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트릭스 댄스’로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 길건은 어릴적 이름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이런 까닭에 파워풀한 댄스는 기본이고 춤으로 다져진 몸매에서 품어져 나오는 섹시한 매력 역시 압권이다. 게다가 특이한 음색의 시원한 보컬까지 갖춰 백댄서 출신 가수들의 가장 큰 문제점인 가창력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이렇게 또 한명의 스타가 탄생한 것이다.
길건의 데뷔 음반
“안무에서 가장 흔한 동작 가운데 하나가 허리를 45° 꺾는 장면이다. 그런데 나는 비교적 허리가 유연한 탓에 연습을 반복하다 보니 그 이상 꺾을 수 있었고 이것이 일종의 개인기였다. 이를 응용해 ‘여왕개미’ 안무를 만들어 ‘림보춤’이라 이름 붙였는데 친한 기자가 ‘매트릭스 댄스’라는 이름을 추천해줬다.”
더욱 재미난 대목은 ‘매트릭스 댄스’의 기본기를 다진 것이 네 살 때였다는 점이다. 길건의 뛰어난 춤 실력의 밑바탕에는 오랜 기간 배운 한국 무용이 있다. 그가 처음 한국 무용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네 살 때로 처음 배운 춤이 바로 ‘오고춤’. 북춤의 일종인 오고 춤은 허리를 뒤로 90°가량 꺾는 동작이 핵심으로 ‘매트릭스 댄스’의 유래라 할 수 있다.
2000년 상경한 길건은 우연히 백댄서계의 대모 홍영주씨를 만나 ‘홍영주 사단’에 합류해 백댄서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백지영, 왁스, god, 홍콩가수 여명 등의 백댄서로 활동하며 입지를 굳힌 그는 백댄서 당시부터 유명세를 얻었을 정도로 준비된 스타였다.
▲ 가수 길건 | ||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해 ‘리얼’이라는 노래를 들고 가수로 데뷔했지만 소속사와의 문제 등 복합적인 상황들로 인해 원활한 활동을 펼치지 못했다. 이후 1년가량 절치부심한 길건은 새로운 소속사에서 정식 데뷔 음반을 준비해 다시 팬들 앞에 서게 된 것이다.
잘나가는 백댄서에서 신인 가수로 변신하고 나니 연예계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많은 부분 달라졌다고.
“백댄서로 활동할 당시, 특히 신인가수의 경우 나는 ‘선생’의 입장에서 그들을 대하곤 했다. 그때는 ‘똑바로 좀 하라’며 얼마나 다그쳤는지 모른다. 그런데 실제 가수가 되고 보니 똑바로 해도 그렇게 안 보이는 자리더라. 직접 가수 생활을 경험하면서 톱스타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새삼 느끼게 됐다.”
길건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특이한 이름이다. 그의 본명은 ‘길건이’. 특이한 이름으로 인해 어린 시절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름으로 인한 별명이 한두 개가 아니다. ‘길건너 빵집’을 비롯한 ‘길건너 시리즈’가 수십 개가 넘는다”라는 길건은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처럼 부모님한테 이름 바꿔 달라고 울고불고 생떼를 부린 기억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고 얘기한다. 당연히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열성팬이었다는 그는 “이 드라마로 인해 특이한 이름을 가진 분들이 힘을 얻게 된 것 같아 기쁘다”는 소감을 털어 놓는다.
그런데 이런 특이한 이름을 갖게 된 사연이 더욱 눈길을 끈다. “집안 어른들이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님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라며‘건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들었다”는 게 그의 설명.
워낙 출중한 외모의 소유자인 까닭에 길건은 백댄서로 활동하던 당시부터 몇번 열애설에 휘말린 바 있다. 가요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워낙 외모가 뛰어난 까닭에 남자 가수들에게 인기가 높았고 이런 이유로 엉뚱한 소문들이 생성된 것이라고. 그런데 이런 소문들이 모두 ‘설’에서 끝나고 만 것은 외모와는 전혀 다른 성격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인터뷰를 위해 만나 대화를 나누며 기자가 받은 느낌 역시 비슷했다. 연예인 기도 모임인 ‘MEJ’의 멤버인 그는 절실한 기독교 신자로 유명하다. 한 에스더, 별, 자두, 린, 션 등 가수들을 비롯해 개그맨, 배우 등 수십 명의 연예인이 회원인 ‘MEJ’는 매주 수요일마다 철야 예배를 갖고 있다. “외로운 연예계에서 서로 위안을 줄 수 있는 동료 연예인과의 만남이라 참석할 때마다 큰 힘을 얻게 된다”는 길건은 “내가 나쁜 길로 들어서려 할 때, 내가 나를 통제하기 힘들 때마다 기도가 큰 힘이 된다”고 얘기한다.
최고의 백댄서에서 신인가수로 변신한 길건은 이제 최고의 가수가 되려 한다. 백댄서 시절처럼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믿음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 이런 그의 바람이 빠른 시일 내에 현실로 이뤄져 불황에 빠진 가요계에 청량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