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 치유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마우리치오 에스트렐라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아내와 이혼한 후 한동안 절망감에 빠져 지냈던 그는 어느 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비밀번호를 재설정하라’는 메시지를 마주했다. 그러자 그는 즉흥적으로 비밀번호를 다음과 같이 바꿨다. ‘Forgive@h3r’, 즉 ‘그녀를 용서한다’는 의미였다.
그 후로 그는 매일 컴퓨터 앞에 앉을 때면 이 문구를 비번으로 입력해야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마법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어느덧 ‘그녀를 용서한다’는 문장은 그에게 주문처럼 되어 버렸고, 이제는 더 이상 이혼의 아픔으로 슬퍼하지 않았다. 덤덤히 현실을 받아들이게 됐던 그는 점차 기분이 좋아지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바꾼 비번으로 삶이 달라지자 그는 곧 다른 비번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Quit@smoking4ever’ 즉, ‘평생 담배 안 피우기’라는 비번으로 바꾸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놀라운 효과가 나타났다. 실제 그는 평생 숙제였던 금연에 성공했다. 그 후로 그는 매달 새로운 비번을 설정하면서 인생을 하나하나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가령 ‘태국 여행을 위해 저축하기’ ‘자정이 되기 전에 잠자리에 들기’ 등과 같은 것들이었다.
이런 ‘비번 효과’에 대해 샐포드대학의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인 앤디 미아는 “비밀번호는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컴퓨터에 입력하는 번호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우리에게 추억과 꿈을 향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작은 도피처와 같은 역할도 한다. 가령 사무실 책상 앞에 붙여놓은 사진처럼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