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기자 jhlee@ilyo.co.kr | ||
KBS <부모님 전상서>에서 ‘둘째 며느리’역으로 열연중인 이민영은 극중에서의 역할 때문에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하소연을 했다. 그가 연기하고 있는 ‘미연’은 요즘 형님(송선미)과 ‘동서 갈등’을 겪으며 드라마의 재미를 더하고 있는 인물. 그러나 앞으로는 차츰 화해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고 귀띔한다. 지난 18일 사진작가 이병동씨의 ‘Studio CUS’에서 화보 촬영중인 이민영을 만났다.
사실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라고 해서 걱정이 더 많았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KBS <부모님 전상서> 제작발표회장에서 만났을 때도 다소 긴장된 듯한 모습이 역력했었다. 기자가 당시의 분위기를 전하자 “꼭 한 번은 김수현 선생님의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인지 기대만큼 걱정과 주눅이 들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대본 연습에 김수현 선생님이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어요. 처음엔 그 카리스마에 압도가 되더라고요. 어느날 선생님이 절 부르시더니 ‘요즘 미연이가 욕을 많이 먹더라. 자기들은 다 형님한테 잘하나보지’라며 두둔해 주시더라고요. 그 말씀을 듣고 주눅들어 있다가 큰 힘이 됐지요.”
‘고부 갈등’을 그린 드라마는 많았으나 <부모님 전상서>에서는 요즘 ‘동서 갈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 티격태격 싸우는 모양새는 아니지만, ‘아우’인 이민영의 무뚝뚝함이 일부 시청자들의 눈총을 받고 있기도 하다. 만약 미래 극중에서와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그는 어떻게 대처할까.
▲ <며느리 전상서>의 이민영(왼쪽)과 송선미. 둘은 동서지간의 미묘한 신경전을 연기중이다. | ||
대선배들인 송재호, 이해숙과 함께 연기하면서 배우는 점도 많다고 한다. 극중에서처럼 실제로도 자상히 이것저것 챙겨주는 선배들 덕분에 이민영은 ‘대가족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절감한다고 말했다.
이민영은 어느 새 데뷔 10년차 대열에 접어들었다. 1994년 공채 탤런트 23기로 데뷔했으니 경력으로만 치자면 이제 중견(?)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안재욱, 최지우 등이 동기들인데 이들과는 계속 끈끈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 경조사가 있을 때마다 서로 꼬박꼬박 챙기고, 지난해엔 10주년 기념MT까지 다녀왔다고 한다.
“양수리에 있는 박원숙 선배님의 펜션으로 놀러갔는데요. 가서 고기 굽고 안주 만들어 먹고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몰라요. 새벽이 되도록 아무도 자지 않는 거예요. 웃긴 춤추면서 막 떠들고 놀았어요.(웃음)”
이민영의 ‘얼굴’에 대해 어떤 사람은 ‘남자와 여자의 선호도를 모두 만족시킨다’는 평을 하기도 한다. 이 얘기를 건네자 “정말요?”라며 솔깃하던 그는 “사실 콤플렉스가 너무 많아서 고민”이라고 털어놓는다. 그 중 하나는 발이 유난히 못 생겼다는 것. 이민영은 “발은 어디 가서도 내놓고 싶지 않다”며 웃음을 보였다.
아직까지 이민영을 94년 김혜수와 함께 출연했던 일요드라마 <짝>에서의 ‘스튜어디스’ 이미지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어린 시절 이모가 신문에서 우연히 본 ‘아역탤런트’ 모집 공고에 응시했다가 가장 어린 나이에 1등으로 당선됐고, 잠깐 아역활동을 하기도 했지만 배우가 처음부터 꿈은 아니었다.
이민영을 가까이서 본 느낌은 차분한 화면 속 이미지 그대로였다. 기자와는 ‘첫 만남’이었지만 따뜻했던 이민영과의 대화 중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말은 이런 내용이었다.
“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상에 서본 적이 없어요. 말 그대로 ‘반짝스타’였던 것도 아니고요.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제가 어떤 역을 하더라도 보시는 분들이 편하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아요. 여배우가 서른을 넘기면 맡을 배역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저는 지금처럼 꾸준하고 느리게 제 길을 걸어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