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몽정기2>의 한 장면. | ||
1시간 정도 이런 저런 체위로 섹스를 한 다음 그녀는 말했다. 아직 사정을 하지 않은 채였다. 몸과 마음은 앞으로 한참을 더 즐길 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빠듯했다. 할 일이 있었고 그것도 오늘 밤 안에 해야만 했다. 사정 한 뒤에도 다시 할 순 있었다. 하지만 성감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지금 한번 하고 또 하자’는 쉽게 빠지기 쉬운 유혹이지만 결과는 실망스럽다.
그녀는 자꾸 사정을 하고 가라고 말했다. 마치 그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서비스라도 되는 양 그녀는 갈 때 가더라도 만족시켜주고 싶어 했다. 다시 짜릿한 느낌이 전해져 왔다. 이번 섹스는 처음 섹스보다 조금은 더 부드러웠다. 그녀 등 너머로 시계를 잠시 봤다. 이제 갈 시간이다. 그 때 다시 그녀가 외쳤다. “지금 해줘!”
급히 샤워를 하고 나오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사정해달라고 했어?” 솔직히 자고 가지도 못 할 거면서 사정만 한다면 그건 너무 무책임한 일 같아서였다. 미안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냥 난 너무 좋았는데 너도 가장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어서.”
<몽정기2>는 여고생들의 성적인 판타지를 다루고 있다. 그녀들은 남자들과의 섹스가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사랑스러울 거라고 상상한다. 섹시하다는 게 여자의 무기라는 걸 알지만 동시에 섹스 자체만큼은 정감 있었으면 한다. 새로 온 체육 교생 선생님을 대상으로 한 그녀들의 무차별 육탄 혹은 애정 공세도 알고 보면 남자와의 섹스가 사랑스러울 거라는 믿음 덕분이다. 하지만 <몽정기2>의 주인공들이 지닌 섹스 판타지는 말 그대로 판타지다. 남자들이 사정을 한 다음 여자를 돌봐줄 때는 그녀를 사랑할 때뿐이다. 흥분이 가라앉고 머리가 맑아지면 열정과 애정은 사라진다.
결국 남자를 휘어잡는 건 사정을 하지 않게 하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열정에 빠지고 애정을 느끼도록 하면 남자는 여자에게 매달린다. 그건 절묘한 줄다리기다.
그녀는 사정해 달라고 애원했고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끝을 봤다. 미안한 마음, 그리고 무관심이 뒤섞인 상태에서 그녀 방을 나왔다.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늘 섹스 너무 좋았어. 조심해서 가.” 답장을 하지 않았다.
지형태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