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준선·이종현 기자
이번 재보선 결과를 두고 새누리당은 들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재보궐선거가 열린 지난 4월 29일 새누리당 당사는 한마디로 축제 분위기였다. 당초 선거 당일까지 새누리당은 성남중원과 인천 서구·강화는 안정권으로 서울관악을은 접전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투표가 마감된 직후 낙관적이란 소식이 속속 들어오자 설마하면서도 ‘싹쓸이’를 예상하기 시작했다. 한 새누리당 고위당직자는 “잘하면 관악을도 먹는다”며 기대감을 내비쳤고 실제로 수도권 3곳 모두를 차지했다.
새누리당이 축제 분위기였던 반면 새정치연합은 초상집 분위기다. 성완종 리스트라는 큰 호재를 만났음에도 오히려 27년 야당 텃밭인 관악을마저 빼앗겼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에서도 관악을 승리를 가장 큰 업적으로 봤다. 김무성 새누리당 당대표는 선거상황실에서 선거 결과에 대한 소감을 전하면서 “서울 관악을에서 27년 만에 승리한 것이 정말 감격스럽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한 여권 관계자는 새누리당 잘해서 이긴 것이 아니라며 지나친 들뜸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재보궐은 새누리의 승리가 아니라 새정치의 패배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새정치의 패배란 말은 새누리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니라 새정치가 너무 못해서 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새정치가 통합진보당에 양보한 지역구는 모두 졌다”며 “새누리가 아무리 자충수를 둬도 새정치는 자살골로 진다. 이런 분위기라면 다음에도 새누리를 이기기 힘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이 지난 7·30 재보궐선거에 이어 또 다시 새누리당에 패배하자 또 다시 야권 재편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이 참패를 겪은데다 천정배 의원이 원내로 진입하면서 호남 계파가 득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서였다. 재보궐선거 당일 새누리당 선거상황실에서 앞서의 고위 당직자도 관악을에서 정동영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의 표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은근히 드러내기도 했다. 이 당직자는 “솔직히 말해서 정동영 후보 표가 많이 나와야 한다”며 “정동영 표가 많이 나와야 표가 갈라지기도 하고 혹시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가 안 되더라도 정동영이 되는게 우리한테는 훨씬 낫다”라고 귀띔했다.
또한 개표 방송을 보는 새누리당 선거상황실에서 당지도부가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본 지역구가 광주였다. 당지도부는 천정배 의원의 승리를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천 의원이 국회로 화려하게 복귀하면서 새정치연합의 분열의 촉매가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지난 7·30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패배하자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는 책임을 지고 총사퇴한 바 있어 문재인 새정치연합 당대표를 포함한 지도부가 총 사퇴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선거 다음날인 지난달 30 기자회견 자리에서 정면돌파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 대표는 “당을 살려내는 게 진정한 책임”이라며 사퇴의사가 없음을 확실히 하며 야권 재편 가능성을 일축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야권 재편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현재 새정치연합에선 문재인 체제를 흔들 에너지 자체가 없고 당장 다른 선택지도 없으며 지긋지긋한 비대위를 다시 꾸릴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표가 계파 청산 노력을 더욱 본격화할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문재인 대표가 그간 인사나 다른 면에서 탈계파를 위한 노력을 쏟은 것은 사실이지만 표심이 그 노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윤 실장은 “문재인 대표가 호남과 계파 문제에 대해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한다. 하지만 그 방향이 ‘당내 소계파들과 화합’ ‘기득권 보장’ ‘동교동 우대’로 간다면 최악이다. 민생우선 기조를 놓치지 말아야 하고 계파를 막론한 과감한 물갈이를 준비해야 한다. 안 좋은 것을 고치고 좋은 것을 지켜야지, 그 반대가 되선 안 된다. 어차피 총선에서 실패하면 대권도 없다. 억지로 경선에서 이긴다고 해도 본선에선 또 지게 되어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문 대표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한다고 하더라도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문 대표가 새정치 내부 단속 노력에도 불구하고 화려하게 여의도로 돌아온 천정배 의원의 선택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천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리틀 DJ들을 공천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표방하고 있다.
새정치의 향방은 천 의원이 원내 진입 후 본격적인 활동을하면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천 의원의 깃발 아래 새정치 의원의 탈당까지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천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재보궐선거 승리의 배경을 ‘민심’으로 꼽았다. 천 의원은 “이번에 제가 무엇을 했다기보다는 광주의 민심이 절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