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짱 구혜선이 사극 <서동요>를 통해 연기짱에 도전한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가까이서 보니 ‘얼짱’이 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듯했다. 사실 구혜선은 화면 속에서 훨씬 더 예뻐 보이는 것 같았다. 그 원인은 바로 조막만한 얼굴, 기다란 눈썹, 백옥 같은(?) 피부에 있었다.
구혜선이 ‘얼짱 스타’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 즈음. 그는 자신의 데뷔 계기가 되었던 인터넷 얼짱 문화에 대해 나름의 의견을 밝혔다.
“인터넷을 통해 덕도 보았지만 솔직히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에요. 얼짱 출신이라는 꼬리표도 한동안 따라다녔고, 그저 얼굴만 예쁜 연예인이라는 소리를 듣지나 않게 될지 걱정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더욱 열심히 노력했죠.(웃음)”
구혜선이 주목받은 것은 하루아침의 일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벌써 연예계 데뷔한 지 9년째라고 한다. 중학교 시절 이미 CF출연도 했었고, 화보촬영 경험도 있다고. 어린 나이였지만 무작정 넘치는 의욕을 주체할 수 없어 여기저기 스스로 뛰어다니고 오디션을 본 결과였다. 여린 외모 속에 감춰진 당찬 끼와 용기가 보통은 넘어 보였다.
“어릴 적부터 연예계와 스타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기대가 있었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연예인이 장래 희망이 되었고, 지금 생각해 보면 가끔 내가 연예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꿈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요. 실은 지금 소속사(YG패밀리)의 양현석 사장님도 어린 시절 너무너무 좋아했던 분이에요. 제 또래가 다 그랬듯, 서태지와 아이들은 제 우상이었죠. 처음 사장님을 만나게 되었을 땐 실감이 안 나더라구요.(웃음)”
5번째 시리즈가 방영되고 있는 MBC <논스톱>은 특히 구혜선과 같은 신인 연예인들에겐 캐스팅 경쟁이 치열한 프로그램이다. 이제 두 달 뒤쯤이면 ‘스타 반열’에 오른 구혜선도 <논스톱>을 떠나게 된다고 한다. 조인성 현빈 장나라 김정화 양동근 봉태규 한예슬 등 그동안 <논스톱>을 거쳐 간 스타들만 해도 한둘이 아닐 정도로 이 프로그램은 ‘스타 제조기’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 캐스팅이 결정되었을 때의 소감도 남달랐을 것 같은데, 그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 SBS 드라마 <서동요> 출연 장면. | ||
조만간 <논스톱>에서 하차하게 되는 구혜선은 새삼 느끼는 바가 크다며 말을 이었다.
“시트콤 장르가 다 그렇듯 출연자들이 대부분 외모를 치장하는 데 신경을 쓰잖아요. 그냥 방에 있으면서도 치렁치렁한 귀고리를 하고 있고. 저도 처음엔 그렇게 꾸미고 나왔는데, 지금 생각하면 왜 내가 그랬었나 싶어요. 그냥 좀 더 편하고 솔직한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요? 왜 이제서 깨닫게 됐는지 아쉬움이 크죠.”
구혜선은 이제 이병훈 PD의 대작 <서동요>를 통해 한 단계 발돋움하려는 중이다. 19일 방영되는 5회부터 성인연기자로 넘어가게 되고 구혜선도 이때부터 등장하게 될 예정. 구혜선이 맡은 은진 역은 주인공 서동(조현재 분)을 사모하는 인물로, 의류와 장신구, 공예품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실제 구혜선은 액세서리에는 별로 관심이 없단다.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려서 실력이 수준급이에요. 미술학원에 다닌 적도 없고 특별히 배운 것은 아닌데 그냥 혼자서 독학을 한 거나 마찬가지예요. 고등학교 때는 유화를 그리다가 요즘엔 일러스트 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아직은 짧은 경력인데 사극에 출연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조금 부담스러운 눈치였다. 하지만 구혜선이 선뜻 하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바로 이병훈 감독 때문이었다고. “평소 존경하는 이병훈 감독님의 작품이었기에 아무 생각 없이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뿐만 아니다. 구혜선은 “<대장금>을 보면서 임현식 아저씨의 애드리브와 순발력에 대해 감탄했는데 함께 출연하게 돼 영광”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다 “나중에 멜로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다면 그땐 유지태씨와 한번 꼭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며 당차게 덧붙였다.
올해 스물두 살인 구혜선은 당분간 학교생활을 병행하며 연기를 계속할 계획이다. 서울예대 방송연예과에 재학중인데 2년이나 휴학을 했던 터라 이번 학기엔 무슨 일이 있어도 수업만은 빼먹지 않을 각오다. 인터뷰가 있던 날도 학교수업을 듣고 오느라 기자를 한 시간 넘게 기다리게 했지만, 그의 욕심이 다부져 보였다. 그의 바람대로 ‘얼짱 연예인’에서 ‘연기짱 배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