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역 | ||
아직까지는 ‘또 하나의 지역당을 만들어 정치를 퇴보시킨다’는 따가운 비판이 우세한 편. 하지만 수도이전이 행정도시로 ‘축소’돼 충청 민심이 여권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고, 지역을 대표하는 새로운 정당이나 인물이 나와야 한다는 전통적 사고도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충청도에 불고 있는 중부권 신당론의 돌풍 가능성을 긴급 취재했다.
마지막 꽃샘 추위에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던 지난 3월11일, 심대평 충남지사의 중부권 신당론에 대한 대전 시민들의 첫 반응은 시큰둥했다. 충남도청 앞에서 만난 정아무개씨(60)는 심 지사 탈당 뒤 불거지고 있는 중부권 신당론에 대해 “예전 자민련 바람만 하겠느냐”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글쎄… 아직 (신당 창당에 대한) 구체적 안이 나오지 않아서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예전 자민련 바람만큼 되겠는가. 사실 심 지사가 돈이 얼마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돈이 ‘솔차니’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자민련에서 몇 사람이나 심 지사에게 갈지 아직 모른다. 신당 바람이 분다고 해도 예전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처럼 파괴력이 있을지 의문스럽다.”
심 지사가 탈당 명분으로 내세운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있었다. 도청 앞에서 만난 택시기사 권해경씨(54)는 이에 대해 “여당이 그렇게 힘을 써도 안 되는 일을 무슨 힘으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심 지사가 정치적 발판을 넓히기 위해 신당을 창당하는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 문화거리 | ||
하지만 심 지사 탈당에 대한 다양한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충청 민심의 바닥에는 ‘새로움’을 원하는 기류도 꿈틀거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민선 3선 관록의 심 지사에 대한 짙은 신뢰가 깔려 있었다.
도청 근처에서 가게를 하고 있는 한 시민은 이에 대해 “심 지사가 아마 다음 지사 선거에 나올 수 있다면(3선 이상 금지) 또 다시 당선될 것이다. 신당은 아직 모르겠지만 심 지사의 능력이나 인품을 보고 판단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신당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만 기대는 해봐야지”라고 말했다.
대전 시청 근처에서 만난 자영업자 구경렬씨(48)도 신당 바람에 대해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는 “아직까지 신당 창당에 대한 특별한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뜨거운 바람은 없다. 하지만 중부지역을 대표하는 정당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충청도를 대표하는 인물이 사실 있어야 낫지 않겠나”라면서 “이인제 의원이 처음 나올 때만 해도 얼마나 신선했나. 심 지사가 이인제씨를 대신해서 나설 수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대전역에서 만난 회사원 김아무개씨(45)는 “충청은 언제나 영호남 틈바구니에 끼어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수 없었다. 여당이 행정수도 이전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했고 한나라당도 우리를 표로만 생각할 뿐 지역 문제에 관심이 없다. 그리고 참여정부 들어 충청 인사들이 푸대접을 받고 있다고 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 있는 정치 결사체가 꼭 있어야 한다. 신당이 성공적으로 창당된다면 큰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 아산시청 | ||
아산역 앞에서 만난 김아무개씨(농업·65)는 “충청도도 인물이 있어야 한다”고 전하면서 “아직 여기는 자민련 향수가 강하긴 하지만 심 지사가 힘을 발휘하면 이번 재보궐에 무슨 변화가 크게 있을 것으로 본다. 충청도 핫바지라고 해도 선거철이 되면 아무래도 우리 지역을 잘 대변하는 사람을 지지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충청 민심은 빨리 끓어오르는 ‘냄비’가 아니라 서서히 달아오르는 ‘돌솥’과 같은 데 그 파괴력이 있다. 한 아산 시민의 말은 앞으로 ‘충청도의 힘’이 핫바지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하는 것 같았다.
“글씨유, 아직 신당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가 나오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유. 여기서는 ‘그리유’ 하면 그런 것 같기도 허구 아닌 것 같기도 허구, 그런 곳이 충청도예유. 속에 있는 말을 잘 하지 않지유. 그게 죽이는 것이유. 아직까지 바람은 없는 것 같아도 나중에 찍을 때 보면 판단을 잘 하지유. 어떻게 보면 굉장히 똑똑한 사람들이지유. 바람이 확 불면 확실하게 밀어주지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