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훈 분당기우회 회장은 내셔널리그의 두 개팀도 후원하고 있다.
출범할 때부터 화제를 모았었다. 연구생 출신 젊은 강자들에 밀려 시니어 아마 고수들의 입지가 빠른 속도로 좁아지던 상황이어서 만 40세 이상으로 참가자격을 제한한 것이 참신한 역발상이었고, 개인전 우승 상금 500만 원도 아마추어 대회 최고였다. 2011년 제7회 대회 때부터 프로가 참가하기 시작했다. 시니어들의 설 땅이 좁아지는 것은 아마나 프로나 마찬가지이니, 프로 아마를 가리지 말고 ‘우리 시니어들만의 경연장’을 만들어 보자는 뜻이었다. 아마가 프로에게 정선(定先)에 덤 5집을 받는데, 비기면 백승이라는 대국 조건을 양측이 다 선선히 받아들였다. 아마 쪽은 “호선이라면 어렵겠지만, 정선에다가 덤을 또 5집이나 받는다면 언제라도…” 하며 투지를 불태웠고, 프로 쪽은 프로 쪽대로 “2점이라면 어렵겠지만 선에 덤 5집 정도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동의한 것.
결승에 오른 김세현 아마 7단(왼쪽)과 김영환 프로 9단의 대국 모습. 김영환 9단이 승리했다.
논란이 없지는 않았다. 과연 프로 쪽에서 몇 사람이나 나올까, 한국기원에서 프로기사가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는 것을 허락할까, 등등이었는데, 서봉수 9단의 참가가 모든 우려를 불식해 주었다. 서 9단을 비롯해 9명의 프로가 동참했고, 그때 상금도 1000만 원으로 올라갔다.
열에 아홉이 서봉수 9단의 우승을 예상했지만, 그래도 프로-아마의 본격 대결이어서 바둑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는데, 뚜껑이 열리자 우승자는 서봉수 9단이 아니라 아마의 박영진 7단이었다. 준우승 역시 아마의 조민수 7단. 프로의 패인은, 덤 5집이 좀 많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으나, 그보다는 경험 부족이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산만한 대회장 분위기 속에서 하루에 네댓 판씩 이틀을 두는 강행군에 프로들이 미처 적응하지 못했던 것.
그러나 프로는 곧 전열을 정비했고 서봉수 9단이 8-9회를 연패했다. 지난해 10회의 우승자도 만 40세가 된 프로의 김영삼 9단. 프로가 3년 연속 우승하자 올해는 덤을 1집 올렸다. 대신 비기면 흑승. 덤이 4집반에서 5집반이 되었다는 뜻이다. 그 1집의 작용인지 프로가 11명이 출전한 올해의 승부는 더욱 짜릿했다. 우승자는 프로의 김영환 9단이었지만, 대진표에서 보듯 4강과 8강은 프로 대 아마가 2 대 2, 또 4(정대상, 김영환, 김종수, 나종훈) 대 4(박성균, 권병훈, 안병운, 김세현)로 똑같았으니까.
국내 아마추어 대회가 개인전에서 주니어-시니어 연합의 단체전으로 변신하거나 시니어와 주니어를 구분해 진행하는 것으로 시니어의 운신 폭을 넓히는 쪽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 2000년대 초반이니 2005년에 출범한 분당기우회장배는 그런 흐름의 구체적 결실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거니와, 국내 바둑대회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데 그치지 않고, 매년 진화하고 있다. ‘덤의 변화’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프로가 계속 이겨 덤이 한두 집씩 올라갈 것인지, 아마가 반격해 내려갈 것인지. 그러다가 어느 선에서 정착이 될 것인지.
대회를 주최-후원하는 분당기우회 백정훈 회장(69)은 대형 트럭-버스의 알루미늄을 생산, 국내외 유명 자동차 업체에 납품하는 (주)알룩스(Alux)의 대표. 이 대회뿐 아니라 2013년에는 회사 본사와 공장이 있는 전북 김제에서, 내셔널리그 ‘전북 알룩스’ 팀을, 올해는 고향 포항에서 역시 내셔널리그 ‘포항 영일만’ 팀을 창단, 후원하고 있다. 그밖에 이미 30여 전부터 바둑과 관련된 크고 작은 일들을 돕고 있는 열렬 바둑애호가다.
이광구 객원기자
‘시니어 바둑 클래식’도 활기 왕년의 스타들 ‘왕중왕전’ 기대감 지난해 신설된 ‘바둑 클래식’은 만 50세(1964년 이전 출생자) 이상의 프로 시니어를 위한 기전이다. 시니어 기사들은 우리 바둑의 초창기 열악했던 시절, 땀 흘려 바둑계를 일구었던 주역들. 그들에게 새로운 활동 무대를 제공하고 바둑팬들에게는 왕년의 스타들을 다시 보면서 추억과 향수를 되새기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도 의미가 크다는 뜻에서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시니어 왕위전’ 모습. 지난해 7월의 ‘시니어 국수전’에서 시작해 9월 ‘시니어 왕위전’, 11~12월 ‘시니어 기왕전’, 올 1월의 ‘시니어 국기전’, 5월 ‘시니어 기성전’까지 시니어 바둑 콘서트의 1~5막이 끝나고, 각 무대의 주연급들이 모여 최후의 한 사람을 가리는 대망의 ‘왕중왕전’이 6월 6일 한국기원에서 막을 올린다. 시니어 클래식에 참가한 기사는 57명. 대회장이자 심판위원장 김인 9단(72), 심판위원인 현역 최고령 최창원 6단(78)과, 여성 최고참 조영숙 3단(67) 등이 빠졌고, 개인사정으로 5명이 불참했다. 왕중왕전은 5개 기전에서의 성적을 합산해 고득점순 8강이 벌이는 토너먼트다. 점수는 우승 16점, 준우승 8점, 4강 4점, 8강 2점, 16강 1점이고 점수가 같으면 단 서열 우선. 조훈현 9단이 처음 국수와 왕위는 놓쳤으나 곧바로 기왕, 국기, 기성을 석권해 3관왕으로 53점, 왕위의 서봉수 9단이 36점, 제1장 국수를 차지해 깃발을 올린 최규병 9단이 31점이다. 타이틀을 차지하지 않은 사람 중에서는 준우승 1회, 4강 2회 등으로 분발하며 ‘시니어 4강’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김일환 9단이 19점을 획득했고, 그 뒤로 노영하 9단(10점) 장수영 9단(7점) 오규철 9단(6점) 9단과 마지막 기성전에서 4강에 점프한 나종훈 7단(5점) 등이 8강에 합류했다. ‘시니어 바둑 클래식’의 총예산은 3억 5500만 원이며 왕중왕전은 우승 상금 1000만 원, 준우승 400만 원. 이전 5개 기전은 우승 400만 원, 준우승 200만 원. 또한 예선전에서도 소정의 대국료를 지급한 것이 요즘의 대세인 상금제(예선 대국료 없는) 기전과 다른 점. 제한시간 각자 1시간에 1분 초읽기 1회. 바둑 동네에도, 프로도, 아마도, 70~80 무대는 그 나름으로 각별한 것. [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