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전창진 프로농구 안양 KGC 인삼공사 감독이 지난 11일 서울 중부경찰서에 자진 방문 후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베팅과 승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전창진 감독의 갑작스런 경찰서 방문에 당황한 사람은 담당 형사들. 전 감독은 경찰서에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자꾸 의혹만 쌓인다. 하루라도 신속히 조사받고 싶다. 빨리 조사를 받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전창진 감독의 변호사가 월요일에 왔었지만 사전에 (오늘 방문한다는) 연락을 받진 못했다. 날짜를 확정할 수 없지만 신속히 수사하고 있고, 이른 시일 내에 전 감독을 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두문불출하던 전 감독의 갑작스런 경찰서 출석은 경찰의 빠른 소환 조사를 촉구하기 위한 무언의 시위였다. 경찰 측은 “현재 승부조작 혐의를 받는 경기 분석을 위해 농구 전문가를 섭외하는 중이다. 우선 다음주 초 선수들을 불러 조사한 뒤 전창진 감독의 소환 일정을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 진행 속도에 대해 의문을 다는 농구인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농구인은 “KBL로부터 관련 영상 자료를 넘겨받은 지가 한참이 지났는데, 아직도 경기 분석을 담당할 전문가를 섭외하지 못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내부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유명 감독 이름을 언론에 먼저 흘린 데 대해선 경찰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T 농구단 관계자에 의하면 경찰 관계자가 전 감독과 함께 KT에서 뛰었던 찰스 로드의 행방을 수소문했다고 한다. 찰스 로드의 에이전트 번호를 알려줬지만, 미국인이라는 걸 알고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경찰의 소환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한 KT 선수는 “경찰이 무슨 질문을 할지 모르겠지만, 경기를 뛰는 선수 입장에선 승부 조작이라고 의심될 만한 정황이 전혀 없다”면서 “원래는 이번주에 조사를 받는다고 들었는데, 아직 연락이 없는 걸 보니 다음주로 미뤄진 모양이다”고 말하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한편 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낸 전 감독은 이후 기자들과의 짧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결백을 거듭 주장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