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연기에 있어 ‘망가진다’는 얘기는 곧 기존 이미지의 파괴를 의미하지만 물리적인 관점에서는 신체적 고통을 동반한 악전고투를 의미한다. 소유진의 망가짐 역시 상당한 악전고투를 밑바탕에 두고 있다. 계속되는 맞는 장면으로 온몸에 멍 자국이 또렷하고 머리채를 잡혀 끌려가는 ‘고난도의 연기(?)’까지 선보이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말 타는 연기 때문에 곤욕을 치루고 있다.
“고작 한 시간 승마의 기본기만 배우고 촬영에 들어갔어요. 온몸이 부들부들 떨릴 만큼 무서웠지만 깡으로 버티며 촬영에 임했는데 감독님은 말을 잘 탄다며 계속 말 타는 장면을 늘리시는 거예요. 다음주에 또 한 번 말을 타야 하는 데 정말 걱정이네요.”
지난 2003년 10월 드라마 <좋은 사람>이 종영된 이후 소유진은 연기 활동을 중단하고 ‘대학 졸업’이라는 지상 과제를 두고 최선을 다했다.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소유진은 단 한 학기도 휴학하지 않고 정확히 4년 만에 졸업장을 따낸 특이한(?) 연예인이다.
▲ <귀엽거나 미치거나> 박경림과 함께. | ||
어렵게 졸업장을 손에 쥔 소유진은 1년가량의 휴식기를 가졌다. 가끔 오락 프로그램인 ‘반전드라마’에 출연하며 연기감만 유지했을 뿐이었다.
“다시 연기자로 돌아와 맡은 캐릭터가 진지함을 거부하는 가볍고 즐거운 역할이라 기분이 좋아요”라는 소유진은 “그동안의 좋지 못했던 일들을 다 까맣게 잊고 즐겁게 촬영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그만큼 소유진이 <귀엽거나 미치거나>에서 선보이는 연기 변신은 그에게 ‘행복한 이벤트’인 셈이다.
‘영화광’으로 알려진 소유진은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극장을 찾아 영화를 봐야 직성이 풀린다고 한다. 워낙 자주 극장에 가다보니 이제는 극장 직원들이 자신을 연예인으로 여기지 않을 정도라고. 지금은 친구들과 극장을 찾지만 언젠가 애인이 생기면 당당히 극장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싶다는 바람도 빼놓지 않는다. 말이 나온 김에 결혼에 대한 생각을 묻자 “서른이 되기 전에 결혼을 하고 싶어요”라면서 “결혼은 느낌이라는 데 빨리 느낌이 맞는 사람을 만났으면 해요”라고 대답한다.
이제 스물다섯, 소유진의 이번 변신은 앞으로 보여줄 다양한 연기 색깔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앞으로 또 어떤 변신을 보여줄지 묻자 소유진은 1년여의 휴식기 동안 얻은 연기관이라며 “‘무엇’을 보여줄지보다는 ‘어떻게’ 보여줄지가 더욱 중요한 것 같다”고 얘기한다. ‘어떻게’ 사느냐 보다는 ‘무엇’으로 사느냐가 중시되는 뒤틀린 요즘 세상에서 누구나 한번 쯤 뒤돌아봐야 할 대목이 아닌지. 소유진의 코믹한 연기 변신에서 또 하나의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