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화. | ||
얼마 전 나이 때문에 제2의 ‘여자 윤다훈-김정균 사건’이 발생할 뻔했다. 방금 전까지 녹화장에서 ‘언니, 언니’ 하며 그렇게 안 불러도 되는데, 굳이 ‘언니’라고 불러서 자기 나이가 어리다는 걸 강조했던 여가수 C가 방송이 끝나자마자 여가수 K에게 ‘야’ 하며 바로 말을 놓았다.
C는 K와 동갑내기인데, 데뷔할 때 세 살 깎아서 얘기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자기 실제 나이가 들통 나지 않기 위해 같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K에게 계속 방송에서 ‘언니’라고 불렀던 것.
평소 ‘니가 오죽하면 그러겠느냐’ 면서 그냥 넘어가던 여가수 K, 하지만 그 날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고.
‘야, 너’ 어쩌구 저쩌구 하며 말을 놓는 것까진 참을 수 있었는데, ‘어이!’라는 호칭에 뇌관이 폭발했던 것! 그건 나이 많은 사람이 아랫사람에게나 사용하는 호칭이었기 때문이다.
“야, 계속 ‘언니’라고 하든지 아니면 말을 놓든지 똑바로 해!”
“야, 뭘 그런 걸 갖고 그러냐? 같은 업계 동료로서 그 정도도 이해 못해주냐?” C가 K를 더욱 자극하는 말을 던졌다. 결국 이날 다툼은 난투극 직전까지 번졌다고.
알면서도 속아주고 모르고도 속아주는 연예인들의 ‘고무줄 나이!’. 군대와 비슷하게 연예계에서도 ‘기수’를 중시하기 때문에 남자 연예인들은 데뷔 당시 나이를 실제보다 더 많게 부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1년이라도 데뷔가 빠르면 아무리 상대가 나보다 나이가 어리더라도 깍듯하게 선배 대접을 해야 한다. 커피나 담배 심부름도 해야 하고 잔소리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일부러 실제 나이보다 많게 부르는 것이다.
그래서 빚어진 사건이 ‘윤다훈-김정균 사건’. 데뷔 당시 64년생이라고 밝힌 윤다훈은 호적상 67년생이었다. 68년생이라고 했지만 실제 나이는 65년생인 김정균은, 윤다훈이 일부러 나이를 많이 불렀다고 생각했던 것. 이로 인해 두 사람은 누가 형이니 아우니 하다가 결국 싸움이 붙었던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건이 얼마 전에도 벌어졌는데, 요즘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개그맨 A와 독특한 경력의 진행자 B가 그 장본인. 두 사람이 한 가라오케에서 술을 마시다 나이 때문에 주먹다툼까지 빚어졌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30대로 프로필로 따지면 A가 한 살 많은 선배인데, B가 인정할 수 없다고 해서 싸움이 벌어졌다고. 법정싸움으로까진 번지지 않았지만 이날 싸움은 B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고 한다.
▲ 김흥수. | ||
그 놈의 인기가 무엇인지… 자기보다 나이 어린 상대에게 ‘언니 언니’ 하며 굽히고 들어갈 땐 방송을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연극계에서 배고픈 시절을 겪었던 이문식은 영화 <달마야 놀자>를 찍을 때 아픔이 많았다고. 스크린 데뷔를 늦게 한 탓에 감독 재떨이 심부름(?)까지 했다고 한다. 연예계에선 서열이 중요한데, 그건 주로 데뷔 연차로 구분하기 때문에 나이가 많아도 어쩔 수 없이 그런 ‘수모’를 겪어야 한다고.
그래서 남자 연예인들 사이에선 ‘실제 나이’를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이 왕왕 벌어지기도 한다. 이문식과 성지루는 연극계에서 함께 배고픔을 겪었던 사이라 남다른 끈끈한 우정이 있는데, 성지루는 한 살 차이지만 이문식을 진짜 형 이상으로 따른다.
그런데 이문식과 설경구가 친하게 지내게 되면서 성지루가 묘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이문식은 설경구보다 나이는 한 살 위지만, 늦게 대학에 들어가서 설경구의 대학 후배다. 그것도 같은 학과 직속후배라 ‘선배’라고 부른다. 설경구와 나이가 같은 성지루는 문식이형이 ‘선배’라고 부르는 설경구에게 어떻게 불러야 할지 난감해 하다가 그냥 맞먹는다.
동갑내기 연예인들끼리의 묘한 ‘나이 신경전’은 남녀 연예인 사이에서도 존재한다. 예전에 김흥수와 함께 CF 촬영을 했던 김정화는, 김흥수가 자기와 같은 또래인 걸 모르고 ‘오빠 오빠’ 하며 따르다가 나중에서야 ‘진실’을 알고 발끈했었다고. 그건 순전히 김흥수의 장난기에 의해 빚어진 해프닝이었는데, 이쁜 여자 연예인에게 ‘오빠’라는 소리를 들을 때의 그 짜릿한 쾌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