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 ||
연예인의 경우 스포츠 선수나 정치인처럼 활동 정지 기간이 명문화되어 있지 않아 자숙기간이 당시 여론에 따라 달라지곤 한다. 과연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의 자숙기간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지난 몇 년 동안의 사례를 살펴봤다.
우선 음주운전의 경우 자숙기간이 없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음주운전은 2년가량의 자숙기간이 필요한 대형 사고에 속했다. 노출 기피 배우로 알려졌던 신은경이 자숙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앞당기기 위해 노출 연기를 감행했을 정도다. 그런데 2000년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선구자는 탤런트 김지수였다. 2000년 7월 무면허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김지수는 단 3개월 만에 컴백했다. 그것도 동시에 드라마 두 편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어. 한 달 뒤 역시 무면허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지상렬 역시 채 한 달도 안 돼 컴백했다. 그리고 더 이상의 음주운전 관련 자숙기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두 번째로 흔한 물의 연예인은 마약류 관계 사건 연루자다. 이 경우 여전히 자숙기간이 필요하다. 2001년 11월 필로폰 복용으로 구속된 황수정은 지금까지 자숙기간을 갖고 있다. 처벌 강도가 높은 필로폰을 투약한 데다 간통혐의까지 더해졌기 때문. 반면 2002년 3월 엑스터시 복용 혐의로 구속된 성현아는 단 두 달 만에 영화 <보스상륙작전>에 출연했다. 하지만 출연 분량이 많지 않음을 감안할 때 정식 컴백은 2002년 12월 누드집 공개로 볼 수 있다. 공백기는 1년9개월.
2001년 11월 대마초 흡입으로 구속된 싸이는 이로 인해 정상적인 2집 음반 활동을 갖지 못했다. 자숙기간을 갖는 동안 3집 앨범을 준비한 싸이는 2002년 9월 3집 앨범으로 컴백했다. 자숙기간은 10개월. 2001년 12월 대마초 흡입으로 구속된 정찬은 역시 2003년 3월 방영된 MBC 베스트극장 <나나, J를 만나다> 출연까지 1년 3개월가량의 공백기를 가졌다. 황수정을 제외한 마약 관련 다른 연예인의 평균 자숙기간은 1년3개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 이유진(위), 이승연(아래) | ||
지난 2002년 10월 같은 그룹 멤버들끼리 폭언·폭행 사건에 휘말린 샵의 서지영과 이지혜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둘 다 연예계로 돌아왔다. 우선 이지혜가 2003년 8월 KBS 2TV <장미의 전쟁>으로, 서지영은 2004년 11월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컴백했다. 각각 10개월과 2년1개월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것이다. 이들의 경우에 비춰볼 때 연예인 관련 폭행사건의 자숙기간은 1년7개월 정도가 된다.
결과적으로 음주운전은 자숙기간이 없고 마약이나 폭행 사건은 1년 반 정도의 자숙기간이 평균치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가장 컴백이 힘든 경우는 민족감정에 반하는 사안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유승준. 미국 국적을 얻어 병역의무를 회피했다는 이유로 현재 그는 국내 연예계 컴백은커녕 입국도 어려운 처지다. 위안부 누드 파동의 이승연은 김기덕 감독의 <빈집>을 통해 6개월 만에 컴백했지만 이후 활동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병역비리 연루 연예인들 역시 전역 이후 전망이 암울한 편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더욱 무서운 게 바로 ‘괘씸죄’다. 최근 <솔로몬의 선택>을 통해 컴백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이유진은 음주운전보다 단속 경찰관 폭행 혐의(공무집행방해)가 결정적이었다. 음주운전은 자숙기간이 없지만 괘씸죄는 여론이 용서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최근 컴백이 무산된 서세원 역시 괘씸죄가 문제다. 지난 2002년 연예계 비리 사건에 연루된 서세원은 해외도피가 괘씸죄의 적용을 받고 있다. 최근 발발한 김상혁 사건 역시 괘씸죄로 연결되는 분위기라 한동안 연예계 활동이 힘들어 보인다.
대중의 ‘망상증’으로 인해 연예인의 자숙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이용하려는 연예인의 다급함은 괘씸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때 그 사건들
음주운전 | 신은경 1년, 김지수 3개월, 지상렬 한달 - 최근 자숙기간 없음 |
약물사건 | 황수정 아직, 성현아 1년9개월, 싸이 10개월, 정찬 1년3개월, -평균1년3개월 |
폭행 | 윤다훈 1년3개월, 김정균 아직, 이지혜 10개월, 서지영 2년1개월 -평균 1년7개월 |
국민감정 상처 | 유승준(병역의무 회피), 이승연(위안부 누드 파동) |
잘못 +괘씸죄 | 이유진(공무집행방해), 서세원(해외도피), 김상혁(거짓말 논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