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계방향으로) SBS <야심만만> 방영 모습, 이현우의 <야심만만> 출연 장면, MBC <놀러와>의 안주인 김원희. | ||
설문조사를 통해 스타들의 사생활을 들어보는 프로그램인 SBS <야심만만>의 경우 오로지 스타들의 입담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기 때문에 질문을 뽑는 작업부터 섭외, 녹화까지의 과정이 만만치 않다. 워낙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말 잘하는 스타들 몇 명 데려다놓고 얘기하라고 하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스타들은 자신의 기분, 그날의 컨디션, 상대방의 질문 하나하나에 굉장히 예민하다. 자칫 자기 맘에 들지 않으면 녹화 내내 입 다물고 있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녹화도중 녹화장을 떠나는 일도 있다. 왜냐하면 자신의 사생활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기분 좋아할 스타들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프로그램이 안정되고 <야심만만>이라고 하면 스타들도 웬만큼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기 때문에 다르지만 초반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의 <야심만만>을 만든 스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연기자 김원희다. 첫 회에 출연해 많은 폭탄발언을 했고 좌중을 휘어잡는 특유의 코믹버전으로 MC를 능가하는 웃음과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그래서일까? 그 다음 개편 때 김원희는 ‘MBC판 야심만만’인 <놀러와>의 안주인 MC자리로 영입됐다).
반면, 가수 이현우의 경우 워낙 평소에도 말이 없는 성격이다 보니 토크를 위주로 하는 프로그램의 출연은 망설인다. 영화
▲ 영화 <늑대의 유혹>에 함께 출연한 조한선(왼쪽)과 강동원. | ||
불길한 예감은 벗어나지 않는 법! 전날 담당 작가에게 미리 대본을 받아 매니저끼리 예상답안까지 써놓았음에도 불고 두 사람은 녹화 내내 단답형으로 일관했다. 이날 함께 출연했던 여배우 이청하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최소 녹화 분량조차 만들어낼 수 없었을 거라는 후문이다.
한편 아침토크쇼에서 여러 명의 연예인을 모아 놓고 설문조사형식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였다. 그날 주제가 ‘기러기아빠’에 대한 이야기로 다소 우울한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기러기아빠 3년차 가수 김흥국은 솔직하면서도 위트 있는 말로 좌중을 휘어잡았다. 아들 번칠이(이제 번칠이라 하지말고 동현이라고 불러달라고 목놓아 외쳤다)와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하며 “여보 빨리 돌아와”라고 이야기하는 대목은 고독함이 물씬 배어 있었지만 그 특유의 들이대는(?) 말투로 방청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엄앵란, 전원주, 여운계에 이어 아줌마 입담꾼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사람은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핑크레이디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탤런트 이수나다. 오랫동안 우리의 부녀회장님에게 이런 섹시한 매력이 숨어있을 줄 상상도 못했지만 또 그녀가 이런 대단한 입담을 가지고 있었을까하는 것도 의외다. 얼마 전 출연했던 부부문제를 다룬 토크쇼에서 그녀는 남편과의 부부 생활에 대해 아주 솔직한 생각을 드러내 토크쇼 분위기를 한층 업그레이드시켰을 뿐만 아니라 시청률 상승에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연예인들의 입담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은 사실 말하는 사람보다 두 배 이상 더 힘들다. 매번 빠듯한 녹화시간에 최선을 다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주는 스타들에게 고맙기도 하지만 녹화 후 불편한 속내를 밝히는 스타들에게는 야속한 마음도 많다. 맛있게 차려준 밥상을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스타들이 많이많이 배출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