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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파격적인 변신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신해철은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너무도 스스럼없이 음주 사실에 대해 고백한다. 주당 중에 주당으로 소문나 있는 그는 <신해철의 고스트네이션>을 진행하면서 시시콜콜히 자신의 음주상태를 털어놓는데, 신기하게도 청취자들은 그런 신해철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음주방송은 괜찮은 방송이죠. 술이 조금 올랐을 땐 기분이 좋아 말도 많아지고 즐거워지는데, 술이 깨는 과정은 뱃속이 심히 요동을 치는 현상과 머리의 통증이 함께 오니 오늘은 평소보다 말을 아껴 진행할테니 이해해 주세요.” 이렇듯 뱃속까지 훤히 내보이는 그의 솔직함이 청취자들에겐 더욱 인간적으로 다가가는 것 같다.
이에 반해 김창완은 청취자들에게 꼭 지적을 당한다. 워낙 느리게 말하는 탓에 웬만한 사람이면 눈치를 못 채는데, 몇몇 청취자들은 그가 술을 마셨는지 안 마셨는지 기가 막히게 알아맞힌다고 한다. 그는 아무리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이라도 날마다 진행하는 아침 라디오 방송 오프닝 멘트를 직접 작성한다.
“오늘은 아무 할 말이 없네요. 여러분들도 그런 날 있지 않으십니까. 아무 생각도 안 나는 날. 오늘 제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도 드네요. 왜 꼭 무슨 말을 해야만 하나, 그냥 아무 말 없이 시작하면 안 되나? 노래 한 곡 듣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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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해철(왼쪽), 김창완 | ||
그러나 사랑의 힘이 이겼다. 단 몇 시간만이라도 그 남자의 얼굴을 보기 위해 나간 서민정은 그가 건네는 데킬라를 다섯 잔이나 마시고야 말았다. 술이 들어가면 평소보다 더 많이 웃는 서민정. 그녀는 그 날부터 ‘미소천사’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행복한 경우만 있는 건 아니다. 김흥국은 저녁 녹화방송일 땐 섭외기피인물 1호다. 왜냐하면 김흥국 역시 애주가 중에 애주가인지라 저녁 때 한 잔 하는 걸 거르는 법이 없는데, 불가불 저녁에 녹화하는 방송에 출연하게 되면 꼭 한바탕 숨바꼭질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유는? 알딸딸하게 취한 상태로 온 김흥국은 절대 기다리지 못한다. 스튜디오 준비가 늦어지거나 다른 출연자가 늦게 와서 녹화가 늦게 들어가게 되면, 평소엔 늘 기분 좋게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던 그가 갑자기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면 제작진들은 마치 무슨 체포 작전을 벌이듯 사방으로 흩어져 그를 찾으러 다녀야 한다. 아침 방송에서도 사고가 터졌다. 생방송 40분 전인데, 김흥국이 도착하지 않은 것. 제작진에선 총비상이 걸렸다. 담당 팀뿐만 아니라 전 방송국에 그의 동원령이 내렸는데, 다행히 다른 팀 FD로부터 그를 봤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전날 촬영이 늦게 끝나서 방송국 근처 사우나에서 잠을 잤던 FD는 술에 곯아떨어져서 자고 있는 김흥국을 사우나에서 발견했던 것이다. 그 소식을 들은 제작진은 부랴부랴 사우나로 출동해 아직 잠과 술이 덜 깬 김흥국을 납치하듯 끌고 와 겨우 방송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음주방송의 첫 시작은 라디오 새벽 시보(시간을 알리는 보도)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소문이 있다. 옛날엔 모든 것이 생방송으로 진행되던 시절이라 시보를 알릴 때 실로폰을 쳤는데, 지금은 칠순을 훨씬 넘기신 원로 아나운서가 전날 늦게까지 술을 먹다 술이 덜 깬 상태로 허겁지겁 라디오실로 뛰어 들어갔던 것이다.
그런데 방송시간에 늦을까봐 급히 뛴 바람에 그만 실로폰 채를 놓고 들어간 것. 실로폰으로 ‘띵똥땡’ 시간을 알려야 하는데, 실로폰 채를 안 갖고 들어간 그 아나운서는 급한 마음에 이렇게 ‘입으로’ 외쳤다. “띵똥땡!” 이 음주방송 에피소드는 아직도 보도국에서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