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저나 1급이란 말, 오래간만에 들어본다. 김 8단이 말한 1급이 인터넷 1급은 아닐 터, 그렇다면 필시 옛날 1급, 소위 기원1급일 것이다. 요즘 아마5단인데, 아마추어는 초면에 인사할 때 요즘처럼 “아마5단입니다”하는 것보다 옛날처럼 “1급입니다”하는 것이 피차 실력 탐색에는 더 간단명료한 의미가 있다. 1급 하면, 아하 어느 정도겠구나 가늠이 되었다. 요즘 아마5단은 좀 헷갈린다.
김 8단의 얘기는 ‘네 귀와 네 변을 채워놓고 싸우라’는 것, ‘귀보다 변이 중요하다’는 것 등등이다. 김 8단은 필수 숙지의 포석 패턴을 12개의 테마로 구성한 후, 50여 개의 기본원리와 실전보를 통해 포석의 중요 이론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중-고급자의 필독서라 할 만하다.
다만 제목과 내용이 좀 안 맞는 느낌은 있다. <바둑이란 무엇인가>는 ‘문학이란 무엇인가’ ‘역사란 무엇인가’처럼 바둑의 본질을 말하고 싶을 때 어울리는 제목 아닌가? 포석이 바둑의 전부는 아니고, 바둑의 본질을 포석만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김8단은 “이 책은 나 혼자 만든 것이 아니다. 충암연구회를 비롯한 수많은 프로들의 생각, 내 강의를 듣고 격려를 보내주거나 질책한 수강생 여러분, 나에게 지도 받은 어린이들, 이런 것들이 녹아들어가 있다”면서 “읽는 분들은, 읽는 동안 다양한 경험을 하시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김 8단은 앞으로 중반, 종반까지의 바둑 이론을 정립하겠다고 계획을 밝히면서 속편을 예고했다.
이광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