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그 여름의 태풍>에서 ‘천재 연기자’로 거듭나는 배역을 통해 ‘정다빈’의 성장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 ||
<그 여름의 태풍>은 정다빈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는 드라마다. 우선 미니시리즈가 아닌 주말연속극에서 주인공으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 그것도 대작으로 손꼽히는 <토지>의 후속작인데다 외주제작사인 이관희 프로덕션의 ‘창립 10주년 기념작품’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엄청난 기대작이란 얘기. 정다빈 역시 드라마 제목처럼 현재 ‘2005년 여름의 태풍’ 속에 있는 듯하다.
오히려 ‘천재 과학자’나 ‘천재 예술가’ 같은 역할이면 더욱 표현하기가 쉬웠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작 주어진 캐릭터는 ‘천재 연기자’. 본인 역시 연기자인 까닭에 어찌 보면 별도의 연기가 필요 없는 자연스러운 역할이지만 그 앞에 붙여진 ‘천재’라는 수식어가 영 부담스럽기만 하다.
“‘수민(극중 이름)’이가 꼭 천재 연기자는 아니에요. 다만 연기자의 끼가 다분한 여성이랄까? 아무래도 극중 엄마가 연기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연기자라서 그 영향을 받았을 거예요. 사실 처음 시놉시스를 보고 너무 욕심이 났어요. 연기를 시작한 뒤 항상 그려오던 역할이었거든요.”
정다빈은 “평범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연기 아닌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 안에서 수민이처럼 저도 제 안에 숨겨진 끼를 찾았으면 좋겠어요”라며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잔뜩 부풀린다.
결국 ‘천재’라는 수식어보다는 ‘끼’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수민이라는 캐릭터에 접근하고 싶다는 얘기. 그의 말처럼 자연스러운 연기가 부담감을 떨쳐내는 데 도움이 됐는지 시청자들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다. 게다가 당대 최고의 여배우였던 장미희까지 앞장서 “원체 연기를 잘하는 연기자”라고 정다빈을 칭찬할 정도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이런 부담감보다 더 큰 어려움은 따로 있었다고 토로한다. 그 어려움은 바로 ‘벌레와의 전쟁’이다. <그 여름의 태풍>은 강원도 영월 동강 등 오염되지 않은 시골을 배경으로 한 야외 촬영이 많았던 데다 계절 역시 여름이라 ‘벌레’ 역시 또 하나의 출연진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절친한 친구에서 라이벌 관계가 되는 ‘은비’ 역할의 한예슬과의 호흡은 어떨까. 정반대의 캐릭터를 가진 두 배우가 적절한 조화를 이뤄낼 지의 여부는 드라마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극중 모습만 보고 예슬이를 ‘공주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절대 아니에요”라는 정다빈은 “예슬이가 저보다 나이도 어린 데다 <논스톱> 후배라서 처음 만날 때부터 언니 동생으로 지내고 있어요. 촬영 없는 날에는 단 둘이 만나 영화보러 다니곤 해요”라고 말한다.
▲ 드라마 속 정다빈(왼쪽)과 한예슬. | ||
“홍콩에서 배운 게 많았어요. 홍콩 배우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다른 이를 의식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인상적이더라구요. 당당히 애인을 데려와 소개시켜주고 남들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형수님은 열아홉> 방영 당시 정다빈은 계속되는 동료 배우들의 ‘여자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놀림에 “남자친구를 구해 놀림에서 벗어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10개월 동안의 휴식기 동안 이 목표를 이뤘을까.
“아직 구하지 않았어요”라며 ‘못 구한 게 아님’을 강조한 정다빈은 “지금은 일이 더 중요한 시기인 것 같아 남자친구는 좀 더 시간이 흐른 뒤 만나고 싶어요”라고 얘기한다. 언젠가 만나고픈 이상형은 ‘따뜻하고 남자다운 사람’이라고.
<그 여름의 태풍>은 지난 10일 방영분인 14회에서 처음으로 20%를 넘겼다. 수민(정다빈 분)이 연기자로 끼를 발산하게 되는 후반부로 갈수록 시청률은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는 동안 정다빈 역시 연기자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