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방실이.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방송국 대기실 앞에서 SBS<김승현 정은아의 좋은 아침>의 오명교 PD와 마주친 방실이는 이렇게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다. 대기실에서 동료 연예인을 만나자 “인터넷에 이× 저× 아주 난리가 났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김승현이 나섰다. “아무리 힘들어도 밝힐 부분은 밝혀야 한다”는 김승현은 “내가 알아서 잘 배려하겠다”는 말로 방실이에게 마음의 여유를 전했다. 곧 대기실 문이 닫히더니 10여 분 방송 수위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문 너머로 들리는 “다 얘기하라는데, 그럼 사생활을 낱낱이 공개하라는 얘기냐”는 방실이의 목소리에서 대기실 안의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이렇게 녹화가 시작됐다. 방송 직전 수위 조절을 위한 논의에서 오간 내용은 무엇일까. 이를 통해 그가 방송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유부녀 아닌 유부녀로 살아야 했던 방실이의 지난 12년을 입체 추적했다.
왜 지금 밝혔나
왜 하필 지금이었을까. 지난 12년 동안 감춰온 거짓 결혼에 대한 진실을 밝힌 시점이 왜 하필 지금이었을까. 이런 의문은 그가 최근에 발표한 신곡 ‘사루비아’와 연결된다. 그렇다면 이 모든 고백이 신곡 홍보를 위한 이벤트란 말인가.
방송 녹화 후 기자와 따로 만난 방실이는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내보였다. “성인 가수는 노래 한 곡을 가지고 2~3년 동안 활동한다”는 방실이는 “음반 발매 직후에 인기를 얻어야 하는 일반 대중가요 가수들은 그런 홍보용 이벤트가 필요할지 몰라도 성인가요 가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방실이는 지난 3월 한 라디오프로그램에서 농담 삼아 던진 “독도 파문으로 너무 화가 나 (일본인 남편과)이혼까지 생각중”이라는 발언이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얘기한다. “방송을 재밌게 하기 위해 진행자인 (박)명수에게 던진 농담이었다”는 방실이는 “이미 명수는 내 사정(거짓 결혼에 대한)을 알고 있어 별 부담 없이 내뱉은 농담이었는데 의외로 관심을 갖은 이들이 많았다”고 얘기한다.
실제 ‘이혼 발언’ 이후 각종 매스컴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결혼생활은 어떤지, 남편은 어떻게 지내는지 질문이 쇄도했고 몇몇 기자들은 ‘이미 이혼한 거 아니냐’며 물어오기도 했다. 또 다시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 결국 방실이는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고백을 결심하게 됐고, 그 시기가 바로 지금이 된 것이다.
그 남자는 왜?
방실이가 고백한 거짓 결혼과 관련해 가장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바로 꼭두각시 역할을 해준 일본인 야마키 도시히로씨다. 단 한번 만난 게 전부인 방실이와 어떤 계기로 거짓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일까.
“흔쾌히 결혼식을 하겠다고 허락한 것은 아니다. 5개월가량 내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그를 설득했다”는 방실이는 “처음에는 터무니없어 했지만 내 처지를 듣고 차츰 마음을 열었다”고 설명한다.
▲ SBS<김승현 정은아의 좋은 아침>에 나온 가수 방실이. | ||
“다행히 그가 독신주의자였기 때문에 별 부담이 없었던 것 같다”는 방실이는 “내 부탁을 진지하게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왜 부인하지 않았나
방실이는 과연 어떤 사연으로 가짜 결혼식을 올리게 됐을까.
당시 방실이는 서울시스터즈에서 솔로 가수로 독립해 활동중이었다. 무명시절부터 10여 년 함께 일해 온 소속사와 결별하고 홀로 독립해서 활동하던 방실이는 곧 ‘서울탱고’로 스타덤에 올랐다. 결별 당시부터 재계약을 제안해온 전 소속사는 ‘서울탱고’ 이후 더욱 절실히 재계약을 요구했지만 방실이는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런 상황에서 느닷없이 일본인 남성과의 스캔들이 터져 나온 것이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무근’을 주장하며 해당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연예인이 기자를 고소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막강한 언론의 힘으로 인해 고소는 곧 가수 생명의 끝을 의미하기 때문. 게다가 언론과 친분이 두터운 전 소속사의 힘 앞에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리 만무했다.
이런 상황에서 방법은 단 한 가지. 다시 전 소속사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전 소속사가 치명적인 스캔들 기사를 흘린 것이다. “다시 돌아가서 살려달라고 애원해볼까도 생각했지만 그건 죽기보다 싫었다”는 방실이는 “내가 결혼식을 해버리면 전 소속사도 조용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오기가 생겼다. 그래서 무작정 일본으로 가서 그에게 결혼식을 올려달라고 애원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전 소속사 사장은 누구?
도대체 가짜 결혼식의 원인 제공자가 된 전 소속사 사장은 누구일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방실이도 입을 다문다. “아무리 미워도 무명의 나를 인기 가수로 만들어준 분이다. 이미 돌아가신 분인데 괜히 이름을 욕되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게 방실이의 입장. 이런 이유로 방송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은 최대한 자제했다.
사실 조금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이런 방실이의 주장에 대해 전 소속사 사장의 유가족이 ‘망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법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이런 얘기를 들려주자 방실이는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려 했다면 내가 벌써 1백번도 더 했을 것”이라며 “12년 동안 내가 받은 아픔과 상처가 얼만큼인데 그런 얘기를 하느냐”고 반문한다.
한편 방실이는 “결혼식 당시 하객으로 찾아온 연예인 대부분이 내 상황을 알고 있었다”며 “오랜 기간 비밀을 유지해준 동료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