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현정 아나운서의 ‘올드&뉴’. | ||
“걘안한대. 개런티가 너무 적다네, 참나.”
“S는 어떨까요? 요즘 방송하고 싶어 한다고 그러던데?”
“너무 오래 쉬어서 어떨까 모르겠네.”
한 토크프로그램의 여성MC 자리를 두고 제작진들의 회의가 한창이다. 벌써 물망에 올랐던 이만 해도 예닐곱은 족히 된다. 이 정도면 딱 좋겠다 싶은 인물이면 개런티가 적다고 하고, 본인이 하겠다고 나서면 마땅치가 않다. 개편 때면 어김없이 벌어지는 풍경이다.
결국 개편 첫 방송을 2주 남겨놓은 다급한 상황임에도 여전히 새 MC는 낙점하지 못한 채 이날의 4시간여 마라톤 회의도 끝이 났다. 이 프로그램의 담당작가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정말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큰일이다. 이러다가 결국 아나운서가 낙점될지도 모르겠다.”
제작진이 여성MC의 자리에 아나운서를 선호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물론 아나운서 본인의 특출한 능력이나 분위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일단 자사 소속 아나운서들은 개런티가 저렴하다. 한때 강수정 아나운서가 ‘여걸식스’에 출연하면서 “제 개런티는 회당 만원밖에 안 돼요”라고 웃으며 볼멘소리를 했던 것은 결코 농담만은 아니다.
일례로 앞서 언급한 프로그램의 여성MC 개런티는 회당 1백50만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방송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한 주 출연료만 7백50만원이다. 이 정도면 주 1회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유재석급 개런티’와 맞먹는다. 매일 방송된다고 해도 녹화는 이틀에 모두 끝내게 되고 유재석처럼 ‘몸을 날려’ 진행해야 하는 것도 아니니 욕심나는 자리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 관계자는 “고정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이미지 관리만 잘 한다면 CF 출연기회도 종종 얻게 되니 금상첨화”라고 전하기도 했다.
지난 10월26일 KBS 개편설명회장에는 유독 눈에 띄는 두 얼굴이 있었다. 바로 강수정·노현정 아나운서였다. 근래 들어 KBS 아나운서실의 ‘대표급’ 인물이 되어버린 두 아나운서는 자연스레 취재진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나란히 카메라에 담긴 두 사람은 당분간 KBS 오락프로그램을 짊어질 어깨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강수정 아나운서에서 노현정 아나운서로 인기가 넘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 강수정 아나운서의 ‘여걸6’ 출연 장면. | ||
KBS아나운서실과 예능국 사이에서는 아나운서의 오락프로그램 기용여부를 두고 오랫동안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연예인 못지않은 끼와 재치를 발휘하고 있는 아나운서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대해 각기 다른 해석이 내려지고 있기 때문. 그의 출연 여부가 엇갈린 것은 이와 같은 내부 분위기의 영향 탓이다.
한 오락프로그램 PD는 “아나운서들이 한번 오락 쪽에 발을 디디면 뉴스를 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양 분야에서 고르게 이미지 관리를 하기란 생각보다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강수정 아나운서에 대해 ‘뉴스와는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어 그의 오락프로그램 진출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현정 아나운서의 ‘행보’는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상상플러스> ‘세대공감 올드&뉴’ 코너를 통해 인기를 얻게 된 노현정 아나운서는 토요일 저녁으로 시간대를 옮기게 된 <스타 골든벨>의 새 진행자로 선정됐다. 노현정 아나운서 자신도 “너무 오락 쪽으로 가는 게 아닐까 싶어 염려스럽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과연 ‘노현정 카드’가 KBS 오락프로그램의 약진을 이어갈 수 있을까. 지난 25일 방송분에서 <상상플러스>는 경쟁사 SBS의 <즐겨찾기>를 ‘압도’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신동엽·김용만 MC계의 ‘투톱’을 기용했던 SBS <즐겨찾기>는 결국 이번 가을 개편에서 막을 내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