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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 없음. | ||
방송국에서 보통 봄, 가을에 있는 두 번의 개편 시기는 제작진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때다. 특히 수명이 짧은 연예, 오락프로그램의 경우 그 스트레스는 더하다. 그나마 어느 정도의 시청률을 올리는 경우 일 년 넘게 생명력을 이어가기도 하지만,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새로운 프로그램 준비단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일은 바로 MC 캐스팅이다. 그러나 방송 3사에서 열 편이 족히 넘는 오락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는 마당에, 제작진들이 MC를 섭외하기 위한 경쟁과정은 매우 치열할 수밖에 없다. 신동엽 유재석 김용만 강호동 김제동 등 메인MC를 맡길 만한 이들이 대여섯 명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성 MC가 부족해 애를 먹는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바로 여자 MC 캐스팅 과정에서 벌어진다. 대부분 신인급 여배우 혹은 가수들을 대상으로 캐스팅을 하는 탓에 선택의 폭이 훨씬 넓다.
신인 연예인의 입장에선 고정 프로그램의 MC를 맡는다는 사실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캐스팅 권한을 가진 제작진의 입장은 좀 더 유리해질 수가 있다. 한 오락프로그램의 담당작가는 “우리 프로그램의 경우 10여 명 가까운 이들과 미팅을 한 뒤 결정했다. 다른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신인 연예인들의 입장은 어떨까. 최근 CF를 통해 한창 주가를 높인 한 신인 여배우의 매니저는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려줬다. “일단 드라마나 CF로 ‘얼굴’을 알린 뒤에는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고정프로그램의 MC 자리는 절호의 기회다. 어차피 길어야 6개월 정도 하는 건데 우리 입장에서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게 훨씬 많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일부 신인 연예인들을 둔 소속사와 매니저들은 개편이 다가올 즈음이면, 담당 PD나 작가들을 찾아가 ‘인사’를 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한 전직 매니저는 이에 대해 “같은 오디션을 거치더라도 사전에 이름이라도 알려두면 좀 더 유리한 것 아닌가. 이를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고 못박기도 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MC가 안되면 패널로라도 출연시켜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는 오락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를 얻은 뒤 드라마로 진출하려는 나름의 ‘전략’이라고 한다. 실제로 드라마에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다가 오락프로그램을 통해 ‘뜬’ 뒤 드라마에서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하는 사례들도 종종 있다.
그러나 이 얘기가 물론 모든 신인들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거대 소속사에 속한 신인 연예인들의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오히려 방송사에서 이들을 캐스팅하기 위해 안달인 상황도 벌어진다.
여성MC의 역할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란까지 부를 정도다. 실제로 방송프로그램에서 여성 MC들의 존재감이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남성 MC의 보조 역할에 머무르는 게 일반적. 특히 연예오락프로그램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서, 그저 예쁜 옷 차려입고 방송에 나와 얼굴을 비추는 정도로 만족하는 이들도 많다.
여기엔 프로그램 제작진들의 탓이 좀 더 큰 것 같다. 여자 MC를 캐스팅할 때 ‘상업성’ 위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오락프로그램의 작가는 “스타성이 있는 신인을 발굴하는 것은 좋으나 사실 MC로서 기본적인 자질도 갖추지 못한 이들을 캐스팅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데려다 놓고 빨리 적응하기를 바라는 것은 그들에게도 무리라는 것이다.
과거 한 프로그램의 경우 남자 MC가 여자 MC의 자질을 문제 삼는 바람에 여자 MC가 중도하차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연예가에는 “연예프로그램 시청률은 여자 MC 미모와 비례한다”는 말까지 있다. 이 같은 ‘검증’되지 않은 속설이 도는 것에 대해 프로그램 제작진들도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