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노당 권영길 후보는 TV토론회에서 타 후보와는 차별화 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성공, 대중적 기반을 두텁게 하는 성과를 거뒀다. | ||
3김구도의 몰락, 국민경선을 통한 대선후보 선출, 노동자 정치세력의 중앙무대 진출, 미디어선거 활성화 등 16대 대선을 둘러싼 역동적 정치상황은 이회창 노무현 두 후보만을 띄워주기엔 너무도 그 여파가 컸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 보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급부상이 단연 돋보인다. 당초 권 후보는 언론에 의해 ‘군소후보’로 분류된 바 있다. 언론으로부터 당선가능성이 희박한 주자로 수식됐다는 것이다. 지금도 권 후보의 일정은 이한동 장세동 등 기타 후보들과 함께 ‘군소후보들’이란 제목 하에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16대 대선을 맞는 권 후보에겐 다른 군소후보들과의 뚜렷한 차이점이 보인다. 이회창 노무현 두 유력후보와 함께 TV토론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선관위가 국고보조비를 받는 정당 후보에 한해 TV토론 출연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내리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자민련을 크게 앞지르며 지지율 8.7%를 획득했던 데 이어 민주노동당 권 후보로선 감개무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TV토론 출연으로 권 후보는 하루가 다르게 그 입지를 높여간다는 평을 듣는다. 이른바 ‘권영길 효과’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번 대선이 이회창 노무현 양강의 박빙 승부로 점쳐지면서 권 후보 지지율이 대선 승부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권 후보 이미지가 TV를 통해 어필되면서 특정 후보의 지지율을 갉아먹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권 후보측은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2004년 총선에서 원내 진입의 꿈을 부풀리고 있다. 민주노동당측은 권 후보의 기호가 4번인 것을 들어 “지지율은 3번째로 높은데 행여 유권자들이 기호 3번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 구호를 ‘4번타자 권영길’로 정했다”고 밝힐 정도.
▲ TV토론회진행자인 염재호 교수도 깔끔한 진행 으로 호평 | ||
첫 TV토론을 진행한 고려대 행정학과 염재호 교수에게도 관심의 눈길이 쏠린다. KBS MBC SBS 등 전체 공중파 방송사와 YTN을 통해 방송된 대선후보 TV토론 진행을 맡은 염 교수에게 시선이 몰리는 것은 바로 정범구 의원의 전례 때문이다.
지난 97년 대선에서 대선후보 TV토론 사회자를 맡아 차분하고 명료한 진행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정 의원은 2000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영입돼 경기 고양•일산 갑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유력 대선후보들의 합동토론을 진행하는 자리인 만큼 유권자들의 ‘눈도장’을 미리부터 확실하게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염 교수는 이미 지난 6월 유명세를 떨친 바 있다. 고려대학교 총장 선임을 둘러싼 재단과 교수협의회 간의 대립 당시 교수협의회 ‘김정배 총장 연임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부위원장을 맡아 언론과 인터뷰를 도맡아 했던 것.
지난 6월의 함성 한가운데 서 있었던 록그룹 윤도현밴드 역시 이번 대선전을 통해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6월 월드컵 당시 열풍을 일으켰던 노래 <오 필승 코리아>가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 로고송으로 결정되면서 매일같이 거리에서 윤도현밴드의 노래가 울려 퍼지게 된 것이다.
당초 한나라당 민주당 모두 <오 필승 코리아>를 로고송으로 쓰기 위해 치열한 로비전을 벌였다. 그러나 붉은악마 판권 대행사측에서 최저 입찰가를 2억원으로 부르고 윤도현밴드측이 출연료에 대해 20억원을 제시했다는 것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오 필승 코리아>는 월드컵의 함성으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오 필승 코리아>는 결국 노무현 후보의 로고송으로 사용되게 됐고 윤도현밴드는 월드컵에 이어 대통령선거에서마저 자신들의 노래로 길거리를 물들이게 됐다. 역사에 남을 2002년 양대 이벤트를 자신들의 노래로 물들이게 된 셈이다. 하지만 윤도현밴드는 선거전에 직접 뛰어드는 일부 연예인들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진다.
▲ 윤도현 밴드 | ||
위 인사들처럼 얼굴이 널리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이번 대선을 통해 가치를 한껏 올린 전문가 집단이 있다. 바로 각 언론사와 전문조사기관의 여론조사전문가들이다. 민심 파악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여론조사를 통해 이들 전문가들은 수시로 대선후보 지지율을 발표하면서 유권자들의 이목을 붙잡는 인사들이 됐다.
역대 어느 선거보다 미디어를 통한 선거전이 활성화된 탓이다. 이들은 이미 민주당 국민경선 때부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 김행씨는 유력대선후보였던 정몽준 의원의 국민통합21에 대변인으로 영입되기도 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은 물론 각 언론사를 비롯해 한나라당 민주당 양당 역시 여론조사를 통한 정보전에 힘을 쏟고 있다.
덕분에 여론조사전문가들은 어느 때보다 ‘귀하신 몸’이 됐다는 평을 듣는다. 한 여론조사기관의 관계자는 “대선에 나설 후보가 최종 확정된 시점이 다른 대선 때보다 늦었기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주는 흥미가 다른 선거 때보다 더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선후보 등록 시점 이후부터 선거일까지 지지율 조사결과 발표가 금지돼 있는 현행 선거법은 국민의 알 권리 침해”라 지적한다. 특히 이번 선거의 경우 언론을 통해 마지막으로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가 후보단일화 직후의 것이라서 대선을 불과 10여 일 앞둔 현 시점의 민심 향배와는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외국의 사례를 들며 “71년 이후 처음 치러지는 양강구도의 대통령선거에서 유권자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라도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선거일 직전까지 가능해야 한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