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숭도 애교도 없다는 털털녀 현영. 현영은 아직 남자친구가 없다며 푸념이지만 그의 얼굴은 ‘언제나 맑음’이다. | ||
매니저가 미리 “죄송한 말씀이지만…”이라며 건넨 말은 “(현영이가) 잠을 못 자 말을 제대로 못해도 이해해 달라”는 것이었다. 전날 부산에 내려갔다가 새벽에 올라온 현영은 이날도 녹화가 두 개나 잡혀 있었다. SBS <맛대맛> 녹화가 끝난 뒤 저녁도 거르고 인터뷰를 해야 했던 그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현영은 오히려 “<맛대맛> 찍으면서 틈틈이 먹어서 괜찮아요”라고 말해주는 센스를 보여준다.
4개월째 출연중인 SBS <맛대맛>은 현영이 특히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란다. 예상대로 맛나고 좋은 음식을 실컷 멋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방송중에 열심히 먹어요. 워낙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들만 나오니 안 먹을 수가 없죠. 출연료보다도 사실 그게 더 좋은 것 같아요(웃음).”
가까이서 얘기를 나누다보니, 현영 특유의 ‘코맹맹이’ 목소리는 방송용이 아니었다. 어머니와 언니도 목소리가 비슷하다고 한다. 바로 집안 내력이라는 것. 인터뷰 내내 하이톤의 콧소리로 말하던 그는 자신의 특이한 목소리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원래 평소 목소리가 이래요. 이 상태에서 흥분하면 좀 더 ‘업’ 되고 우울할 때면 아주 ‘쪼끔’ 다운돼요. 목소리 특이하단 소리 많이 듣는데 스스로는 여성스럽다고 생각해요. 전 이 목소리가 항상 좋았어요. 남들 여럿하고 있을 때도 제 의견이 잘 반영돼요. 살아오면서 편리한 게 오히려 더 많았죠.(웃음)”
대학 시절엔 아침방송 리포터도 했었고, 얼마 전엔 한 케이블 TV에서 스포츠 프로그램 MC를 맡은 적이 있었다. 한때 에어로빅 강사를 하기도 했던 그는 “하이톤의 목소리 때문에 남성 회원들한테 인기가 많았다”고 웃음을 보였다.
요즘엔 SBS <패션70s>에서의 감초연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어릴 적 힘들게 자라 나중에 디자이너로 성공하는 극중 ‘연경’ 역에 현영이 캐스팅된 뒤, 좀 더 개성 강한 캐릭터로 바뀌었다고 한다. 푼수끼와 애교 많은 현영의 평소 모습이 반영된 것. 알고 보니 극중 대사 중엔 현영의 애드리브도 꽤 많았다고 한다.
▲ <패션70s> 촬영현장에서 천정명(오른쪽)과 함께.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그런데 드라마 속 애교연기는 평소 모습은 아니라고 한다. 정작 자신의 남자친구에게는 애교를 떨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그래서 남자친구가 없는 것 같다”며 현영은 웃음을 보였다. 비록 남자친구는 없지만 얘기하는 것 좋아하고, 술 마시길 좋아한다는 그의 주변엔 언제나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 같았다. “주량이 얼마나 되냐”고 묻는 기자에게 현영은 스스럼없이 “소주 두 병 정도는 기본이고 취하면 계속 술을 들이키는 스타일”이라고 털털하게 답했다. 현영에게 오락프로그램의 패널 섭외요청이 이어지는 것이 자연스레 이해가 됐다. 얘기중에 그는 절대 ‘딱 잘라’ 말하는 법이 없었다. 하나를 물어보면 열을 얘기해주는 정말 편한 인터뷰였다.
“MC가 어떤 질문을 하면 그것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맞받아쳐요. 그래서 제가 패널로 잘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어릴 때부터 질문도 많고 잔머리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거든요.(웃음)”
현영은 이미 영화 <대한민국 헌법 제1조>와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 출연해 연기를 경험한 바 있다. 요즘의 인기에 힘입어 안재모 주연의 영화 <카리스마 탈출기>에서 정준하와 함께 커플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며, 송일국·손예진이 출연하는 <작업의 정석>에서는 ‘연애이론’에 해박한 인물로 등장한다고 한다. “언젠가는 꼭 욕 얻어먹는 악역을 연기해보고 싶다”는 현영의 소박한 바람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