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선아. | ||
MBC 수목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흥행 포인트는 여러 편의 대박 드라마가 갖고 있는 흥행 요소를 골고루 갖춘 ‘종합선물세트’ 라는 사실이다.
우선 남녀 주인공은 지난해 최고의 히트작 <파리의 연인>을 닮아 있다. 제멋대로인 데다 약간은 싸가지가 없는 남자, 그런데 사업에서는 능력이 뛰어난 리더이고 연애에 있어서는 로맨티스트에 가깝다. 이는 <파리의 연인>의 ‘기주’(박신양 분)와 <내 이름은 김삼순>의 ‘진헌’(현빈 분)의 공통점. 특히 ‘피아노’를 매개로 두 배우의 낭만파 기질이 오버랩된다.
반면 여자주인공은 다소 엉뚱하다. 배우 자체가 갖고 있는 아름다움을 최대한 자제해 평범한 노처녀의 모습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게다가 초반부에서는 극도로 남자 주인공을 싫어한다는 점 역시 <파리의 연인>의 ‘태영’(김정은 분)과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김선아 분)의 공통점이다.
그런데 두 주인공의 연애방식은 <풀하우스>를 닮아있다. 모두 ‘계약 연애’로 사랑이 시작되고, 돈을 쥐고 있는 쪽이 남성이라 계약의 갑이 남자, 을이 여자가 되는 것 역시 두 드라마의 공통점이다. ‘연애 계약서’를 쓰고 그 조항을 갖고 아옹다옹하는 모습 역시 비슷하다.
‘파티셰’라는 여자 주인공의 직업은 <대장금>을 연상케 한다. <대장금>의 ‘장금’(이영애 분)이나 삼순에게 음식은 단순한 직업이 아닌 삶의 안식처에 가깝다. 케이크이나 초콜릿을 만드는 것으로 슬픔을 극복하려는 삼순의 모습이 이를 대변한다. 게다가 주요 장면에서는 손 대역이 대신 음식을 조리하는 것 역시 유사하다.
조카 ‘미주’(서지희 분)의 실어증은 드라마의 주요한 설정 가운데 하나인 현진헌의 상처를 상징한다. 결국 진헌의 닫힌 마음이 조카의 막힌 입으로 표현되고 있는 셈. 이는 <봄날>에 등장한 ‘정은’(고현정 분)의 실어증과 유사하다. ‘은호’(지진희 분)가 정은의 상처를 어루만져 막힌 입을 열어줬듯 삼순 역시 미주의 입을 열어 진헌의 닫힌 마음속으로 들어가게 될 전망이다.
또한 연예계의 흐름에도 충실하다. 최근 연예계의 가장 큰 흐름 가운데 하나는 영화배우의 드라마 출연이다. 박신양 김정은 이영애 전도연 등 스크린 스타의 브라운관 복귀가 줄을 잇고 있다. 하반기 최고 기대작인 드라마 <루루공주> 역시 영화배우 정준호를 기용했다. 스크린 스타 김선아를 출연시켰다는 점에서 <내 이름은 김삼순> 역시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연상연하’ 커플 역시 요즘 인기 드라마가 갖는 가장 흔한 설정이다. 원작 소설과 드라마의 가장 큰 차이점 역시 남자 주인공의 나이를 30대 중반에서 20대 후반으로 바꿔 연상연하 커플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다만 초반 돌풍이 중반부 이후에도 지속될지의 여부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4회까지의 인기몰이가 원작 소설의 저력에 많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진정한 시작은 원작과는 달리 ‘희진’(정려원 분)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삼각관계가 시작되는 5회부터라고 볼 수 있다.
다양한 흥행 요소로 시작된 초반 돌풍을 마지막 회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은 비로소 진정한 출발선 앞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