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일요신문DB
“총재에게 직언하는 직원들이 없다. 설령 얘기를 해도 총재가 무시하면 더 이상 언급을 하지 않는다. 꽉 막힌 소통 구조 속에선 KBL이 여론을 수렴하거나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가 힘들다. 숱한 문제가 불거졌지만 KBL의 대응이 늦는 것은 이런 조직 문화와도 연관이 돼 있다.”
그는 작심하고 얘기를 쏟아냈다. 김 총재에 대한 불만과 요구사항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급기야 자신이 총대를 메고 김 총재와 독대하겠다는 얘기도 서슴지 않았다.
#2. 이번엔 프로농구 A 팀 홍보팀의 얘기다. 그는 시즌 중 A 팀 감독이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KBL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것과 관련해 KBL로부터 재정위원회가 열린다는 공문을 받았다. 재정위원회는 감독과 선수들은 심판 판정과 연맹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할 수 없다는 연맹 규약에 근거했다.
홍보팀 관계자는 기자에게 “지금 연맹의 태도를 보면 모두가 눈 감고 입 막고 있으라는 거나 다름없다. 경기 결과에 대한 게 아니라 KBL 행정의 문제점에 대해 얘기한 것까지 재정위원회 대상이 된다면 앞으로 어느 누가 KBL과 관련돼 문제 제기를 하겠나. 모든 걸 막는다고, 그걸 제재한다고 해서 농구가 발전한다면 얼마든지 오케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3.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인 선수 B의 얘기다. 그는 기자에게 프로농구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물었다. 기자는 ‘선수와 팬’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맞는 얘기인데, 유일하게 그 대답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누구냐고 물었더니 그는 “KBL 윗분들”이라고 말한다. 선수들도 답답하단다. 코트에서 치열한 승부를 벌이며 몸을 불사르고 있지만, 심판 오심은 셀 수가 없을 정도이고, 내년부터 시행되는 장단신 외국인 선수 2명 제도 부활과 속공과 고득점을 지향하기 위해 도입한 U1 파울(속공 파울)의 애매한 적용으로 선수들도 혼란스러웠다는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부분은 시간이 지나도 이런 환경들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B 선수는 “겉으론 프로농구 인기 부활과 팬들을 농구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공론화하지 않은 제도 개선으로 인해 팬, 선수 모두 헷갈린다”며 불만을 털어 놓았다.
4월 10일 KBL은 뒤늦게 김영기 총재 및 관계자들과 기자들의 만남을 주선했다. 이 자리에서 김 총재는 다음 시즌을 구상 중에 있고, 여러 부분에서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중 선수 혹사에 따른 시즌 일정 조절, 외국선수 출전 방안 검토, 심판들의 FIBA(국제농구연맹) 테스트, 한·중·필 국제대회, 프로-아마 최강전 개최 등 다양한 계획안을 꺼내 놓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자들은 아직도 김 총재가 현실 감각이 없다며 안타까움을 넘어 우려를 드러냈다.
김 총재는 프로농구 출범 초대 총재다. 당시의 상황과 지금은 변화의 폭과 깊이가 큰데도 불구하고 그는 이전의 방식을 고집한다. 이렇게 계속되다 보면 농구팬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설 지도 모른다는 게 한 농구 감독의 얘기다. <스포츠조선>의 류동혁 기자는 ‘사건사고 홍수, 현실감각 떨어지는 총재, KBL 바꿔야 산다’ 시리즈 기사에서 이렇게 꼬집었다.
‘김영기 총재의 무딘 현실감각과 총재의 수족인 이재민 사무총장의 아쉬운 행정력이 커미셔너 사무국의 기능을 마비시키면 이는 KBL의 침몰에 그치지 않는다. 농구판의 급전직하로 이어진다. 상식적인 대화나 변화 노력으로 KBL이 달라질 수 있을까. 1년 동안 지켜본 대부분의 농구 관계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들의 무능함 때문에 금빛으로 시작한 프로농구가 잿빛이 됐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