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아주머니들까지 알아본다며 활짝 웃는 정려원. 그는 확실히 ‘가수’ 꼬리표를 뗐다. 사진=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마지막 방송을 코앞에 앞두고 있던 지난 18일, 이날도 <내 이름은 김삼순> 촬영팀은 강행군이었다. 이날 김선아와 함께 촬영 분량이 가장 많았던 정려원은 다소 피곤한 기색이었다. 다음 신 준비를 위해 분장실로 들어선 정려원과 마주앉았다. 영화 를 촬영할 당시 만났던 그한테 “지난 번 만났을 때보다 훨씬 자신만만한 모습”이라고 말을 건네자 그는 “감사하다. 요즘 정말 행복하다”며 뿌듯한 미소를 내비친다.
정려원은 요즘 짬이 나도 잠을 못 잔다고 한다. 쉬면 잡생각이 나고 연기에 지장이 있을까봐서다. 그렇게 마음이 힘든 것보다 차라리 몸이 피곤한 게 더 낫다는 것이다.
“요즘 아주머니들이 많이 알아봐 주세요. 정말 드라마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번 드라마에서 이렇게 제 비중이 커질 줄은 몰랐어요. 예상보다 희진이가 너무 사랑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죠.”
특히 정려원의 ‘눈물연기’에 대한 시청자들이 호평이 많았다. 아픈 몸을 치료하기 위해 사랑하는 남자를 떠났다가 3년 만에 돌아왔지만, 이미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자가 생긴 상황. 그 남자는 자신이 아팠었는지도 몰랐고, 그 때문에 그를 탓할 수도 없다.
“시청자분들이 절더러 ‘눈물의 여왕’이라고 하시는데 사실 우는 게 참 힘들었어요. 처음엔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니까 슬프더라구요. 그러다가 강아지도 한번 죽여보고, 이것도 죽여보고…. 그러다가 더 이상 그렇게는 감정이 안 살더라구요.(웃음) 그래서 너무 힘들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더니 ‘어린 아이처럼 순수해져야 한다’고 얘기해 주시더라구요. 그러면 내 대사에 내가 슬퍼져 울게 된다고. 처음엔 그 말이 이해가 안됐는데 어느 순간 극중 제 상황에 몰입하면서 ‘아 이거구나’란 느낌이 들더라구요. 나중엔 감독님이 울지 말라고 해도 울게 되던데요.(웃음)”
“저라면 일단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을 거예요. 저는 세 명이 아픈 게 싫어요. 일단 삼각관계가 형성되면 동시에 세 사람이 아파야 하잖아요. 당연히 사랑은 변하게 돼 있어요. 근데 그 사람이 거기에 있을 거라고 믿으면 안 되죠. 제 실제 이상형이요? 저는 두 분을 섞어 놓은 듯한 스타일이 좋아요. 과묵하면서도 신중하고 성실한 현빈씨와 세심하고 배려해주는 다니엘씨의 모습, 즉 남한테는 과묵하고 저한테만 따뜻한 그런 남자죠.(웃음)”
“희진의 캐릭터가 너무 예쁘게 그려지는 것 아니냐”고 묻자 정려원도 “대본을 보면서도 희진이의 매력이 마음에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심지어 만약 김삼순 역에 섭외가 들어왔더라도 자신은 희진 역을 택했을 거라고 했다. 그만큼 정려원은 희진이에게 푹 빠져 있는 것 같았다.
연기자로서 쟁쟁한 선배인 김선아와 함께 연기하며 느낀 소감도 남다른 듯했다. 현빈과 다니엘 헤니와도 함께 출연하며 돈독한 우정을 쌓았다고 한다.
“선아 언니는 정말 프로예요. 겉으론언니가 굉장히 장난기도 많고 그럴 것 같은데 굉장히 신중하고 연기에 대해서도 꼼꼼히 분석하세요. 처음엔 낯을 좀 가리시지만 한번 친해지고 나면 정말 진국이에요. 현빈씨는 처음엔 ‘얼음 왕자’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게 평소 성격이신 것 같아요. 7회까지인가 내내 존댓말을 썼는데, 저는 좀 불편해서 한번은 얘기를 해봤더니 ‘지금까지 불편했냐, 자기는 편했다’고 그러는 거예요. 그런데 요즘엔 장난도 잘 치고 애드리브도 치고 그러더라구요.(웃음)”
특히 다니엘 헤니와는 남다른 인연이 있다고 한다. 드라마 촬영하기 전에 같은 헬스클럽에서 우연히 만나 먼저 친구가 되었던 것. 그 뒤에 같은 드라마의 상대역으로 캐스팅된 것을 알고 난 뒤, 서로 “네가 그 배역이냐”며 반가워했다고 한다. 호주에서 7년간 살다가 온 정려원은 영어 대사 연기에 대해서도 칭찬을 듣고 있다. 알고 보니 대본에 있는 한국어 대사를 정려원과 다니엘이 함께 영작을 해서 대사 연기를 미리 한다고 한다. 자연스런 영어 대사연기가 가능한 것도 이런 노력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 드라마에서 다니엘 헤니와 함께. | ||
이는 결국 김선아에게로 마음이 돌아서는 현빈의 캐릭터가 이해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한다. “너무 야했다”는 평을 듣기도 한 이 신은 한번에 OK사인을 받아냈다. 키스신이 처음이었던 정려원은 “입을 닿아야 하느냐 미리 물어봤었다. 요즘 키스신은 실제로 입술을 닿고 하지만 혹시나 싶어 확인을 해두었다”고 웃음을 보였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정려원은 현재 다음 작품에서 주연 캐스팅을 거의 확정지은 상태다. 정말 그의 인기몰이가 심상찮다. 배우로 변신한 뒤 승승장구하고 있는 그가 앞으로 또 어떤 모습으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할지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