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그런 사람이 속은 더 여린 법이다. “세상이 무너진 것도 아닌데 그 정도야 견뎌내야죠”라고 털털하게 말하는 이승연은 더욱 큰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 웃음 속에 묻어나는 채 가시지 않은 마음의 상처가 어떻게 아물어지는지 지켜볼 일이다. 위안부 누드집 파문을 겪은 뒤 2년 만에 드라마로 활동을 시작하는 이승연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눠보았다.
“오늘 아침에도 팬들과 전화통화를 했어요. 드라마한다고 하니까 응원 많이 해주더라구요. 그동안 저를 받쳐 주었던 힘도 바로 그들이었어요.”
이승연에겐 열혈팬도 안티팬도 많다. 이승연의 소식이 간간이 전해질 때마다 그를 비방하는 목소리가 쏟아졌지만 데뷔 이후 14년간의 세월 동안 꿋꿋하게 그만을 응원해 왔던 팬들도 여전히 건재한다. 그래서 이승연은 “그 팬들이 안티팬보다 훨씬 더 무섭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변함없이 좋아해준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 아닌가요? 전 길을 가다가 누가 사진을 찍자거나 사인을 해달라고 하면 한 번도 거절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제 앞에서는 사인을 부탁하고 뒤에서는 또 욕을 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그럴 때 정말 속상하죠. 그런데 또 그게 어떤 면에서는 사람의 자연스런 심리잖아요. 그런데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제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더라도 응원해주는 팬들은 그런 면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절대적인 믿음을 보내주는 거니까 저는 그 믿음이 고맙고 한편 그 믿음을 깨지 않아야 하니까 무섭기도 해요.(웃음)”
지난 날 위안부 누드집 파문으로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욕을 들어야 했던 이승연. 그는 “생각이 모자랐었다”고 깊게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어떤 부분’만으로 평가받고 욕을 하는 것도 “인간사가 다 그런 것 아니겠느냐”며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특히 연예인들에게 이와 같은 일은 숙명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전 평소에 그런 얘기 많이 해요.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울다 울다 지쳐있다가 그냥 잠깐 피식 웃게 된 거예요. 그런데 마침 그 모습을 본 누군가는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웃느냐고 비난할 수 있는 거죠. 그 이면에 어떤 말 못할 사정이 있는지는 사람들이 다 알 수도 없는 거구요. 특히 연예인이란 게 보이는 것만으로 평가되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어요. 또 결국 그 일부 모습을 잘못 보여드린 것도 제 책임이죠.”
이승연은 낙천적인 성격이라고 한다. 한 1년 동안을 큰 상실감에 빠져 고생하기도 했지만 결국 또 이겨낸 그녀다. 누구보다 큰 어려움을 겪고서도 “사람은 어려움을 겪어봐야 한다”고 말할 수 있기까지 이승연은 울고 울다가 이젠 웃으려고 애쓰고 있다. 자신은 사막에 던져놔도 살아남을 거라면서.
“TV에는 안 나왔지만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옷가게 운영하면서(그는 동대문시장에서 직접 옷을 디자인해 팔아왔다) 주변 상인들한테 ‘독한 년’이라는 별명도 얻었구요. 제가 화장실에 들어가면 뒤에서 제가 안에 있는 줄 모르고 ‘무슨 낯짝으로 여기 와서 일해’라고 욕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러면 제가 문 열고 나와서 ‘열심히 한번 살아보려구요’ 그렇게 말씀드렸죠.”
“개인적으로 그 시대의 옷들을 좋아해서 제가 모아놓은 자료가 꽤 많아요. 그런데 유행이 돌고 돈다고 하잖아요. 그때 옷들을 보면 다 요즘 입는 옷들과 비슷해요. 큰 단추 달려 있고 A라인으로 퍼지는 복고풍 옷들을 또다시 입잖아요. 아무래도 디자이너 역이다 보니 좀 신경을 써야하긴 하겠죠. 지금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두고 고민중인데 기대해 주세요.(웃음)”
이승연은 극중에서 미자(한고은)를 발탁해 영화배우로 키우는 인물이다. 이승연이 연기하는 혜주는 실제 자신의 성격과도 매우 비슷하다고 한다. 7회부터 등장하는 그는 자신의 첫 대본을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고. 평소 자신이 쓰는 말투와 혜주의 말투가 꼭 닮아있었던 것이다.
“제가 평소에 말을 툭툭 내뱉는 스타일이에요. 혜주의 대사를 보고 놀라서 김수현 선생님한테 물어봤더니 ‘그래, 너 그렇게 말할 것 같았다’고 그러시더라구요. 누군가로부터 그런 특징적인 것들을 기막히게 뽑아내시는 걸 보고 역시 김수현 선생님이다 싶었어요.”
실제로 한고은과 매우 친하게 지내고 있다는 이승연은 “고은이도 심리적 부담감이 클 텐데 같이 열심히 해보자고 그랬다”며 웃음을 보였다.
예전 대대적으로 알려졌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줄곧 홀로 지내왔다는 이승연은 “결혼은 2년쯤 뒤 하고 싶은데 어디 제 마음대로 되나요?”라며 또다시 크게 웃는다. 그는 겉으로는 당차고 억세 보여도 실제의 자신은 현모양처 스타일이라는 의외의 얘기도 들려주었다. “안 그래 보이죠? 그런데 저 남자친구한테 정말 잘해요. 저는 무조건 ‘남자는 하늘’이라는 식이에요(웃음).”
조성아 기자 zzang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