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방송계 최고의 기대작은 단연 드라마 <봄의 왈츠>다. <가을동화>, <겨울연가>, <여름향기>에 이은 윤석호 PD의 계절 시리즈 마지막 편으로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된 드라마이기 때문. 당연히 누가 주인공을 맡을지도 커다란 관심사였다. 여러 스타들의 이름이 거론된 가운데 윤 PD가 캐스팅한 주요 출연진은 대부분 신인이었다. 여자 주인공 한효주 역시 마찬가지.
전혀 예상치 않은 캐스팅으로 2006년 최고의 기대주로 급부상한 한효주. 시청자들에게 봄의 기운을 선사하기 위해 요즘 한창 홍대 인근의 야외 촬영현장을 누비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연예계에서 두루 공인된 스타의 산실인 작품이 몇 있다. 수많은 청춘스타를 배출한 시트콤 <논스톱>, 실력파 영화배우의 산실인 영화 <여고괴담> 시리즈, 그리고 톱스타 제조기인 윤석호 PD의 계절 시리즈 등이다.
흥미로운 점은 한효주가 위의 세 콘텐츠를 모두 거칠 뻔했다는 점이다. 그 시작은 쓰라린 아픔이었다. <여고괴담> 네 번째 시리즈인 <목소리> 공개 오디션에 야심차게 도전했지만 탈락한 것.
“당시 실제 여고생이었기 때문에 너무 출연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당시의 아픔이 지금의 행운으로 연결된 게 아닌가 싶어요.”
기회는 금세 다시 왔다. 시트콤 <논스톱5>에 캐스팅돼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아 스타 등극의 발판을 마련한 것. 이렇게 유명세를 얻자 영화 데뷔 기회도 자연스레 다가왔다. 영화 <투사부일체>에 비중 있는 역할로 캐스팅됐고 이어 기대작 <봄의 왈츠> 여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이제 날아오르기만 하면 된다.
“처음 윤 감독님을 만나러 갈 때 <봄의 왈츠>에 캐스팅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매니저 오빠도 이미 <봄의 왈츠>는 캐스팅이 완료됐으니 기대하지 말고 감독님과 인연을 맺는 데 의미를 갖자고 얘기했거든요. 그런데 바로 다음날 캐스팅됐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래서 물어봤죠. 혹시 여자 주인공 동생 역할 아니냐고. 캐스팅되고 3일 만에 오스트리아로 해외 로케를 떠났는데 비행기에 타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어요.”
▲ 위부터 영화 <투사부일체>, MBC <논스톱5>, KBS <봄의 왈츠> 속 한효주. | ||
오스트리아 로케이션이 끝날 무렵 한효주는 비로소 자신이 <봄의 왈츠>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실감났지만 부담감이 커져만 갔다.
“‘은영’이는 정말 저와 비슷한 구석이 많아요. 밝고 명랑한 성격이나 말투, 행동 등이 아주 닮았거든요”라고 말하는 한효주는 “그만큼 고민도 많았어요. 특히 ‘억척스럽지만 여성스러운 모습’을 표현해야 하는 게 큰 부담이에요”라고 얘기한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한효주의 옆 자리에는 윤 PD가 앉아 13시간 동안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부담감으로 힘들어하는 한효주에 대한 윤 PD의 배려였다. 그리곤 <가을동화>에 송혜교가 캐스팅될 당시 나이가 지금의 한효주와 같았다며 열심히 해서 송혜교 같은 좋은 배우가 되라는 격려의 말을 들려줬다. 주연 배우로 신인을 캐스팅했다는 사실이 일정 부분 부담이었던 윤 PD 역시 “귀국 비행기에 오를 즈음 한효주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가을동화> 방영 당시 열성팬이었다는 한효주는 계절 시리즈 세편을 모두 시청한 마니아다. 네 번째 시리즈의 주인공이 된 한효주는 오스트리아를 다녀온 뒤 DVD로 <겨울연가>를 다시 봤다고.
“최지우 선배의 연기를 보며 감탄의 연속이었어요. 제가 잘해야 송혜교 최지우 손예진 등 계절 시리즈 선배들 명성에 흠이 가지 않을 텐데 걱정이에요.”
한효주는 오늘도 추운 날씨와 싸우며 야외 촬영에 전념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햇살이 조금씩 따스해지고 있다. 대지에 봄의 기운이 움트기 시작하고 있는 것. 그 햇살 가운데 한효주가 멋진 왈츠를 추기 시작했다.
신민섭 기자 ksim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