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순이(최진실 분)의 암 투병과 남편 반성문(손현주 분)의 참회가 시청자들을 울리면서 드라마 <장밋빛 인생>의 시청률은 40%를 넘어섰다. | ||
드라마가 시작하던 주에 있었던 기자간담회는 드라마 발표회라기보다는 최진실의 기자회견장과도 같았다. 주연배우 손현주와 이태란이 동석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의 질문은 온통 최진실에게 초점이 맞추어졌다(급기야 주최측은 기자들에게 손현주와 이태란에게도 질문해줄 것은 권고할 정도였다). 하지만 최진실이 누군가? 당대 최고의 여배우이자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라는 말 한 마디로 전국의 뭇 남성들의 애간장을 녹인 장본인이 아닌가?
그녀는 대답하기 곤란한 사생활에 관한 질문에도 담담하면서도 솔직하게 (심지어 드라마 초반에 입고 나왔던 목이 늘어난 면티셔츠에 대해 최진영의 방에서 주워왔다고 말하는 위트까지 발휘했다) 대답해 모인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한 회 두 회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시청률은 급상승했고, 수많은 연예정보 프로그램과 연예담당기자들의 집합소는 당연히 드라마 <장밋빛 인생>의 촬영장이 되었다. 하지만 기자간담회 이후 최진실은 인터뷰와 방송노출을 극도로 자제했다.
연예정보프로그램에서 스케치를 명목으로 그녀와의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그녀는 카메라 앞을 그냥 지나치며 가벼운 목례를 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빼놓고는 <장밋빛 인생>을 제대로 촬영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하루고 이틀이고 그녀와의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위해 기다려야 했다.
▲ 최진실은 동생 최진영의 방에서 주워왔다는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리얼한 주부 연기를 펼쳤다. | ||
한편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자 아침토크쇼에서는 드라마 <장밋빛 인생>출연진을 섭외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명령이 떨어지지 않아도 그들은 언제나 섭외 영순위다). 제작진은 기자간담회부터 중요 출연진의 섭외에 들어갔으나 촬영분량이 너무나 많다는 이유로 매번 거절을 당했다. 며칠 후 최진실측에서 질문지를 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제작진은 급하게 질문지를 보냈고 그녀의 답을 기다려야했다. 하지만 드라마에 몰입하고 싶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급기야 제작진은 드라마 촬영장에 방문했다. 이미 매니저와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한 뒤라 최진실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담판 짓겠다는 심정으로 최진실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바로 들려오는 그녀의 대답은 “저 정말 하기 싫고 할 마음도 없습니다. 그냥 가세요”였다.
최진실뿐만 아니라 손현주의 경우도 워낙 연기파라는 이미지를 고수했기 때문에 토크쇼에 거의 출연한 적이 없다. 그래서 그와 직접 만나 진행자와 토크 내용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는 너무도 진지한 어조와 태도로 제작진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다. 하지만 이야기 끝에 그가 던진 말은 “토크쇼에 나가면 울렁증이 생겨서 도저히 이야기를 할 수가 없어요. 미안해요”였다. 하지만 하늘이 무심하지 않았던지 천신만고 끝에 최진실과 손현주는 ‘동반 출연’을 조건으로 오케이 사인을 내주었다.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드라마 <장밋빛 인생>도 이제 종방을 향해 가고 있다. 연예정보프로그램과 토크쇼 제작진들은 종방에서라도 중요 출연진들을 섭외하려고 오늘도 촬영장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