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탤런트 정혜영은 전 드라마의 표독한 눈빛을 버리고 한없이 착하고 가녀린 ‘주희’를 열연중이다.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내 이름은 김삼순>과 같이 초반부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아니지만 <변호사들>에겐 마니아들이 있다. 1회부터 이 드라마를 지켜봐온 시청자들은 “영화보다 뛰어난 드라마틱한 구도를 갖고 있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주인공들을 둘러싼 사건의 실체와 내막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고, 서서히 스릴과 재미를 더해가고 있다. 그 중심에 주인공 ‘김주희’를 연기하고 있는 정혜영이 있다.
‘주희’는 온갖 시련을 겪은 인물이다. 어느 날 갑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그때의 차 사고로 여동생은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되었다. 사고 이후 자신의 목숨처럼 사랑하던 남자 김성수(윤석기 역)는 자신을 버리고 떠나버린다.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땐 부담보다는 기대가 컸어요. <불새>의 미란이도 그랬지만 이번 역할도 제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캐릭터거든요. 어떤 일이 닥쳤을 때 그 화를 밖으로 내지 못하고 속으로 담고 참아야 하는 인물이다 보니 연기하면서 답답할 때도 많아요.”
1회에서 방영된 과거와 현재 장면을 구분하기 위해 머리도 과감하게 잘랐다고 한다. <불새>가 끝난 뒤 내내 머리를 기른 이유도 이미 다음 작품을 ‘대비’해서였다고.
“주희는 변호사 사무실 비서인데 한 달 월급이 1백만원이에요. 그중에서 동생 치료비로 50만원이 들어가요. 나머지 50만원으로 한 달 동안 생활을 해야 하는데 자신한테 투자할 만한 돈도 여유도 없지 않겠어요. 그래도 여주인공이니까 솔직히 예뻐 보이고 싶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전 드라마에서 충분히 예쁘게 꾸미고 나왔으니까 괜찮아요.(웃음)”
▲ 드라마 <변호사들>의 한 장면. 왼쪽은 상대역 김상경. | ||
“직업상 불규칙하고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것 때문에 좀 더 마음이 쓰이긴 하죠. 집에 가선 힘들어도 촬영장에 있을 땐 전혀 힘들지 않아요. 임신하면 밤에도 이것저것 너무 많이 먹고 싶다는데 전 8시 넘으면 음식 생각이 안 나요. 예전엔 매운 음식을 너무 좋아했는데 임신하고 식습관이 바뀌어서 김치도 못 먹구요. 아이한테 너무 고맙죠. 엄마 상황을 이해해 주는 것 같고.(웃음)”
촬영할 때는 힐도 신고 자세를 잡다 보니까 화면에서는 배가 나온 것이 크게 티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임신 사실을 알고 난 상황에서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엔 결심이 필요했을 것. 정혜영은 “감독님께 점점 배불러 올 텐데 괜찮을지 여러 번 여쭈어 봤었다”고 털어놨다. 촬영장에서 고생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남편(지누션의 ‘션’)도 오지 못하게 한다고. “오빠가 아침마다 아이스박스에 과일을 챙겨준다. 너무 잘해줘서 고맙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정혜영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얼마 전엔 션이 <변호사들> 촬영팀 단체복까지 맞추어 보냈다고 한다. 곁에 있던 매니저는 “정말 아무나 그렇게 못한다. 혜영씨는 남편복이 대단하다”고 한마디 거들었다.
지난 93년 SBS 공채탤런트 3기로 데뷔해 올해로 벌써 12년째. 정혜영은 경력에 비해 작품수가 적은 편이다. 욕심내기보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작품을 신중히 고르고 싶다는 그는 영화출연 경험도 아직 없다. ‘미시탤런트’라는 타이틀을 듣게 된 것에도 전혀 두려움은 없다고.
“73년생이니 제 나이가 올해 서른셋이에요. 그런데 얼굴이 동안이라 그런지 임신하고서도 처녀 역할을 하잖아요.(웃음) 전 지금처럼 다작은 아니어도 꾸준히 해나갈 거예요. 전 중견탤런트가 되어서도 고두심 선배님처럼 훌륭한 배우로 남고 싶어요. 아이 낳고 나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영화도 찍어볼까 생각중이구요. 다음엔 꼭 밝은 역을 해보고 싶어요. 그전에 했던 역들도 거의가 아픔을 가지고 있는 그림자가 있는 인물들이었어요. 왜 그랬지? 내 이미지가 그런가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