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애의 드라마 <해신> 속 단아한 모습과 영화 <가족>의 당돌한 모습 사이에는 앞으로 더욱 커나갈 배우의 모습이 숨겨져 있는 듯하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일주일을 정신없이 보내고 있는 수애를 만나기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어렵게 시간을 낸 수애와 마주앉아 차분하고 진지한 얘기를 나누며 연기자 수애의 진짜 모습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지난 4월4일 KBS 수원 드라마제작센터. <해신>팀은 월요일과 화요일엔 주로 이곳에서 세트촬영을 하고 있다. 대기실에 들어서자 수애가 손거울을 들고 얼굴을 살펴보고 있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입가에 커다란 뾰루지가 돋아나 있다. 일주일에 6일은 해신을 촬영하고, 나머지 하루는 곧 들어갈 영화준비를 하고 있다니 몸이 고단할 만도 하다. 거기에다 얼마 전에는 CF촬영으로 바쁜 스케줄을 쪼개 호주에 다녀오기도 했다.
“얼굴에 뭐가 나서 연기할 때 신경 쓰이겠다”고 말하자 수애는 “저보다는 카메라 감독님이 신경을 많이 쓰시죠. 얼른 없애 달라고 하시는데, 분장만으로 커버가 안돼요”라며 웃음을 보인다.
수애는 <해신> 촬영으로 인해 전남의 완도 야외세트장을 일주일에 한 번씩 오가고 있다. 그 여정이 만만치 않아 촬영팀들은 한번 가면 3~4일 동안 숙박을 하기도 한다.
▲ 일요신문을 들고 있는 수애. | ||
지난 2002년 MBC 베스트극장 <짝사랑>으로 데뷔한 수애는 데뷔 9개월 만에 MBC <러브레터>와 <회전목마>에서 주연을 꿰차고 지난해엔 영화 <가족>의 주연을 맡으며 연말 방송상과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해신>의 ‘정화’ 역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정작 수애는 “촬영장에만 머물고 있어 (인기에 대한)큰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간혹 인터넷에 들어가 팬들의 반응을 살피며 약간의 섭섭함과 크나큰 행복감을 만끽하는 게 전부라고.
특히 정화와 장보고(최수종 분), 염문(송일국 분) 세 사람의 관계에 대한 팬들의 반응이 팽팽히 나뉘어 있다는 걸 수애는 잘 알고 있었다. 이에 대한 수애의 생각이 궁금했다.
“저한테는 장보고와 염문 두 사람이 다 중요해요. 그런데 장보고에 대한 감정은 사랑이고 염문에 대해서는 연민을 느끼는 거잖아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몰라요. 작가분도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으신 것 같아요.(웃음)”
그렇다면 만약 극중에서처럼 ‘삼각관계’에 놓이게 된다면 수애는 어떻게 할까. 그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실제라면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택하겠죠”라고 답했다. 그러나 여자라면, 염문의 사랑과 같은 애절한 사랑을 받게 된다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그런 경험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수애는 “네, 없어요. 만약 누군가가 저를 애절하게 사랑해주면 어떻게 해야 되지? 제가 떠나야 하나요?”라며 환하게 웃는다.
수애는 또래 연기자들에 비해 성숙하고 차분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껏 해왔던 작품에서도 대부분 발랄하기보다는 차분한 역할을 주로 해왔다.
수애는 사극을 연기하면서 여러 선배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사실에 대해 감사한다고 표현했다. 최수종, 채시라와 같은 쟁쟁한 연기자들을 보며 배우는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수애는 “선배님들은 그저 옆에 계시기만 해도 느껴지는 게 있어요. 그냥 옆에서 숨소리만 들어도 제게 와 닿는 게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수애를 만나본 느낌은 화면에서처럼 차분했다. 질문을 하나 던지면, 한번 호흡을 가다듬고 생각을 거른 뒤 대답했다. 그러나 평소의 모습은 이런 분위기와는 또 다르다고 말한다.
“제 안에는 영화 <가족>에서 보여준 것처럼 당당한 모습도 있고, 차분함도 있어요. <가족> 찍기 전에 주변에서 우려하시는 분들이 참 많았어요. 네가 전과4범 역할을 할 수 있겠냐면서요. 그렇지만 저는 자신 있었거든요. 막상 영화가 완성된 뒤에는 다들 보시고 ‘참 잘 어울린다’고들 말씀하시더라구요.(웃음)”
한편 인터뷰 중 ‘자미부인’ 역으로 열연하고 있는 채시라가 대기실로 들어왔다. 채시라는 “수애는 평소 모습도 나이에 비해 아주 성숙하다. 실제 성격도 정화 못지않게 어른스럽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선후배 사이면서도 마치 친자매처럼 끈끈한 정을 나누고 있는 여배우들이었다.
인터뷰 때마다 홍콩배우 ‘장만옥’을 너무 좋아한다고 말하는 수애. 그를 통해 장만옥 이상의 안정감과 연기의 깊이를 느낄 수 있어 행복했던 한낮의 인터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