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왕꽃선녀님>에서 ‘신들린 연기’로 시청자를 휘어잡은 이다해.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브라운관 밖의 세계인 방송국. 이렇게 동료들이 먼저 인정한 이다해의 연기력과 인기가 본격적으로 시청자들을 휘어잡고 있다.
첫 번째 질문은 종교였다. ‘신내림’ 연기로 인기 절정에 오른 그에게 묻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다.
그의 대답은 기독교. 초등학교 때 가족들과 함께 호주로 이민을 떠난 터라 한국 사회에 깊이 자리한 ‘무속신앙’은 그에게 너무나 낯선 문화다. ‘점’이라면 친구와 함께 사주카페를 한두 번 가본 게 전부일 정도. 때문에 연기를 위한 준비 과정은 일반인보다 훨씬 힘들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너무 신기했어요. 준비 과정에서 만난 분들이 점을 봐주시는 데 정말 맞히시더라구요. 연기를 위해 처음 점집을 찾았을 때에는 ‘터무니없는 미신’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너무 신기한 일들이 많았어요. 다만 살아가는 데 참고할 사안이지 너무 의지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캐스팅 제안을 받은 이후로 이다해는 유명하다는 점집들을 돌아다니며 무속 신앙에 대한 공부에 열중했다. 지금도 대본을 받고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 생길 때마다 친한 무속인들에게 SOS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신내림’ 연기는 실제 신내림을 경험한 이들까지 감탄케 하는 수준. 지지부진하던 <왕꽃선녀님> 시청률이 급상승한 것 역시 이다해의 열연 덕분이라고.
이다해의 신내림이 <왕꽃선녀님> 시청자의 시선을 집중시키자 곧이어 ‘입양아 비하 발언 파문’이 터져 나왔다. 인터뷰를 위해 MBC에서 기자와 만난 날 역시 입양아 비하 발언에 대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항의 시위가 한창이었다. 때문에 이날 이다해는 방송국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처지였다.
사실 <왕꽃선녀님>의 임성한 작가는 부유층 집안을 중심으로 한 보수적인 색채의 드라마를 주로 써온 작가로 유명하다. 때문에 늘 논란의 대상이 되곤 한다. 전작 <인어아가씨>에 이어 이번 드라마 역시 입양아 비하 파문으로 네티즌들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사실 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신세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다해 입장에서는 임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해 뭐라 얘기하기는 어려워요. 지금은 작가의 의도에 맞는 연기를 하는 것도 힘든 상태”라는 이다해는 오히려 “대본을 받아 볼 때마다 얽혀있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임 작가님의 능력에 놀라곤 해요”라며 임 작가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초등학교 때 가족들이 모두 호주로 이민가면서 이다해는 초·중·고교를 모두 호주에서 다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잠시 집안 일 때문에 귀국했는데 당시 우연히 참가한 미스 춘향 선발대회를 계기로 연예인의 길을 걷게 된 것. 하지만 가족들과 떨어져 한국에서 혼자 지내며 연예인 생활을 하는 게 그다지 쉽지만은 않았다.
“몇 번이고 포기하고 호주로 돌아가려 했어요. 그런데 신기한 게 그럴 때마다 일이 생기는 거예요”라는 이다해는 “올해 초에도 이제 호주로 돌아가 평범하게 살자고 결심한 순간, <낭랑 18세>로부터 캐스팅 제안을 받아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한다. 다행히 지금은 어머니가 귀국해 그의 일상을 돌봐주고 있다. “엄마가 옆에 계셔주시니 늘 힘이 난다”고.
▲ ‘드라마 <왕꽃선녀님>(위),<낭랑 18세>의 장면’ | ||
운동이 취미라는 그는 “하루빨리 드라마가 종영돼서 밀린 운동이나 실컷 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낸다. 하지만 이런 바람이 이뤄지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을 듯. 그의 뛰어난 연기력에 벌써부터 캐스팅 제안이 밀려들고 있어 좀처럼 쉴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내년 여름 제작될 드라마
이다해는 청순한 외모 덕분에 데뷔와 동시에 ‘제2의 심은하’라는 그럴싸한 타이틀을 얻어낸 바 있다. 그리고 다시 몇 년이 지난 요즘, 이번에는 뛰어난 연기력 때문에 ‘제2의 심은하’라고 불리고 있다. 분명 이다해는 외모부터 연기력까지 심은하를 능가할 만한 뛰어난 자질을 갖춘 신인 연기자임은 분명하다.
단 한 가지, ‘제2의 누구’라고 불리는 연예인은 빨리 떴다가 금세 사라지는 게 연예계의 속성. 자기만의 색깔을 분명히 해 ‘제2의 심은하’가 아닌 ‘이다해’로 바로 서는 게 급선무라는 얘기다. 드라마 속에서는 다소 우유부단한 성격의 소유자로 나오지만 다행히 실제 만난 이다해는 당당함이 넘치고 자기주장이 확실한 신인이었다. 또 한 명의 ‘톱스타’ 탄생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