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입사원>에서 도도하면서도 섹시한 악녀 서현아 역을 맡은 이소연은 영화 <스캔들>과 드라마 <봄날>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마주앉아서 본 이소연은 화면보다 훨씬 늘씬했다. 머리를 하나로 묶고 이마를 전부 드러냈어도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이 고왔다. <신입사원> 속 ‘서현아’의 이미지는 실제 그의 얼굴에서는 찾기 힘들었다. 배우들이 욕심내면서도 한편 부담스러워하는 악역을 맡은 소감은 어떨까.
“저는 서현아라는 캐릭터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어요. 그렇지만 잘 할 수 있을지 부담이 많이 됐던 게 사실이에요. 현아가 악역이면서도 섹시한 이미지를 풍기고 도도하면서도 지적인 인물이거든요. 머리도 그렇고 의상도 그렇고 현아 역에 어울릴 만한 이미지를 만들려고 많이 고민했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에요.(웃음)”
얼마 전 인터넷 인기검색 순위에서 3일 동안이나 1위를 기록했던 것을 얘기하자, 이소연도 “전 인터넷 들어가 시청자들 반응을 일일이 다 챙겨 봐요. 그거 보고 참 의외였어요. 이 사이트가 이상하다, 그러면서도 좋았죠”라며 웃음을 보였다.
▲ <신입사원> | ||
“한가인씨랑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는 장면은 제일 재미있게 찍었던 기억이 나요. 신입사원들이 오리엔테이션 간 부분은 그 날 하루에 모두 촬영했는데 가인씨랑 싸우는 장면은 거의 새벽녘에 가장 마지막으로 찍었거든요. 슛 들어가기 전에 둘 다 신이 나서 우리 어떻게 싸울까, 하면서 논의(?)했어요.”
이소연은 한가인과는 동갑내기다. 얼마 전에야 서로 말을 놓게 됐다는 두 사람은 촬영장에서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고 한다. 그 위로 ‘에릭 오빠’와 ‘지호 오빠’가 든든히 버티고 있으니 몸은 힘들어도 촬영장 분위기는 언제나 화기애애하다고.
이소연은 ‘이미지’와는 달리 술자리에서도 얌전하고 말이 없는 편이라고 한다. 얼마 전 극중에서 에릭을 ‘꼬시기’ 위해 단란주점에서 춤추는 장면을 찍으며 고역이 대단했다고 털어놓았다.
“영화 <깃>에서 탱고 장면이 있어서인지 다들 제가 춤을 잘 출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정말 아니거든요. 하하. 그 장면 찍는데 제가 뻘쭘하게 마이크 잡고 가만히 서서 노래하는 바람에 NG가 났어요. 결국엔 에릭씨가 이렇게 추라며 직접 시범을 보여주시더라구요. 화면에 나왔던 춤도 딱 세 동작만 배운 대로 한 거예요. 제가 너무 쩔쩔 매고 찍어서 매니저가 우울할 때마다 그 생각한대요 글쎄.”
뿐만 아니라 이어진 에릭과의 베드신도 화제가 되었다. 코믹한 설정 탓에 찍으면서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었다고. 이소연은 “그 베드신은 상황이 너무 재미있어 찍으면서도 한참 웃었어요. 전 언제든 망가질 자신이 있어요”라고 당당하게 얘기했다.
▲ 영화<스캔들> | ||
82년생인 이소연은 CF로 데뷔해 베스트극장, 단편영화 <사랑의 기쁨>과 송일곤 감독의 저예산영화 <깃>에도 출연했다. 얼마 전 ‘술집여자’ 역으로 출연했던 SBS <봄날> 또한 이소연에겐 남다른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봄날>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욕을 많이 먹었다”며 푸념하면서도 그는 자신이 연기했던 캐릭터 하나하나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언젠가 영화에서 조승우씨와 꼭 같이 한번 연기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이소연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청순함과 섹시함을 두루 갖춘, 여배우로선 더할 나위 없는 마스크를 지닌 이소연의 앞날이 더 기대되는 것은 여느 배우들보다 당차고 차분한 그의 성격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