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용준. | ||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현직 캐스팅 관계자들이 손꼽은 선호도가 가장 높은 배우는 배용준과 김태희로 나타났다. 특히 배용준은 남녀 배우를 통틀어 유일하게 두 자리 숫자인 10명의 지지를 받았다.
남녀 배우 별로 나눠 그 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남자 배우의 경우 20%의 지지를 받은 배용준의 뒤를 이어 최민식 설경구 장동건이 공동 2위(12%)에 올랐다. 정우성(10%) 원빈(8%) 등이 그 뒤를 이었고 에릭 소지섭 조인성 등도 6%의 지지를 받았다.
여자 배우의 경우 김태희(14%)에 이어 심은하가 12%의 지지를 받아 2위를 차지했다. 이미 공식 은퇴를 선언한 지 3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심은하는 여전히 캐스팅 관계자들에게 매력적인 여배우라는 사실이 또 한번 입증된 셈이다. 전지현과 문근영이 공동 3위(10%), 그리고 송혜교 이영애 전도연 등이 8%의 지지로 그 뒤를 이었다. 최근 컴백한 고현정은 예상 외로 6%의 저조한 지지를 받아 손예진 하지원 이효리 등과 함께 공동 8위를 기록했다.
낮은 시청률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세잎 클로버>의 여주인공 이효리는 공동 8위에 올라 연기에 대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영화 <라이어>의 김경형 감독은 “이효리의 섹시함은 기획사에서 만들어낸 이미지였지만 <세잎 클로버>에서의 건강미 넘치는 이효리는 자신의 연기를 통해 부각시킨 이미지”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다음은 흥행성이 보장된 배우에 대해 물었다. 이 또한 배용준이 16%의 지지로 1위 자리에 올랐다. 남녀 구분 없이 진행된 이 질문에서는 상위권 대부분을 남자 배우들이 휩쓸었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권상우가 12%로 2위, 장동건이 10%로 3위를 기록했다. 전지현은 총 8%의 지지를 받아 원빈 설경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심은하 송강호 최민식 에릭 조인성 등이 6%로 공동 7위에 올랐다.
하지만 배우의 흥행성이 드라마나 영화에 미치는 영향력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는 게 답변자들의 공통된 설명이었다. 영화사 마인엔터테인먼트 김익상 대표는 “배우의 흥행성이 일정 부분 도움은 되지만 흥행 보증수표란 없다”고 단정지었다.
중견 배우를 중심으로 한 조연급 배우의 캐스팅 선호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백윤식이 18%의 지지율로 단독 1위 자리에 올랐다. 백윤식의 성공에 대해 김경형 감독은 “탤런트로 오랜 기간 활동해 지명도는 있지만 영화 출연 경험이 없는 실력파 중견 배우들에게 관객들은 참신함을 느낀다”면서 “백윤식, 변희봉 등의 성공 요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분석한다.
2위 자리에는 14%를 기록한 임현식이 올랐고 이문식(10%) 송재호(8%)가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요즘 연기 활동보다는 오락 프로그램 출연에 주력하고 있는 조형기도 6%를 기록하며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조재현, 변희봉, 고두심, 김수미 등은 4%의 지지를 얻어냈다. 이 가운데 송재호와 고두심을 제외하면 모두 코믹한 캐릭터의 배우들. 그만큼 조연으로 출연하는 중견배우들의 감초 역할이 중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인 배우들 가운데 가장 높은 캐스팅 선호도를 기록한 연예인은 인기 가수 출신 배우인 에릭이다. 14%의 지지를 받아 12%를 기록한 김태희 현빈 이다해와 박빙의 승부를 벌인 끝에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조이진과 이청아가 8%로 공동 5위, 이보영과 강혜정이 6%를 기록했다. 이 외에는 장희진과 윤소이가 4%로 10위권에 포함됐다.
흥미로운 부분은 2위를 기록한 김태희다. 캐스팅 선호도에서 여배우 부문 1위를 차지한 김태희는 신인 배우 부문에서도 2위(신인 여배우 가운데 1위)에 올랐다. 김태희의 급성장에 대해 영화사 웰메이드 필름의 변종은 대표는 “김태희의 경우 데뷔 당시부터 가능성을 크게 인정받은 신인인데 이는 로고스필름의 이장수 PD가 발굴한 신인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번 설문을 정리해본 결과 별다른 이변은 나타나지 않았다. 시청자나 관객들이 좋아하는 배우들이 역시 캐스팅 선호도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은 것.
설문 조사에 응한 캐스팅 관계자들은 기자에게 남다른 고충을 호소해서 눈길을 끌었다. 캐스팅 1, 2순위에 오른 후보들을 상대로 캐스팅 작업을 벌일 때 실제로는 배우측의 거절로 인해 4~5순위 배우들을 뽑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 게다가 거듭된 실패로 인해 배우들의 흥행력에 믿음도 많이 사라진 게 현실이라고 한다.
김현준 KBS 드라마 팀장은 “톱스타가 출연해도 실패하는 드라마가 줄을 잇고 있다. 배우들이 자신에게 맞는 캐릭터를 찾고 연기력을 향상시키는 데 더욱 분발해야 한다”는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조성아 기자 zzanga@ilyo.co.kr
신민섭 기자 ksim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