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18일 <친절한 금자씨> 시사회장의 박찬욱 감독(오른쪽)과 이영애.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요즘 줄을 잇고 있는 여배우 원톱의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에도 이는 필수조건. ‘여배우 원톱으로는 관객 몰이에 한계가 있다’는 징크스를 깨뜨리기 위해선 환상 호흡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름 극장가를 떠들썩하게 만든 <친절한 금자씨>(모호필름)의 박찬욱 감독과 이영애는 찰떡궁합으로 예상치를 웃도는 흥행 성적을 기록한 대표적인 예다.
“친구인 허진호 감독이 연출한 <봄날은 간다>를 보고 이영애에게 매료됐다. 근래 한국영화에 출연한 여배우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는 이영애를 위한 영화다. 이영애가 가진 복잡한 내면의 풍경을 끝까지 파헤쳐보고 싶었다”고 기획 단계부터 이영애를 염두에 뒀음을 밝혔다.
촬영 과정에서도 박찬욱 감독과 이영애는 서로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로 현장 분위기를 따끈하게 이끌었다는 후문이다.
이미 칸과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인정을 받은 박찬욱 감독과 인기 드라마 <대장금>의 돌풍에 힘입어 국민배우로 떠오른 이영애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일가를 이룬 스타들. 만약 의견이 갈리기 시작하면 조율 불가능의 상태에 접어들 가능성도 컸다. 특히 ‘산소 같은 배우’ 이영애로서는 낯설 수밖에 없는 설정이나 잔혹한 장면들이 줄을 이었던 것.
그러나 역시 선수는 선수를 알아보는 법. 촬영 내내 전혀 걸림돌이 없었다. 영화가 개봉된 이후 박 감독은 이영애에 대한 느낌을 이렇게 얘기했다.
“청순가련이라는 확고한 이미지와 정반대의 전혀 새로운 이영애를 보여주는 게 이 영화의 매력이다. 이영애도 그 변신을 즐겼고 나 또한 신이 났다. 오히려 한 술 더 떠 이영애가 먼저 아이디어를 내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촬영에 임했다.”
한편 10월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사랑니>(시네마서비스)의 정지우 감독과 김정은도 충무로가 주목하고 있는 ‘커플 탄생’이다. <사랑니>는 입시학원 수학강사인 30세의 여자 ‘조인영’과 그녀의 첫사랑을 쏙 빼닮은 17세의 학원생 ‘이석’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
▲ 김정은 주연 영화 <사랑니> 포스터. | ||
결론부터 말하면, 섬세한 정지우 감독과 여성스러운 김정은 또한 ‘대박 호흡’이라는 게 현장 스태프들의 전언이다. 배우에게 연기지도를 정확하고 자세하게 주는 정지우 감독과 매 장면 철저히 연구하고 준비한 뒤 현장에 나서는 김정은은 찰떡궁합으로 한편의 가슴 시린 사랑이야기를 완성했다.
여배우들이 신경을 잔뜩 곤두세우게 마련인 베드신 또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후문. 노출과 관련, “사전에 배우와 합의되지 않은 장면은 찍지 않는다”는 조항을 삽입하는 등 크랭크 인 전엔 베드신에 대해 고민을 했으나, 막상 현장에선 노출 수위를 놓고 큰소리 한번 나지 않고 마무리가 됐다.
현재 편집 작업중인데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멜로영화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제작진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간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청순가련형의 여주인공에서 탈피할 새로운 캐릭터의 새로운 사랑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외에 안방극장에서도 환상궁합으로 대박을 터뜨린 케이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국민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선아와 김윤철 PD. 지난 98년 <베스트극장>의 ‘그녀의 화분, 넘버원’으로 김 PD와 인연을 맺은 김선아는 그를 믿고 과감히 4년 만에 드라마 외출을 결심했다.
▲ MBC <내이름은 김삼순> 연출 김윤철 PD(왼쪽)와 김선아. | ||
그러나 김선아는 프로답게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스타일. 현장에서 언제나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며 분위기를 리드했다. 김선아는 “김 PD는 배우에게 최대한 배려를 해준다. 감정이 무르익을 때까지 참고 기다려준다”며 전폭적인 믿음을 나타냈다.
“남들이 우리보고 영화 찍느냐고 하더라”며 활짝 웃은 김선아는 “초치기로 촬영은 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너무나 진지했다. 수많은 토론과 고민을 거쳐서 삼순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갔다”고 밝혔다. 당연히 김 PD가 다음에 ‘러브콜’을 한다면 흔쾌히 ‘OK’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여배우와 감독의 새로운 호흡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 문화 콘텐츠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이들이 연기한 인물들이 기존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선 찾아보기 힘든 새롭고 참신한 캐릭터이기 때문. 기획단계에서부터 일궈낸 호흡과 촬영장에서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은 기존 보조자의 위치에 머물던 여자배우의 역할을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캐릭터로 당당히 발전시켜나가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전상희 스포츠조선 연예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