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의 이러한 ‘치고 빠지는’ 전략은 과거 개헌론 발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김 대표는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개헌은 경제블랙홀을 유발할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직후였다. 청와대가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자 김 대표는 “오해였다. 대통령께 사과한다”며 한 발 뺐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 사과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자신의 발언이 어떤 파장을 미칠지 잘 알고 있는 김 대표가 사전에 치밀한 계산을 거쳐 개헌론을 꺼냈던 것으로 풀이됐던 까닭에서다.
정치 전문가들은 김 대표가 당분간 이러한 스탠스를 유지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때로는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김 대표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도 “김 대표는 명실상부 차기 주자다. 현직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 단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집권당 대표로서 국정에 협조하는 것은 기본이겠지만 사안에 따라선 박 대통령과 싸우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고 귀띔했다.
이런 가운데 여의도에선 이른바 ‘김무성 친위대’가 관심을 끌고 있다. 김 대표 주변에 그의 대권가도를 도울 의원들이 포진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당 대표 취임 후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던 친위대는 4·29 재·보궐 선거 이후 초선을 중심으로 그 수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기엔 비박계는 물론 친박계 의원들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아직 세력화가 되지는 않았지만 여권 내부에선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상태다.
이들은 여러 현안에 대해 김 대표 옹호 발언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서슴지 않는다. 박 대통령과 직접 부딪히기를 꺼려하는 김 대표에겐 큰 힘이 되는 ‘우군’인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친박계 의원은 “김 대표 힘이 워낙 세지니깐 따르는 의원들도 늘어나는 것 같다. 친박 중에서도 공공연히 김 대표로 갈아탔다고 말하는 의원들이 있다”면서 “결국은 내년 총선 공천 때문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