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태풍>의 장동건(왼쪽)과 이정재. 위험천만한 액션장면이 많아 고액 보험에 가입했다고 한다. | ||
한국영화사상 최대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태풍>(감독 곽경택, 제작 진인사필름)의 보험 규모는 3백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1일 9개월 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은 <태풍>은 크랭크인 전 최고 3백억원까지 보장되는 초특급 보험을 ‘현대해상’에 들었다. 그 중 대인보험만 1백80억원. 장동건 이정재, 홍경표 촬영 감독과 곽경택 감독 등 주요 스태프는 최고 2억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으며 나머지 스태프 1백여 명은 최고 1억원 한도다.
또 최신형 기종의 헬기나 고가 장비에 대한 보험 보장액이 90억원이고 촬영 현장 훼손과 관련된 보험액이 30억원으로 대물 보험의 규모만 총 1백20억원에 달한다. 이를 위해 제작사가 지급한 보험료만 3천5백만원이다. 제작사인 진인사필름의 한 관계자는 “한국영화에선 처음 시도해보는 액션신이 줄을 이었기 때문에 고액의 보험을 들었던 것”이라면서 “장동건 이정재 등 배우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열연을 했다. 하늘이 도와주신 덕분에 9개월 간 큰 사고 없이 마무리 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톱스타 임수정의 보험 규모도 만만치 않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임수정을 위해 영화 <각설탕>(감독 이환경)의 제작사인 싸이더스FNH는 촬영 시작에 앞서 고액의 상해보험을 들었다. 최고 15억원까지 보상이 가능한 규모다. 배우 한 명 보험액으로는 역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 보상액의 규모가 크다 보니 보험 회사도 두 곳이다. 현대해상(10억)과 동부화재(5억)에 나눠 계약을 했다.
제작사가 촬영에 앞서 이런 고액의 보험을 든 이유는 극중 임수정이 여자 기수 ‘시은’으로 나오기 때문. 크랭크인에 앞서 두 달여 간 국가대표 출신인 백승수 교관 등으로부터 특별훈련을 받은 임수정은 다양한 승마 및 경마 자세를 마스터했으며 능숙하게 말을 다루는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극 설정 상 위험한 장면이 많고 경마신 자체가 잦은 부상의 가능성을 담고 있기에 최후의 ‘안전장치’로서 고액의 보험을 든 것이다.
▲ 영화 <각설탕>의 임수정(위)과 <무영검>의 이서진과 윤소이. | ||
이뿐만 아니다. 해외로케이션을 하는 작품의 경우 장기간의 ‘타향살이’에 배우들이 지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쓴다.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인 뉴라인시네마가 공동 투자하는 화제작 <무영검>(감독 김영준,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은 중국 올로케이션으로 진행된 액션 블록버스터. 제작진은 이서진 윤소이 신현준 이기용 등 배우들이 입맛을 잃지 않도록 한국에서 요리사를 두 명이나 공수해 갔다. 한국에서 장만해간 기본재료 등으로 전 기간 식사와 간식을 한국식으로 차려낸 것.
또한 난이도가 가장 높은 결투신을 촬영할 때는 앰뷸런스와 의사를 상시 대기시켰다. 대규모 전투신을 일주일에 걸쳐 베트남과의 국경지대에 위치한 ‘리장’에서 찍었는데, 해발 1천5백m가 넘는 고산지대였으므로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한 것. 실제로도 극중 거란의 검객 ‘매영옥’으로 나오는 이기용은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호소해 촬영을 잠시 중단, 앰뷸런스 신세를 지기도 했다.
내년 1월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데이지>(감독 유위강, 제작 아이필름)는 네덜란드 올로케이션으로 진행하면서 아파트형 호텔을 장기 임대했다. 덕분에 정우성 전지현 이성재 등 주연배우들은 인근 시장에서 장을 보면서 자기 입맛에 따라 요리를 해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또한 유위강 감독 등 해외 스태프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배우 1인당 한 명씩 통역을 배치한 점도 제작진이 신경을 쓴 대목.
그러나 때로는 제작진의 배려가 의외의 고통을 안겨주는 경우도 있다. 중국 오지에서 진행된 한 영화의 제작사는 주연배우를 특별히 배려, 현지 숙소의 스위트룸을 빌렸다. 하지만 오지의 호텔이다 보니 스위트룸이라해도 서울의 여인숙 수준도 못됐던 것. 설상가상으로 ‘초특급 대우’를 받은 그 배우는 스위트룸의 수세식 화장실이 고장나는 바람에 생고생을 해야 했다.
한편, 제작진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귀한 몸임을 지나치게 의식, 왕자병이나 공주병 말기의 증상을 보여 빈축을 사는 배우들도 있다. 톱스타 A의 경우 촬영장에 경호원을 데리고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 대표적인 예. 전체 호흡이 그 어느 것 못지않게 중요한 영화 촬영장에 검은 양복 차림의 경호원은 촬영장 분위기를 깨기 일쑤였다. 그 때문인지 그가 출연한 영화는 개봉 이후 예상과 달리 흥행 참패를 하고 말았다. 또 다른 톱스타 B는 촬영장에 기라성 같은 대선배들이 대기하고 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장면을 먼저 찍어달라고 요구해 잡음을 빚기도 했다.
김수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