성 사진 등을 통해 ‘그럴싸하게 자신을 포장하는 사례’가 의외로 많았다는 것. 그런 까닭에 요즘 상당수 기획사들은 이미 알려진 얼짱보다는 지방도시를 순회하면 새 얼굴을 찾고 있다고 한다.
강수정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