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연기 잘하는 배우로 남을 뻔한 하지원은 그의 가능성을 높이 산 기획사 대표의 전략으로 톱스타의 반열에 우뚝 올라섰다. | ||
이같은 의심은 이들의 앞으로 행보를 지켜보면 될 터이고 ‘동물적인 감각’을 지닌 연예 관계자들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오히려 그들의 승부사적 기질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어찌보면 앞으로 행보를 엿볼 수 있는 힌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대표에 대한 이야기다. 훤칠한 키에 귀공자풍의 이미지다. 미국에서 성장을 한 덕에 서구적인 비즈니스 감각까지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부친의 영화배급을 물려받아 한국에서 영화 제작과 배급 그리고 매니지먼트 등을 하며 영화계를 움직이는 중요인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지난 90년대 중반부터다. 마이클 잭슨의 한국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르기도 했다. 다른 사람은 모두 뜯어말린 사업이나 영화제작 그리고 영화배급에 나서 대박신화를 만들어낸 그는 연예계에서 승부사로 불린다.
필자가 보기는 승부사라는 것도 부족한 느낌이다.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지는 일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동물적인 비즈니스 감각의 승부사다. 그와 맥반석 찜질방이라는 곳에 간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그의 ‘생존방식’을 알몸으로 느낀 적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불가마에서 5분도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지만 그는 10분이 되고, 20분이 지나도 불가마에서 나올 줄을 몰랐다. 더군다나 그는 빨갛게 달궈진 맥반석에 머리가 닿 을 정도로 가까이 있었다. 이런 그의 모습을 보고 다른 일행들은 혀를 찼다. 원래 땀흘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인가보다 하고 생각했을 뿐이다.
이 일이 있은 후 6개월쯤 지나 미국에 머물던 그를 LA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갑자기 그 맥반석 찜질방이 생각이 나서 “땀을 흘리는 게 그렇게 좋으냐”고 물었다. 그는 간단하게 의외의 대답을 했다.
▲ 정태원 | ||
“나라고 나가고 싶지 않았겠어요. 옆에 있던 사람이 하도 안 나가서 누가 이기나 한 번 내 자신을 시험해본 거였습니다.” ‘그래서 누가 이겼냐’고 되묻자 그는 “물론 내가 이겼다”라며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내보였다. 이 이야기를 듣고보니 그가 일구는 사업마다 성공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듯했다. 이런 승부사적 기질이 있었기에 국내에서도 대성공을 거둔 영화 ‘반지의 제왕’이 제작되기도 전에 단 10분짜리 프로모션테이프만 보고 ‘반지의 제왕’ 전체 편수에 대한 판권계약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사업방식은 연예매니지먼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안 될 것 같은 연예인을 계약해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지금은 매니지먼트 사업보다는 영화쪽에 주력하고 있지만 한류열풍을 이끌고 있는 최지우 역시 그의 매니지먼트 회사 소속이다.
이와 함께 35억여원으로 코스닥업체의 2대 주주로 나선 하지원 역시 ‘조련사’를 잘 만나 재기에 성공한 케이스다. 하지원의 경우 몇몇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장래성은 인정받았으나 ‘대박감’이라는 느낌을 주지는 못했다.
▲ 한고은 | ||
하지원을 영입한 이후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새로운 이미지 메이킹이었다. 영입 이전에 하지원은 방글방글 웃으며 살갑게 다가오는 것으로 연예 관계자들과 언론 관계자에게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그런 하지원에게서 웃음보다는 단단함을 주문했고 이 같은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면서 고급화에 성공, 각종 영화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는 행운이 주어졌다.
그러나 이처럼 승부사적 기질을 가진 사람만 연예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굴러들어온 보석도 놓친 케이스가 있다. 바로 한고은의 가능성을 제일 먼저 발견한 김광섭씨다. 그는 영화배우 신현준의 친구로 연예계 특히 영화계 관계자들과 관계가 좋았다.
90년대 중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빨간마후라 파문’으로 한창 시끄러울 때였다. 이 테이프를 먼저 구한 한 영화사 사장이 영화계 관계자들과 영화 담당 기자들을 위해 ‘부적절한 시사회’를 열었다. 관계자들이 모여 있다는 소식을 들은 김광섭씨가 새롭게 발굴(?)한 신인 한고은을 선뵈기 위해 영화사에 들렸는데 딱 VTR의 플레이 버튼을 누르려는 찰라였다.
당시 신인 여자 연기자보다는 ‘빨간마후라’ 시사회에 관심이 많았던 영화 관계자들은 “어때요? 마스크 좋죠?”라며 의견을 묻는 김광섭씨에게 대충대충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관계자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그는 신인 연기자 한고은을 영화사 밖으로 데리고 나와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물론 ‘계약을 해야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였는데, 그는 자신이 존경(?)하는 영화 관계자들의 시큰둥한 반응을 존중해 후자를 선택하고 말았다. 보석을 놓친 순간이었다. 만약 그에게 승부사적 기질이 있었다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제쳐놓고 계약을 했을 것이다.
나중에 이 일을 두고 그는 후회스런 마음에 그때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가 그때 이야기를 들출 때마다 당시 ‘빨간마후라’에 눈이 멀었던(?) 사람들은 “너랑 한고은이랑 인연이 아니었던 모양이다”라며 등을 토닥여주곤 한다.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