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은 | ||
“은주는 금순이보다 더 불쌍한 아이예요”
이세은은 은주에 대해 ‘악역’이라 단정짓긴 어렵다고 말했다. 누구나 그 상황이 되면 그와 같이 행동하고 아파하지 않을까. 더구나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던 남자(강지환 분)가 어느 날 갑자기 아이 딸린 여자를 사랑하게 됐다니. 어처구니없는 노릇이다.
“재희가 아예 처음부터 은주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면 그토록 아파하진 않았겠죠. 은주의 입장에선 금순이를 미워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어떻게 보면 금순이보다 더 불쌍한 아이에요. 금순이는 꿋꿋하고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도 많은데 은주는 언제나 혼자 있고 외롭고…. 제2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 20대의 여자라고나 할까요. 앞으로 은주가 성숙하고 내면적으로 완성돼 가는 모습이 그려질 거예요.”
<굳세어라 금순아>는 한창 절정을 향해 전개되고 있다. 금순과 친엄마(양미경 분)의 관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은주가 앞으로 맞게 될 모진 세파가 그려질 예정. 이세은은 “주변에서 어떻게 되느냐고 다들 물어보시는데 저도 기대가 많이 돼요”라며 웃음을 보였다.
<대장금>에서 장금을 견제하던 의녀 ‘열이’나 <보디가드>에서 주인공 나영(임은경)을 괴롭히는 ‘신애’나 <야인시대>의 일본여자 ‘나미꼬’까지, 이세은은 주로 악역이나 개성 강한 인물을 연기해 왔다. 이세은은 “나도 이젠 멜로연기를 꼭 한번 해보고 싶다”며 조금은 푸념 섞인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이세은은 유독 눈이 크고 머리가 까맣다. 실물을 보니 조막만한 얼굴 때문에 큰 눈이 더욱 커보인다. 성형수술을 했는지 기자의 눈으로는 정확히 판단이 어려웠지만, 여느 여배우들보다 얼굴 생김새가 훨씬 자연스러웠다. “성형수술을 하고 싶은 곳이 어디냐”고 묻자, “코가 좀 마음에 들지 않는데 그래도 겁이 많아서 그냥 둘래요”라고 대답한다.
▲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에서 새어머니로 분한 양미경(오른쪽)과. | ||
“저랑 알게 된 친구들이 나중에 친해지면 이런 얘기들을 할 때가 있어요. 아는 사람이 ‘걔, 어때? 성격 이상하지 않아?’ 물어본다는 거예요.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얘기하기도 한대요. 새침해 보이는 외모 때문에 절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 제가 까다로울 거라고 지레 짐작하나 봐요. 저 눈물도 많은데 어떤 분은 울지도 않을 것 같다고도 하시구요. 그럴 땐 속으로 무지 상처받죠.(웃음)”
한국나이로 스물여섯인 이세은은 남자친구 자랑을 하는 친구들을 보며 부러울 때가 있다. 또 그 친구들에게 배우는 점도 많다고 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친구들의 ‘연애’를 보면 예전과 달리 진지한 면이 엿보인다고 한다. 그런데 내 자신은? 연예인이다 보니 제약도 많고 뒤탈도 많다.
“연예인들은 정말 연예계에서 만날 기회밖에 없어요. 그래서 남자친구를 만드는 게 참 힘든 것 같아요. 연애를 하며 결혼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친구들을 보며 부럽기도 해요. 저, 남자친구 사귀어본 지 한참 됐어요.(웃음)”
인터뷰 중 그는 한 가지 고백을 했다. 가슴 아픈 짝사랑의 경험담이다. 이세은은 “짝사랑은 물론 많이 해봤죠. 그리고 실은 은주처럼 저도 좋아하고 그분도 절 좋아하는 것 같은데 잘 안됐던 적이 있어요”라고 털어놓았다.
이상형은 그때그때 달라진다고 한다.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차분하고 자기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좋단다. 결혼은 아직까지 먼 얘기지만 말이다. “결혼과 사랑에 대한 지금의 생각들이 나이를 먹게 되면 또 달라질 것”이라고 몇 살 위의 기자가 한 마디 건넸다. 몇 마디 오가던 중, “그래요, 언니? 서른이 넘으면 결혼을 위한 연애가 아닌, 그냥 연애만을 위한 연애가 가능한가요?”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 그의 모습이 귀엽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