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해신>의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완도군 군외면 불목리에 지어진 ‘신라방’. 눈보라가 펄펄 날리던 촬영장의 분위기는 드라마의 인기만큼이나 열기가 넘쳤다.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좋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 애쓰던 스태프들과 연기자들, 수십 명의 엑스트라까지 모두가 일사불란했다. <해신> 촬영장의 열기와 카메라 밖 모습을 담아본다.
2월3일 오후 1시 반. 기자가 현장에 도착하자 스태프들은 손가락으로 입을 ‘쉬’하고 가리며 조용히 해달라는 사인을 보낸다. 언제나 그렇듯 촬영장은 발걸음 소리마저 조용히 해야 할 만큼 긴장된 분위기다. 누군가 ‘기침’ 소리를 내도 곧바로 NG다. 한 매니저가 실수로 가방을 떨어뜨리고 무안해 했지만, 다행히 큰소리가 나지 않아 별탈이 없었다.
이제 한 장면만 마무리하면 드디어 점심시간이다. 아침 8시부터 언 손을 호호 불며 촬영을 진행하고 있던 스태프들은 ‘숨죽이며’ 나머지 한 신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 얼추 모여 있는 인원만 족히 50명은 돼 보였다. 촬영장 한켠에선 분장을 모두 마친 엑스트라들이 옹기종기 보여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 1.조심 촬영 틈틈이 분장을 손질하는 것은 기본, 2. 점심식사 후 가장 먼저 도착해 대기중인 최수종, 3. 카메라 앞에선 깜찍한(?) 대한민국 공식 ‘브이’포즈, 4.두툼한 코트로 추위를 견디는 채정안, 5.좀더 실감나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재촬영. | ||
후 2시 반. 식사를 마친 촬영팀들이 한두 명씩 다시 모여들었다. 이미 엑스트라들은 모두 대기중이었고, 주연배우 중 가장 먼저 도착해 준비하고 있는 이는 주인공 장보고 역의 최수종이었다. 옷차림새와 가발상태, 수염모양새 등을 점검하느라 그의 주변엔 분장사들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잠깐 ‘사진촬영’을 요구했으나 그의 대답은 아쉽게도 NO.
“저는 항상 완성된 모습만을 시청자들께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분장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보여드린 적이 없어요. 분장하는 모습만 빼고는 마음대로 찍으셔도 됩니다.(웃음)”
이날 촬영분은 설 연휴가 지난 다음 주에 방영될 23부 장면이었다. 그나마 설 때문에 한 주 쉬어가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 <해신> 팀은 매주 월~화요일엔 수원 KBS 실내세트장에서, 수~일요일엔 완도에서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대본도 늦게 나오는 상황이라 촬영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드디어 슛. 간간이 수다소리가 들리던 촬영장엔 다시 적막이 흘렀다. 들리는 소리라곤 연기자들의 숨소리와 말소리뿐. 세트장 내의 ‘설평상단’ 앞이다. 최수종과 채정안(채령 역), 김흥수(정년 역)가 카메라 앞에 섰다. 전장으로 떠나는 장보고가 채령에게 “대인어른(설평 역 박영규)에게 대신 얘기를 전해 달라”는 말을 전하고 걸어 나가는 장면. 그러나 장보고의 위엄이 느껴지는 걸음걸이는 카메라 밖으로 빠지자 ‘돌변’했다. 최수종이 깡충깡충 뛰어나가며 주변의 스태프들을 웃기고야 만 것. 그의 장난기는 사극현장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었다. 연기할 때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지만, 이렇듯 카메라 밖에서의 최수종은 현장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노련미를 발휘한다. 촬영 스태프 중 한 사람은 “최수종씨가 분위기 메이커”라며 추켜세우기도 했다.
오후 4시가 좀 넘었을 무렵, ‘낮신’ 촬영이 모두 끝났다. 이제 연기자들은 날이 저물 때까지 기다려 ‘밤신’을 이어 촬영해야 한다고 한다. 이들이 완도에서 머물고 있는 숙소는 근처의 모텔. 스태프들과 연기자들은 제각각 숙소나 차 등 몸을 녹일 곳을 향해 뿔뿔이 흩어졌다. 언제나 그렇듯 사극 야외촬영장은 유난히 춥다. 전깃줄이 보이지 않는 외딴 곳에서 찍어야 하니 황량한 곳에서 촬영하는 일이 다반사. 그러나 <해신>의 인기 덕분인지 스태프들과 연기자들 모두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기자가 찾은 날엔 관광객들의 입장이 허용되지 않았지만, 촬영 장면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는 날이면 분위기는 더욱 들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