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사중’ 정문(왼쪽)괴 에로비디오 세트장 ‘공사중’은 감옥, 교실 등의 7가지 컨셉트로 내부를 꾸몄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이런 분위기는 지난 2월11일 문을 연 ‘한국 최초’의 에로비디오 세트장에서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드라마나 영화의 세트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영세한 시설과 규모였지만 쉴 새 없이 들려오는 신음소리에서 에로업계의 새로운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국내에 처음 선을 뵌 에로비디오 제작 세트장의 이름은 바로 ‘공사중’이다. 에로비디오의 핵심인 베드신 촬영에서 배우의 ‘공사’(특정부위 노출을 피하기 위해 가리는 것)는 필수 준비요소.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공사중’이란 얘기는 곧 ‘에로비디오 촬영중’을 의미한다.
부천 역곡동에 위치한 ‘공사중’ 세트장을 찾은 기자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실제 공사장에서 쓰이는 ‘공사중’ 표지판이었다. 명패 삼아 붙여둔 공사중 표시판을 뒤로하고 세트장으로 들어서니 공사 현장의 소음 대신 격정적인 여배우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현직 에로배우인 하지만씨가 설립한 ‘공사중’ 세트장은 침실, 학교, 사무실, 감옥, 병원, 한옥, 스튜디오 등 총 7개의 컨셉트로 꾸려져 있다. 기자가 이곳에 도착한 시각, 침실 세트에선 베드신이 한창 촬영되고 있었다. 촬영에 몰두하고 있는 남자 주인공이 바로 이 세트장의 대표인 하씨.
건물 지하실을 임대해 꾸려진 관계로 공간은 협소하고 세트장 역시 영세했다. 하지만 자세히 둘러보니 작은 소도구 하나하나에서 정성을 기울인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중고가구판매점, 병원이나 학교기자재 판매점 등을 돌아다니며 마련했다는 각종 소도구는 세트의 현실성을 높이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병원 세트에는 실제 MRI 사진까지 걸려 있는데, 이는 무릎을 다쳤을 당시 촬영한 본인의 MRI 사진이라는 게 하씨의 설명.
▲ ‘공사중’을 설립한 하지만씨. | ||
이날 ‘공사중’에선 모바일 성인 콘텐츠 제작이 한창이었다. 현장 촬영을 진두지휘하던 한 프로듀서는 “우선 편하게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모텔이나 펜션을 빌릴 경우 촬영에 맞게 별도의 준비를 해야 하는데 여기엔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면서 “가격은 모텔이나 펜션을 빌리는 경우와 비슷하지만 기름값을 비롯한 기타 경비를 절약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곳 이용료는 2시간에 5만원, 40만원이면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다.
이날 ‘공사중’에선 7개의 세트를 돌아가며 각각의 컨셉트별로 베드신이 촬영됐다. 기자가 도착했을 당시 침실에서 진행중이던 촬영은 하씨와의 인터뷰가 끝난 뒤 병실에서 재개됐다. 어느새 여배우는 간호사 의상으로 갈아입은 뒤였다. 다양한 상황설정을 위해서는 7개의 세트가 조금은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공간이 협소한 관계로 더 이상의 세트를 만들 수 없어 매달 두 개씩 세트를 교체하고 있다고 한다.
하씨의 꿈은 이 세트를 활용할 배우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다. 물론 경영자의 입장에서 수익을 고려한 바람이기도 하지만 에로업계 중흥을 바라는 업계종사자로서의 욕심이 더 크게 느껴졌다.
“현재 에로배우로 활동중인 이들은 남자 10여 명에 여자 30여 명 정도로 채 40명도 되지 않는다. 앞으로 에로업계가 발전을 거듭해 수백 명의 에로배우들이 맹활약을 펼치며 한국 성인 문화를 주도해나갈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세트장을 오픈한 가장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