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현정 아나운서.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그동안 주로 뉴스를 진행해 오다가 KBS <상상플러스>의 ‘올드&뉴’ 코너를 맡으면서부터 최고의 인기 아나운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의 홈페이지 방문객 숫자만 해도 하루 3만여 명. 웬만한 연예인 부럽지 않을 정도다.
<일요신문>에선 지령 700호 기념 인터뷰로 노현정 아나운서를 만나 오랜 시간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지난 6일 저녁 KBS의 야외공원과 분장실을 넘나들며 진행된 인터뷰에서 노현정 아나운서는 화면 속에서보다 훨씬 친근감 있는 모습으로 ‘보통사람’ 노현정을 보여주려 애썼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나운서 하면 다소곳하고 정갈한 이미지가 떠오르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나운서들은 언제나 정장차림에 일명 ‘아나운서 머리’로 불리는 커트 머리를 하고, 깔끔한 화장을 한 채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뉴스를 진행하는 모습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나운서들이 오락프로그램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이와 같은 선입견은 조금씩 무너져 갔다.KBS의 뉴스 진행자로 ‘정통파 아나운서’중 한 명이었던 노현정 아나운서도 <상상플러스>의 ‘올드&뉴’를 진행하면서 인기가 급상승했다. 그는 이휘재 탁재훈 신정환 이병진과 같은 개그맨들과 어울리면서 그 안에서 썩 매끄러운 ‘조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한동안 주춤했던 <상상플러스>의 시청률도 이 코너가 신설되면서 동시간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기에 이르렀고, 주로 20대에 머물러 있던 시청자층이 ‘올드&뉴’를 통해 10대에서 50대까지 폭넓게 형성됐다.
무엇보다 노현정 아나운서의 ‘투입’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 중이다.다음은 노현정 아나운서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요즘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 같은데요.
▲처음에는 별로 실감을 못했는데 요즘에는 많이 느끼고 있어요. 어딜 가
도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져 기분이 좋아요. <상상플러스> 시청률도 처음엔 10% 안팎이었다가 최근 들어 16%를 넘어섰다고 해요.
반응이 좋아서 너무 감사하죠.(웃음)-오락프로그램은 처음이었는데 부담은 없었나요.
▲저는 이쪽 분야에 대해선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요.
다른 교양 프로그램도 길어야 한 시간 반 정도 녹화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그냥 NG도 없이 내리 녹화를 하더라구요.
처음엔 잘 몰라서 그냥 하다가 “이거 NG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어요.(웃음) KBS 공채 29기인 노현정 아나운서는 올해로 입사 3년차를 맞았다.
그가 맨 처음 맡은 프로그램은 9시 주말뉴스였다. 지금도 아침 6시에 방송되는
하지만 그동안 동기나 후배 아나운서들이 오락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보고 ‘언젠가 한번쯤은 경험해보고 싶다’는 희망사항을 품어왔었다고 한다.노현정 아나운서는 “궁극적으로 예능 쪽으로 가지 않더라도 잠깐이라도 해보고 싶었는데 그 바람이 이뤄져서 너무 기쁘다”며 밝은 웃음을 보였다.
▲ 노현정 아나운서 | ||
▲오빠들이 많이 놀려요(이젠 친해져서 그냥 평소엔 오빠라고 부른다며). 주변 분들이 ‘노현정 아나운서 어떠냐’고 물어보시나 봐요.
그러면 저한테 와서 ‘너 이제 큰일 났다. 그동안 쌓은 이미지 다 무너졌다’고 그러시는 거예요.(웃음) 정말 네 분 모두 너무 좋으세요.
저도 최대한 예의를 갖춰서 잘 해 드리려구 해요. 그분들이 예능 쪽에서는 대선배들이고 저보다 나이들도 많으시구요. 제가 잘 모르니까 배우면서 하고 있어요.(웃음)-아나운서로서 세대 간의 언어격차를 보며 느끼는 점은.
▲지름신, 샤방, 므흣, 그런 말을 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언니 예뻐요’라는 말을 ‘언니 샤방샤방’ 이렇게 얘기하더라구요.
요즘 10대들이 근거 없이 만드는 말이 많은데 정말 그건 고쳐줘야 할 것 같아요. 이러다가는 세대 간의 대화가 소통되지 않아 언젠가는 통역이 필요할지도 모르죠.
노현정 아나운서를 아는 사람들은 그에 대해 “방송에서보다 훨씬 발랄하고 재미있고 때로는 푼수 같기도 하다”라는 얘기를 한다. 노현정 아나운서와 얘기를 나눌수록 이 말이 이해가 되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여우보다는 곰에 가깝다”는 말을 털어놓기도 했다. 평소엔 철두철미하지도 못하고 ‘빠릿빠릿’ 하지도 못한 자신이 방송에서만큼은 유일하게 센스있는 감각을 나타낸다는 것. 그의 설명을 듣다보니 정말 방송이 체질인 듯싶었다.-어릴 적 꿈이 아나운서였나요?
▲워낙 남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했었어요.
대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뭘 하고 살아야 될지 모르겠더라구요. 진로 고민 중에 교수님 조언으로 신문방송학을 복수전공 했어요.
방송 쪽에 관심을 기울이다가 제가 말하는 것을 좋아해서 아나운서 쪽을 생각하게 됐죠. 아나운서가 너무 하고 싶어서 요즘 10대들 말로 ‘열공(열심히 공부하다)’을 했어요.(웃음) 결국 한번 떨어지고 재수를 해서 붙게 됐죠.-아나운서로서 본인의 장단점을 꼽는다면.
▲음… 단점부터 말씀 드릴게요.(웃음) 우리나라 여자 앵커의 단점은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거죠. 앵커 멘트를 쓸 때 그 앵커가 가진 연륜이 모두 녹아나거든요.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이나 지식이 모두 담기는데 저도 남자 앵커에 비해 연륜이 한참 모자라니 도움을 요청할 때가 많아요.
그 짧은 멘트 한 줄이 참 중요해요. 사건의 흐름을 담는 것은 물론 법조 문화 보건 정치 각 분야를 모두 담거나 혹은 몇 년 전의 사건과도 연관 지을 때가 있어요.
그런 면에서 저는 한참 부족해요. 요즘 제가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해요. 그리고 제 장점이라면, 제가 보기완 달리 강심장이라 웬만해선 긴장하거나 떨지를 않는다는 사실이죠.‘뉴스와 오락’ 양쪽 분야에서 모두 성공하고 있는 그에게 앞으로 어떤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지 물었다. 이 짧은 질문에도 노현정 아나운서는 역시 ‘아나운서다운’ 정갈하고 명쾌하면서도 진심이 담긴 대답을 내놓았다.
“정세진 선배의 담백한 모습과 정은아 선배의 깔끔한 진행능력과 프로그램을 보는 눈, 그리고 이지현 선배의 재치, 이런 것들을 모두 닮고 싶어요. 하지만 그 기본적인 바탕은 제가 대중들에게 신뢰감 있고 친근한 사람이 되는 거예요. 제가 어떤 말을 내뱉건 간에 제 이름 석자와 제 멘트가 사람들에게 무게감 있게 다가설 수 있는 아나운서가 되었으면 해요.
그게 단지 겉으로만 그런 게 아니라 어느 계층이건 어느 나이대건 간에 제가 정직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