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VE 스타] 새로 만드는 <사랑과 야망> 한고은

“이제 차화연의 미자는 잊어주세요”

	▲ 사진제공=SBS

한고은이 SBS <사랑과 야망>의 ‘미자’로 시청자들 앞에 나선다. 원작 <사랑과 야망>은 지난 86년 방영돼 선풍적인 인기를 끈 바 있다. 당시 연출을 맡았던 곽영범 PD와 김수현 작가가 다시 손잡고 리메이크한다.

<사랑과 야망>은 무엇보다 여주인공 ‘미자’역이 눈길을 끈다. 원작에서는 차화연이 열연을 펼쳐 인기를 모았던 배역인 미자를 이번에는 한고은이 연기한다. <사랑과 야망>의 야외세트장이 만들어진 전남 순천 촬영장에서 한고은을 직접 만났다.

“한고은은 열심히 하는 배우다. 캐스팅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이 있었던 건 알지만 그가 잘해줄 거라 믿는다.”

연출을 맡은 곽영범 PD는 ‘한고은의 캐스팅’에 대해 이와 같은 설명을 내놓았다. 일부에서 한고은의 연기력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터라 곽 PD의 평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러나 곽 PD의 단언에도 한고은이 복잡다단한 내면을 가진 ‘미자’를 과연 어느 만큼이나 소화해 낼지 여전히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한고은에게 먼저 던진 질문도 바로 이에 대한 부분이었고, 그 자신도 주위의 지적에 대해 남다른 고민과 생각을 했던 기색이 역력한 듯 보였다.

“김수현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구요. 차화연이 했던 미자를 만들려 하지 말고 한고은의 미자를 새로 만들라구요.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인물을 제대로 소화하는 것이 제 임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작품 속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데엔 작가와 PD, 배우가 각각 3:3:3의 몫을 갖고 있다고 봐요. 어느 한쪽이 끌어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저도 그 3의 몫을 충분히 해내야겠죠.”

과연 ‘미자’라는 인물에 대해 한고은 본인은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이미 수많은 고민을 했기 때문인지 그는 질문이 던져지자 잠깐의 틈도 없이 곧바로 대답을 내놓았다.

“미자는 굉장히 투명하고 솔직한 인물이에요. 아픔도 많고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을 치면서, 그런 감정을 하나도 숨김없이 고스란히 밖으로 표현하죠. 그런 면에서는 오히려 복잡하지 않고 간편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그냥 자기가 좋으면 좋다고 말하고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표현하면 되니까요. 미자는 배우로서 참 욕심나는 배역이에요.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그 높낮이의 폭이 커서 연기하면서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 <사랑과 야망>에 함께 출연하는 조민기와 한고은.

2월4일부터 토·일요일 밤 방영되는 <사랑과 야망>은 벌써부터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원작의 인기가 워낙 대단했거니와 그때의 연출진이 다시 참여할뿐더러 50부작 이상의 대작으로 만들어질 예정이기 때문. 곽 PD는 “현재 계획은 50부이지만 늘어날 수도 있다”는 여운을 남겼다. 또 김수현 작가가 예전에는 다루지 못했던 주인공들의 이후 스토리를 추가할 것이라고 한다.

알려져 있다시피, 김수현 작가는 방송작가계의 ‘대모’로 통한다. 자신의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에게 완벽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본 연습 때에도 그는 대사의 뉘앙스까지 일일이 지적해 배우들의 진땀을 빼기도 한다. 한고은 또한 김 작가의 이와 같은 지적에서 자유롭진 못했을 것 같다. 이에 대해 한고은은 “물론 저도 지적을 받긴 했어요. 어떤 지적을 받았냐구요? 글쎄요… 그건 굳이 말씀드리고 싶진 않아요. 그냥 제가 알고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궁금하시다면 김 선생님한테 직접 물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라는 단호한(?) 대답을 내놓았다.

한고은은 활동을 쉬는 동안 발음교정과 함께 치아교정을 받았다고 한다. 발음이 부정확해서 대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쓴소리를 들었던 것이 본인에게도 아픔이었던 듯하다. 그래서인지 이번 <사랑과 야망>의 촬영에 들어가며 각오가 남다른 것 같았다. 한고은이 어느 정도의 준비를 했고, 과연 어느 정도의 연기를 보여줄지는 드라마가 시작돼야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겠지만 그 결심만은 다부졌다.

“이 드라마는 모든 배우들이 줄거리와 배역에 대한 설명만을 대충 듣고 캐스팅이 이루어졌어요. 저 또한 그랬구요. 워낙 원작이 유명하다보니 시놉시스조차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출연섭외가 들어왔던 거죠. 80년대 당시에 7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었어요. 남성훈, 이덕화, 차화연 선생님과 같은 유명 스타들을 배출하기도 했구요. 전 원작 드라마를 모르고 하는 게 더 신선한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일부러 예전 작품을 보지 않았어요.”

하지만 스토리가 1960년대부터 시작되므로 한고은은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 시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고 한다. 한고은은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땔감을 때거나 교실에서 모니터로 조회를 하기도 했어요”라며 당시 상황을 자신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편 이번 드라마에서는 한고은 외에 예전 남성훈이 연기했던 ‘태준’은 조민기가, 이덕화가 연기했던 ‘태수’는 이훈이 연기한다. 오랜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이승연 외에 이경실, 서민정 등이 조연으로 출연해 극의 재미를 더할 계획. 또 억척스러운 태준의 어머니 역엔 정애리가 캐스팅되었다. 하지만 관건은 역시 ‘미자’. 과연 한고은이 조민기와 이훈의 사이에서 밀리지 않는, 오히려 더 부각될 수 있는 연기를 보일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조성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