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옥스퍼드대학 찰스 스펜스 교수는 음식과 음악에도 궁합이 있다며 피쉬 앤 칩스와 비틀스 음악이 잘 어울린다고 주장했다.
이를 가리켜 스펜스 교수는 ‘디지털 시즈닝(양념)’이라고 명명했다. ‘디지털 시즈닝’은 와인에도 적용된다. 실제 실험 결과 와인에 어울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와인을 마실 경우 조용한 곳에서 마실 때보다 와인을 15% 정도 더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차이코프스키의 현악 4중주 1번 D장조는 2004년 샤또 마고와 완벽하게 어울리고, 모차르트의 플룻 4중주 D장조는 뿌이퓌메와 잘 어울린다.
스펜스 교수는 “맛이란 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단지 음식으로만 판단되는 것이 아니다. 무의식적으로 청각에 의해서도 결정된다”면서 “음악이 맛이나 풍미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더 풍부하게 느끼게 해줄 수는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인간이 동일한 음악과 동일한 맛을 짝지으려는 경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령 스펜스 교수는 신맛을 ‘높은 음’이라고 묘사했다. 다시 말해서 신맛이 강한 음식은 고음의 노래를 들으면서 먹으면 더 잘 느낄 수 있다. 이밖에 단맛은 풍부한 음색과, 그리고 쓴맛은 굵은 저음과 잘 어울린다. 짠맛은 둥둥 울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먹으면 더 잘 느낄 수 있다.
실제 스펜스가 실시한 연구 결과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스펜스는 사람들에게 동일한 초콜릿을 두 조각씩 나눠준 후 각각 다른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먹도록 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동일한 초콜릿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맛을 느꼈다고 대답했다. 슬픈 음악을 들으면서 먹을 때는 초콜릿이 쓰다고 답했던 반면, 보다 경쾌한 음악을 들으면서 먹을 때는 달다고 답했다.
스펜스 교수는 또한 음악과 함께 색깔과 식기의 무게에 따라서도 음식 맛이 다르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은은한 조명 아래 음식을 먹으면 음식 맛이 더욱 좋게 느껴지며, 특히 붉은 조명 아래에서 레드 와인을 마시면 와인의 과일향이 더욱 풍부하게 느껴진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