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영화배우들은 한마디로 무게를 많이 잡는 편이다. 쉽게 망가지지 않으며 쉽게 웃지 않는다. 웬만한 농담에도 미소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으며 인터뷰 전 사전 질문 검사(?)도 철저하다. 행여 영화 외적인 질문을 던질라치면 싸늘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경우도 물론 있다.
작년 3월인가, 강원도 삼척의 모 영화 기자 간담회 장소에서 낯 뜨거운 경험을 했던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당시 한일 양국은 독도 문제로 팽팽하게 대립되어있는 상황이었고 영화의 주인공은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한류스타 중 한 명이었기에 독도 문제에 대한 코멘트를 부탁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를 예상한 영화 홍보사에선 (배우에 대한 배려인 줄은 모르겠으나) 이 질문에 대한 사전 봉쇄를 무척이나 철저히 했다. 허나 용감하게도 난 총대를 메고 수백 명이 모인 그 자리에서 바로 그 질문을 던졌다. 결국 돌아온 건 핵심 없는 대답과 함께 미소가 아름다운 배우라 불리는 그의 무섭도록 일그러진 표정이었다. 거기에 영화 홍보팀들의 싸늘한 눈빛까지…. 이후 모 스타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한 그와의 인터뷰는 필자의 얼굴을 알아본 그의 냉정한 외면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가수들은 어떨까? 아무래도 가수들은 살인적인 스케줄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인지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편차가 큰 편이다. 예전에 인터뷰를 굉장히 성심성의껏 해준 경험이 있어 오늘은 맘 편히 인터뷰를 시도하려 할 때 의외로 단답형의 조용한 인터뷰가 나온다던지 또 거절 사항이 많아지면 적잖이 당황하게 된다. 그럴 땐 백이면 백 전날 스케줄이 늦게 끝나 잠을 못 잤거나 무척이나 몸이 피곤한 경우다.
마지막으로 개그맨들은 어떨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인터뷰가 끝난 후 내가 뭐에 홀렸나 싶을 정도로 정신없다. 워낙 말주변이 좋고 넉살이 좋은 사람들이기에 굳이 리포터가 없어도 웬만한 인터뷰가 가능할 정도다. 다만 직업의 특성상 모든 대답을 재미있게 하려는 습성이 있어 주제가 먼 산으로 도망가기도 하고 비방송용 단어도 불쑥불쑥 튀어 나오곤 한다. 결국 시끄럽고 정리가 안 되고 이거 인터뷰 제대로 됐나 싶지만 놀랍게도 방송용으로는 정말 ‘땡큐’인 그림들이 많이 나온다.
그렇다면 도대체 인터뷰가 가장 쉬운 ‘군’은 누굴까. 바로 신인들이다. 그들은 전공 분야에 상관없이 뭘 시켜도 열심히 하고 뭘 물어도 성의껏 답하기에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대한민국의 전도 유망한 예비 스타들이여. 그 모습이 변치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