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와 인터뷰하는 규리의 모습.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지난 3일 압구정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규리(본명 최아무개)의 누드 촬영 현장. 비교적 빈약한 몸매와 외모의 소유자였지만 ‘S대 출신’이라는 그녀의 독특한 이력은 충분히 눈길을 끌 만했다. 촬영이 마무리된 뒤 기자와 인터뷰를 가진 규리는 “현재 S대 대학원 휴학중인데 다시 돌아가야 할 학교생활에 대해선 자세히 밝히고 싶지 않다”고 얘기했다.
작가가 되기 위해 많은 경험을 쌓고 싶었고 이를 위해 포르노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로 인해 에로배우가 됐다는 그의 포부는 마치 성문화 개혁을 위해 나선 ‘여전사’ 같았다.
하지만 이런 당당함은 채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다음날인 4일, 규리가 제출한 졸업증명서가 위조된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기자는 제작사 (주)엔터드림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고, 이 얘기에 놀란 제작사측 역시 자체 조사를 벌여 규리가 S대 졸업생이 아님을 알게 됐던 것.
▲ 에로배우 규리가 제출한 허위 졸업증명서. | ||
“처음에는 아무런 생각 없이 했던 거짓말이었는데 이를 계기로 거액의 계약이 성사되고 기자들을 만나게 되면서 일이 너무 커져버렸다”는 규리는 “중간에 사실을 밝히려고 했지만 도저히 그럴 용기가 안났다”며 고개를 떨궜다.
또한 “회사 관계자들에게 어떻게 사죄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이미 몇몇 신문에 내가 S대 졸업생이라는 기사가 나와 버려 너무 많은 분들께 거짓말을 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처음부터 졸업증명서를 제출하며 계획된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제작사에서 개최한 오디션에서 S대 졸업생이라는 거짓말로 캐스팅된 규리는 계속되는 증빙서류 제출 압박에 그만 졸업증명서를 위조한 것.
실제 규리는 지방 소재 K대학 휴학생 신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K대학교 사범대학을 4학년 1학기까지 다니고 휴학한 상태에서 에로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 그 이유에 대해 규리는 교생실습 당시의 아픈 기억 때문이라고 답했다.
기자가 직접 확인한 결과 본명이 최아무개인 규리는 실제 K대 휴학생으로 졸업까지 한 학기를 남겨 놓은 상태였다. 언젠가 생각이 바뀔지 모른다는 생각에 매년 휴학을 연장해왔기 때문에 제적을 피해갈 수 있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갈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규리는 “학생은 사랑할 수 있지만 교직사회에 적응하지 못할 것 같다”면서 “차라리 평생 에로배우를 하라면 하겠지만 교사의 길은 싫다”고 분명히 얘기했다.
현재 제작사 (주)엔터드림측은 규리를 상대로 법적 조치는 하지 않을 계획이다. 뉘우치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논의를 계속하겠다는 입장.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가가 중시되는 우리 사회의 학벌주의가 에로업계에서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을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