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하자마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아이비. 담쟁이 넝쿨을 뜻하는 예명처럼 오래도록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올백머리에 배꼽을 훤히 드러낸 탱크톱 의상. 요즘 가수들에게 관심이 부족한 어르신네들도 TV채널을 돌리다가 한번쯤 보셨을 거다. 그녀가 바로 아이비다. 마침 기자도 인터뷰를 약속한 며칠 전 주말, 한 생방송 가요프로그램에서 온몸의 끼를 내뿜는 그녀를 봤었다. 리모컨을 이리저리 누르다가 잠시 멈췄던 터여서 그녀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때 주목해둬야 할 가수란 직감이 스쳐갔다. 도무지 신인이라고 할 수 없는 태연한 몸짓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주변에서 신인답지 않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세요. 무대 위에서 너무 여유만만하다고요. 하지만 속으로는 떨리죠. 티를 안내려고 애를 쓰는 거예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데뷔무대에서보다 점점 안 떨리더라구요. 그런 거 보면 제가 끼가 있는가 싶어요(웃음).”
기자와 인터뷰한 날, 아이비는 ‘데뷔 3주째’를 맞이한다고 했다. 만으로 따지면 데뷔한 지 2주가 된 시점이었다. 그런데 벌써 무대 위에서 여유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녀의 ‘내공’이 보통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비는 이미 4년 전부터 트레이닝을 받아온 준비된 스타였다. 준비기간이 긴 만큼 갈고 닦아온 실력도 이미 아마추어 수준이 아닌 듯했다.
“고3 때 처음 오디션을 보러갔다가 떨어졌어요. 너무 억울해서 6개월 동안 학원을 다니며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다시 도전했어요. 그랬더니 소속사 사장님께서 ‘그 오기가 가상하다’며 절 기억해 주시더라구요. 두 번째 오디션은 제 오기 덕분에 통과한 것 같아요. 저보다 노래 잘하고 실력이 출중한 분들도 많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제게 기회가 온 것에 정말 감사하고 더 열심히 노력했어요.”
▲ 가수 아이비 | ||
“저로 인해 비씨에게 혹시 누가 끼칠까 걱정돼요. 비씨의 이름을 이용하는 것처럼 보일까봐서요. 아이비라는 이름에 대해서도 ‘아이 엠 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정도예요.(웃음) 본명은 박은혜인데 동명이인의 탤런트도 계시고 가수로서는 좀 밋밋한 이름이어서 예명을 만들었어요. 아이비는 박진영씨가 고심해 지어주신 이름인데 담쟁이 넝쿨이라는 뜻이에요. 담쟁이 넝쿨처럼 중독성 있는 노래와 외모로 대중을 사로잡으라는 의미죠. 박진영씨는 워낙 어릴 적부터 팬이었거든요. 처음 만난 날 어찌나 가슴이 떨리던지…. 박진영씨는 TV에선 냉철하고 상당히 이성적으로 보였는데 실제로는 참 다정다감하세요. 썰렁한 농담도 많이 하시구요.(웃음)”
아이비는 신인가수라 하기엔 퍽 여유 있고 당당해 보였다. 준비기간이 길었던 만큼 그의 내면도 이미 연예인이 될 준비가 모두 갖춰진 듯했다. 하지만 얼마 전 생방송 무대에서는 예상 못한 ‘사고’가 터져 적잖이 당황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얘기를 하며 ‘평생 추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여유 있는 멘트를 덧붙이기도 했다.
“핀으로 고정한 윗머리가 슉~ 떨어져 버린 거예요. 멋있게 한다고 좀 과격하게 흔들었더니 윗부분만 훌렁 날아가서 거의 칼 든 장수 머리처럼 돼버렸어요. 다행히 노래가 거의 끝나갈 부분이어서 태연하게 끝까지 불렀어요.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아찔해요. 나중엔 좋은 추억으로 간직되겠죠.(웃음)”
무대에서 내려온 아이비에게 매니저가 걱정스럽게 어떡하느냐고 말을 건넸지만 ‘괜찮다’며 웃음을 보였다고 한다. 그 덕에 앞으로 머리를 좀 더 탄탄하게 고정할 수 있겠다고 털털하게 말했다는 것. 아이비가 인터뷰 촬영을 위해 입었던 무대의상 또한 요즘 화제가 되고 있다. 매니저가 “이 의상은 아이비를 위해 특별제작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벌써 다른 가수가 이 의상을 본 딴 비슷한 의상을 입고 나오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첫 번째 만남이었지만 아이비의 인상은 강렬했다. 올해 스물넷, 다소 늦은 나이에 데뷔했지만 앞으로 그가 뻗어나갈 길은 더욱 원대해 보였다. “예쁘다는 얘기보다 멋있다는 말을 듣고 싶고 무대에서 최고로 빛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이 멋져 보였다. 반짝스타가 아닌 대형가수로 성장하길 바라며 “지켜보겠다”는 끝인사를 건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