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남양주시
[일요신문] 경기 남양주시 기초생활수급자 11명이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부터 많게는 수천만 원에 이르기까지 각자 유산기부를 약속한 사실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들 기초생활수급자 개개인이 사회 환원을 약속한 기부금은 푼푼히 모은 재산과 보험금·통장 잔액·유류품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시 희망케어센터에 따르면 이달 현재 이들이 기부를 결정한 유산 금액은 모두 1억2000만 원에 달한다.
자신들의 처지도 힘들지만 ‘유산 나눔 운동’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한 부모 가정 유 모 씨의 4살 난 아이는 아직까지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은 희귀병을 앓고 있다.
유 씨는 아이가 희귀병 진단을 받았을 당시 주위에 도움을 요청해 보았지만 냉대와 무관심에 깊은 상처만 받았다.
유 씨는 이 같은 서러움을 겪어 본 터라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며 아이의 보험금 2000만 원을 선뜻 기부했다.
8평 남짓한 오래된 다세대주택 전세보증금 900만 원을 기부하기로 한 은모(86) 할머니는 슬하에 자식들이 있었지만 어렸을 때 질병으로 모두 잃고 여태껏 홀로 살고 있다.
남의 밭일 등 허드렛일을 해가며 받은 일당과 수급비를 한푼 두푼 모아 지금의 전세보증금을 마련했다.
은 할머니는 이번에 기부를 약속한 돈을 이렇게 모았다.
은 할머니 외에도 전·월세 임대보증금 및 주택을 기부하기로 한 기초생활수급자는 8명이 더 있다.
200만 원을 기부하기로 한 백모 할아버지는 올해 100세를 맞은 장애인이다.
이북이 고향인 백 할아버지는 6·25전쟁 때 가족과 헤어졌다.
혈혈단신 백 할아버지가 기부한 돈은 자신의 ‘장제비’다.
이들은 한결같이 “유산 나눔 운동에 동참한 한사람 한사람이 전부 가난하지만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이 주위엔 많이 있다”며 “다음 세대를 위해 이러한 결심을 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시 관계자는 “현재 공증 등 법적절차를 밟고 있다”며 “내달 중 ‘유산 나눔’ 기념식을 개최, 이들의 아름다운 뜻을 영원히 남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성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