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연말 김종국은 각종 가요 시상식을 휩쓸었다. 12월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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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 한쪽 구석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추스르고 있던 김종국은 기자가 들어서자 “안녕하세요”라며 벌떡 일어선다. 바쁜 스케줄을 쪼개 인터뷰를 요청한 것이 그의 휴식시간마저 빼앗아버린 것 같아 미안했다.
김종국은 공적인 인터뷰가 아닌 개인적인 호감도로도 꼭 만나고 싶었던 연예인이었다. 무엇보다 그가 하루아침에 반짝하고 뜬 스타가 아니란 점이 마음을 끌었다.
김종국의 팬들이 그를 사랑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팬클럽 사이트에는 “진정 김종국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가 지난 10년 동안 파란만장한 긴 세월을 버텨냈기 때문이다. 힘들어도 언제나처럼 또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변함없이 기다릴 수도 있는 거다”라는 글이 올라 있다. 대화를 나눌수록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남’과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2005년 워낙 큰 인기와 사랑을 받아서 한 해를 보내는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렇게 잘 될 거라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더 기뻤던 것 같다. 기대를 안했던 상황에서 인기를 얻었으니까 주변에서 그런 질문을 하면 더 민망하다.
─솔로 가수로 활동하면서 힘든 점도 많았을 텐데.
▲그룹에서 솔로로 나선다는 것이 정말 만만치는 않은 일인 것 같다. 상황 자체가 많이 바뀌었으니까. 언제나 대중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해왔다는 건 똑같았지만 ‘김종국’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한다는 건 장르의 문제이기 이전에 내 색깔을 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지난 95년 그룹 터보로 데뷔했던 김종국은 2001년 솔로로 전향했다. 하지만 솔로가수로서 금방 인기를 얻진 못했다. 솔로가수로서의 첫 앨범
─오락프로그램에 진출한 이유가 있다면.
▲터보 때는 오락프로그램을 해도 부담이 크고 사실 하기도 싫었다. 그땐 잘하지도 못했고. 그런데 솔로로 데뷔하면서 내가 내 자신을 스스로 알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현실적인 압박감이 있었다. 특히 욕심이 컸던 만큼 앨범이 잘 안 됐다. 그런데 2집 때 ‘한 남자’로 활동할 때는 그저 편하게 해나가자는 생각뿐이었다. 쇼프로를 하면서 ‘웃겨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부담을 버리고 ‘그냥 묻어가자’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쇼프로를 통해 더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이다.
▲ 김종국이 SBS(왼쪽)와 KBS(오른쪽), MBC에서 가요대상을 모두 휩쓸어 2005년 최고의 가수로 등극했다. | ||
▲사실 재석이 형이나 재훈이 형은 내게 ‘선생님’과 같은 분들이다. 그 분들이 잘 이끌어 주셨기 때문에 나도 잘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재훈이 형과는 같이 축구 하면서 어울리고 하다보니까 방송에서도 그런 편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쇼프로를 할 때 쑥스럽고 민망한 건 여전하다. 그런데 이젠 그 쑥스러워하는 모습도 그대로 받아들여 주신다는 걸 알게 되니까 그대로 밀고 나간다. 그리고 제작진들이나 작가들이 원하는 게 어떤 건지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웃음).
─<일요일이 좋다>에서 하하가 김종국의 터보시절 안무를 흉내 내면서 주목을 끌기도 했는데.
▲다행히 하하가 그걸 해주는 바람에 다시 인기를 끌게 된 것 같다. 그래서 나도 그 프로그램에서 그때 당시 안무를 다시 재미삼아 해봤는데, 안타까운 건 많이 까먹어서 제대로 못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하하가 하는 걸 보고 따라했다(웃음).
김종국은 ‘몸짱 연예인’으로 통하기도 한다. 터보 시절 마른 편에 속했던 몸은 이제 근육질의 보기 좋은 몸매로 변해있다. 연예가에서 그는 내로라하는 운동 마니아다. “운동에 심취하다 못해 중독 상태”라고까지 말할 정도. 알고 보니 운동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도 많다고 한다.
─몸매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난 운동을 선견지명으로 시작했다. 워낙 어릴 적부터 태권도와 복싱을 하는 등 운동을 좋아했는데 외모를 가꾸는 운동을 시작한 건 어머니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남자가 근육 있는 것에 대해서 큰 호감이 없는 편이었다. 근데 어머니가 ‘넌 연예인인데 살이 없으니까 좀 빈티가 나보인다’며 권유하셨다. 운동 때문에 예전에 사귀던 여자친구와 많이 싸우기도 했다. 만나면 좀 놀아주고 해야 하는데 매일 운동만 하니까 싫기도 했을 거다(웃음).
김종국은 부침이 많은 가수였다. 터보 시절 멤버간의 불화설을 겪기도 했고, 이후 솔로로 데뷔한 뒤 발매한 앨범이 실패하며 한동안 공백기를 갖기도 했다. 지금의 김종국을 만든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좀 더 깊은 속내가 궁금했다.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나.
─자기관리가 철저한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연예인에게 자기관리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워낙 성격상 술자리를 좋아하지 않아서 하루의 사이클이 거의 비슷하다. 일어나서 밥 먹고 운동 가고, 주말에만 나가서 축구하고 그런다.
─술자리를 피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긴 하다. 예전엔 술을 좀 먹었는데 운동 하면서 술을 끊게 됐다. 담배도 피우지 않는다. 그런 것들이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 친한 친구인 (차)태현이랑 모일 때나 경조사 때는 나가서 밥도 먹고 어울리긴 하지만 그냥 모이는 술자리는 가지 않는다. 나이트클럽에 가면 머리가 아프다(웃음).
김종국이 형에게 돈을 벌어 자동차를 사줬다고 들은 바 있어 이 얘기를 건넸더니 김종국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며 쑥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김종국과 얘기를 나눌수록 겸손함이 느껴졌다. 연예가에서 그에 대한 평판이 좋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김종국은 2005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10주년 팬미팅을 꼽았다. 팬들이 “와서 노래만 하라”며 모든 준비를 해주었단다. 처음엔 별 생각 없이 갔던 김종국은 그 자리에 오신 연세 많은 분들과 일본 팬들, 그리고 자신의 오래된 팬들을 보며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이렇게 든든한 팬들이 버티고 있으니 그의 2006년도 밝지 않을까 싶다.
“내년이요? 올해만큼만 하면야 대박이죠, 하하. 하지만 애초에 앨범 낼 때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마음을 비우려고 해요.”
조성아 기자 zzang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